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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든다는 것에 대한 용기(While we are young)

박초롱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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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 위아영(While we are young)

나이든다는 것에 대한 용기

   
▲ 영화 위아영(While we are young) 포스터

 어른들의 세계에는 비밀이 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비밀. 그 비밀은 마치 ‘요정은 없어.’라고 말하는 순간 요정이 사라지는 것과 같은 마법을 가졌다. 그건 바로 어른들이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건 당신도 그렇고 당신의 아버지도 그렇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랬다. 세월이 얼굴을 지나가며 남긴 주름으로 애써 감추는 삶에 대한 두려움, 망설임, 자책을 비롯해 무모한 꿈, 허세 등은 젊었을 때나 나이 먹었을 때나 변함이 없다. 우리는 다만 ‘어른인 척’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영화 <위아영>에서처럼 아이 없이 둘만 사는 삶에 만족하는 척, 7년째 만든 다큐멘터리가 이미 망한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다듬고 있는 과정인 척 말이다.

   
▲ 영화 위아영(While we are young) 스틸컷

 주인공 조쉬(벤 스틸러)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척 작품 <파워 엘리트>로 관심을 모았으나 그 이후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7년째 6시간 반 분량의 지루한 다큐멘터리에 매달리고 있다. 그와 그의 아내 코넬리아(나오미 왓츠)는 어느 날 25살짜리 젊은 힙스터 커플 제이미(아담 드라이버)와 다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나게 된다.

   
▲ 영화 위아영(While we are young) 스틸컷

조쉬와 코넬리아는 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타자기로 글을 쓰고 LP판으로 음악을 듣고 컴퓨터 대신 보드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삶에 급속히 매료된다. 코넬리아는 다비를 따라 힙합을 배우고 조쉬는 제이미를 따라 자전거를 타며 젊음을 흉내낸다. 마흔살이 넘은 이 부부의 젊은 힙스터들 따라하기는 나오미 왓츠의 연기와 리듬감 있는 편집으로 꽤 즐거운 눈요기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자전거를 타다 관절염에 걸리는 조쉬와 코넬리아의 우스꽝스러운 힙합이 안쓰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  영화 위아영(While we are young) 스틸컷

 영화는 조쉬가 도와주던 제이미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과정에서 온갖 연출과 조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조쉬가 알아채며 극적 긴장감을 갖는다. 제이미가 조쉬에게 처음 접근 했던 것도 그의 장인이 전설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자였기 때문이었다. 조쉬는 코넬리아와 장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제이미에 대한 온갖 욕을 퍼붓지만 누구의 공감도 사지 못한다. 제작과정의 도덕성을 중시하던 장인조차 조쉬에게 말한다. 시대와 상황은 변하는 법이라고.

   
▲ 영화 위아영(While we are young) 스틸컷

 영화는 ‘위아영’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젊음과 나이듦을 다큐멘터리 제작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냈다. 그러나 무모하고 심지어 도덕적으로 타락한 듯 보이는 제이미의 방식이 옳다는 것인지 혹은 조쉬의 ‘나이 값 하기’가 옳다는 것인지 제대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젊음은 뜬금없이 악한 것으로 비춰지고 조쉬의 ‘젊은이 흉내내기’ 놀이는 이렇다 할 정답도 없이 갑작스러운 아이 입양으로 무마된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의 연출과 조작에 대한 도덕성이 주제와 잘 버무려지지 못한 점 역시 아쉽다.

   
▲ 영화 위아영(While we are young) 스틸컷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바로 그런 아쉬운 점을 통해 주제를 드러낸다. 나이가 들수록 무엇이 옳다 혹은 무엇이 그르다라고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이 길도 나름의 매력이 있고 저 방법도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머리를 긁적거리고 몸을 주춤거리며 우유부단한 변명만 늘어놓게 된다. 누구의 질문에도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황희정승식의 대답으로 젊은이들을 짜증나게 만들기도 한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극이 지루함 속에서 관객을 실제 ‘부조리 상황’에 놓이게 만들 듯 <위아영>은 영화 자체로 나이듦을 생각하고 경험하게 한다.

 분명한 것은 젊은 제이미가 믿는 ‘어떤 것’과 좀 더 나이가 든 조쉬가 믿는 ‘어떤 것’은 설사 그 결과가 같다고 하더라도 분명히 다른 것이라는 점이다. 조쉬는 ‘믿었었고’ 그리고 다시 ‘아니라고 믿었었고’, 그랬다가 또 다시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이미에 대한 폭로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쓸쓸히 앉아있는 조쉬에게 코넬리아가 말한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른인 척 하지 않는 느낌이었어.” 코넬리아처럼 우리도 모두 어른인 척 살아간다. 태연한 척, 익숙한 척, 감당할 수 있는 척. 우리의 소심한 마음은 어릴 때 그것과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이를 먹을 수록 ‘나이먹으면 알게 된다.’는 어른들의 말을 알게 된다. 나도 모르게 꼰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면 깜짝 놀라곤 하지만 그것 역시 그런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된다. 중요한 것은 영화 속 그들처럼 젊은이인척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처럼 나이값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나이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지고 ‘선택’하며 살아가면 되는 것.

 이 영화에서처럼 어른인 척 흉내를 내며 말해본다. 철들지 않은 채로 그냥 살아도 괜찮고 나이 값 하면서 얌전히 살아도 괜찮다고.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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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초롱
park_choron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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