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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타>, 퍼포먼스로 언어의 장벽을 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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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김설하]

 “우와, 신기하다!” “太神奇了!” “こりゃ驚いたね!” “It’s very interesting!” 충정로의 어느 극장 안, 관객들은 저마다의 언어로 감탄을 내뱉었다. 언어는 달라도 웃음 소리는 세계 공통의 것. 그들은, 아니 우리는 분명 함께 웃고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가 자막과 번역 없이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던 이 공연은 ‘넌버벌 퍼포먼스’ 중 하나다. 사실 이러한 공연에 이제 막 눈을 뜬, 한마디로 공연 초짜인 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다. 이는 말 그대로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예술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송승환이 제작한 우리나라의 ‘<난타>’가 있다. <난타>는 관광 코스로 자리 잡을 만큼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공연 내내 그들을 사로잡은 비결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 요리사로 변신한 배우들의 신나는 <난타> 공연 – 이미지 제공 : PMC 프로덕션

 감각으로 즐기는 공연

 앞서 말했듯이 <난타>는 넌버벌 퍼포먼스에 속한다. 그 말이 무색하지 않게 공연은 주로 행위에 의해 이루어진다. 초짜 관객은 공연장에 들어서며 생각했다. ‘과연 말 없이도 즐거운 공연이 될 수 있을까?’ 그러나 곧 그것이 가능함을 느꼈다. 결혼식 피로연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배우들의 행위는 묘기에 가깝다. 옆돌기를 하며 등장하고, 멀리서 던지는 냄비를 가볍게 받아내며, 심지어 목마를 탄 채로 접시를 주고받는 그들의 묘기는 관객들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한다. 또한 몸짓과 표정에서 흘러나오는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는 국적을 불문하고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거기다 실제 주방을 옮겨놓은 듯한 소품들, 피로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파워풀한 난타까지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러나 행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해서 오직 시각적 즐거움만 있는 공연은 결코 아니다. 주방기구로 만들어내는 우리 전통의 사물놀이 가락이 귀를 즐겁게 하는 데 일조한다. 배우들은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신명 나는 리듬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들이 내뱉는 정체불명의 추임새마저 웃음을 유발한다. 이처럼 청각적 요소는 공연 감상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관객들은 공연 내내 후각적 자극을 받게 되는데, 그 원인은 배우들이 만드는 음식의 냄새다. 그 먹음직스러운 냄새는 관람 당시 공복 상태였던 필자를 더욱 괴롭게 하기도 했다. 배우들은 공연 도중 썰던 채소와 같은 소품을 관중 속으로 던져 관객들로 하여금 촉각적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관객을 무대 위로 불러내 음식을 맛 보게 하는 부분에서는 미각적 상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100분 동안 쉴 새 없이 감각을 자극하는 <난타>는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 피로연 에피소드 후 이어지는 파워풀한 <난타> 공연 – 이미지 제공: PMC 프로덕션

 관객이 함께 만드는 공연

 <난타>의 또 다른 매력은 관객이 공연의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관객의 호응과 참여를 유도한다. 공연 중간쯤 배우 한 명이 무대로 나와 관객들로 하여금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게 한다. 세계 곳곳에서 온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쿵짝쿵짝쿵짝짝’ 일정한 박자의 소리를 이룬다. 이 때 이들은 직접 난타를 하여 소리와 리듬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배우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피로연의 주인공 또한 관객이다. 그들은 남성과 여성 관객을 한 명씩 무대 위로 불러내어 피로연을 진행한다. 필자가 관람한 공연에서는 서양인과 동양인의 국제 결혼(?)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배우들은 관객에게 휴지통에서 자신을 꺼내달라는 요청을 하고, 보조 요리사로서의 임무를 주기도 한다. 관객들은 둘로 나뉘어 응원 대결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모두가 국적을 넘어 하나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참여 유도 과정은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또한 웃음을 유발한다. 필자가 공연을 관람했을 당시, