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여전히 짙은 여운, 군산

박수빈 조회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디아티스트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떨리게 하라, 청춘 (출처: 인스타그램 enjoy_april)

[디아티스트매거진=박수빈]  여행을 떠날 때, 우리의 필수품은 아마도 스마트폰과 카메라일 것이다. 맛집이 어디인지, 목적지까지 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를 검색하고, 연인 가족 친구와 연락을 하며, 예쁜 풍경을 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보내는 순간순간에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셔터를 눌러대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 여행을 추억해보면,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의 깊이가 그리 깊지 못함을 느낀다. 아마 일상을 벗어난 여행지에서도 손에는 늘 핸드폰을 붙잡고 있고, 눈과 마음으로 담기보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여행의 순간을 담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늘 그런 생각이 한켠에 있어왔던 나는 한번쯤은 여행에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었다. 같은 생각을 해오던 마음이 맞는 친구 둘과 군산으로 떠났다. 모든 걸 해결해주는 스마트폰은 꺼두고, 모든 순간을 남겨올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는 놓아두고, 어디에 가고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봐야할지 등의 정보는 굳이 찾아보지 않고. 우리는 필름 한 롤이 들어가 있는 필름카메라, 펜과 노트를 가지고 군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군산터미널의 거울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을 담는 세 대의 필름카메라 셔터소리는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우리에게서 스마트폰을 -(빼기)했더니, 사람들과의 대화와 소통이 +(더하기) 되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우리는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물어 궁금한 것을 해결해야 했다. 맛있는 식당이 어디 있는지 여쭤본 우리의 물음에 한 아주머니께서는 하던 일을 내려놓으시고 우리와 함께 걸어가며 길을 안내해주셨다. “학생들 어디서 왔는가? 서울에서 왔어? 아이고 멀리서도 왔네~” 라며 구수한 말씨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행 내내 주민분들께 물어물어 길을 찾았다. 운좋게 독특한 작업실을 구경할 수도 있었다. 이름부터 수상한 ‘이상한 가게’ 앞에서 서성이던 우리는 ‘검색’해볼 수 없었기 때문에 발을 들였고,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눴다. 디자인, 건축을 하는 작업실인데 과자 등의 간식거리도 팔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빵집 아저씨 (출처: 인스타그램 enjoy_april)

 빵집 아저씨도 기억에 짙게 남는다. 군산의 유명한 빵집이 아닌 동네 빵집인데도, 너무 맛있어서 이틀 연속으로 들렀다. 미소가 너무나 푸근하셨던 빵집 아저씨께서는 우리에게 앉아서 빵 좀 맛보고 가라며 갓 구운 빵을 들고 와 잘라주셨다. 빵을 먹으며 도란도란 나누었던 대화에 마치 난로에 모여앉아 군고구마를 먹을 때의 훈기를 느꼈다. 이런저런 사람들과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냥 스쳐지나갈 뻔했던 인연을 붙잡아 말 한 마디라도 나누었다는 사실이 왠지 뿌듯했다. 나는 가끔 내가 죽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쳐지나갈까, 그 중 미미한 교류라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등의 상상을 하는데, 군산에 와서 붙잡은 인연의 수가 늘어났으니 뿌듯할 만도 했다.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필름카메라와 노트만 챙겨 나온 우리는 현판을 따라 걷다가 동국사라는 절에 들어가 우리가 좋아하는 한옥의 고고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진도 몇 장 남겼다. ‘여인숙’이라는 왠지 간질간질한 간판을 단 곳이 있길래, 기웃거리다 들어가보니 전시장이었다.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공통된 취미인 우리는 “어떻게 군산에 하루 놀러와서도 딱 전시장으로 발길이 향하게 되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목적지 없이 걸어다닌 우리는 갔던 길을 또 돌아오기도 하고, 다른 길로 가서도 같은 곳으로 나오기도 했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고 한적한 마을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는 우리는 몇 시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지금이 몇 시인지, 우리가 숙소로부터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 등의 걱정은 되지 않았다. 셋이 함께였기 때문에 해가 지는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걱정없이 그 시간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1층 남짓한 정도의 낮은 주택들 너머로 보이는 산, 넓은 하늘, 곧 꺼질듯한 희미한 가로등 불빛, 파스텔 톤의 대문 등을 눈과 마음에 깊게 담아올 수 있었다.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할 것도 없이 각자의 수첩을 꺼내 여행의 추억을 기록했다. 디지털카메라가 있었다면 모든 것을 뚝딱 남길 수 있었겠지만, 대신 더욱 관심을 기울여 바라보고 마음에 간직하였다. 특히나 잊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노트에 기록하였다. 물음에 친절하게 답해주셨던 어르신들, 우연히 들어간 공간, 색감이 예뻤던 대문, 군산만의 분위기가 스며든 것들에 대해 적어나갔다. 또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관찰한 우리에 대해 적어나갔다. 노트에 적고 그린 것들을 서로 나누면서 여행의 순간들을 더 깊이 새겼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소리를 들은 우리 셋이지만, 마음에 담은 것들이 각자 다르기도 했고 어떤 것에 대해서는 한마음이기도 했다.

   
▲ 군산의 바닷가에서 본 일몰 (출처: 인스타그램 enjoy_april)

 군산여행이 지금까지 해온 여행과 다른 점은 3가지를 제외시켰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정보. 그것들을 놓고 떠난 여행에서 제법 많은 것을 얻어왔다. 무계획과 정보의 부재가 가져다준 우연한 만남, 대화, 장소, 순간. 또, 시간으로부터 해방되었던 이틀은 그 어떤 때보다도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생각보다도 더 시간에 속박되어 살아간다. 한번쯤은 어스름해지는 하늘과 숨어버리는 태양을 바라보며 ‘밤이 오는구나’를 느껴보자. 몇 분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몇 시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잠시 놓아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큰 자유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틀동안 나에게는 짙고 깊은 추억과 36장의 필름사진이 남았다. 한 장 한 장, 꼭-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만을 담아내었다. 덕분에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무작정 셔터를 눌러대는 시간으로 소모하지 않고, 더 나누고 바라보고 글로 적어내고 그려내고 맘 깊숙이 묻어두게 되었다. 서울에 돌아와 필름 현상을 맡기고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그 순간들을 떠올리고 상상하며 이야기했다. 사진을 받아보고, 같은 것을 담아내었지만 조금씩 다른 우리의 시선이 담긴 사진을 보는 것 역시 여행의 연장선상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그 때의 글과 그림, 사진들을 함께 나누며 그 순간들을 여행 중이다.

관련 기사

author-img
박수빈
enjoyapril@theartist.co.kr

[칼럼] 랭킹 뉴스

  • 당신의 관념을 인버전할 테넷
  • 세계로 나아간 한국영화 Choice 5
  • 2019년 한국영화계 키워드 Choice 5
  • 제40회 청룡영화상 주요 부분 수상 예상 Choice 5 (인물 부문)
  • 여성이 주도한 한국영화 Choice 5
  • 나는 사물이 되고 싶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남편이 해외에서 일해서 나 홀로 딸 출산, 백일잔치 혼자 다한 연예인 아내
    남편이 해외에서 일해서 나 홀로 딸 출산, 백일잔치 혼자 다한 연예인 아내
  • 무려 23번이나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한 배우 부부의 최후
    무려 23번이나 헤어지고 만남을 반복한 배우 부부의 최후
  • 전성기에 100억 벌었는데…한달 2억까지 소비해서 금방 탕진한 연예인
    전성기에 100억 벌었는데…한달 2억까지 소비해서 금방 탕진한 연예인
  •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텔레그램 통해 벌이고 있는 섬뜩한 신종 범죄
  •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현재 해외에서 한국인 피부를 갖고 논란이 된 이유
  •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한국에서는 평범한데…北 평양 고위층만 쓴다는 귀한 생필품의 실체
  •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방송일 하기전 SM으로 부터 소녀시대 제안 받은 기상 캐스터
  •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아버지가 저지른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린 여자 아이돌

공유하기

[cosmosfarm_share_buttons url="https://theartist.co.kr" title="디아티스트" align="cente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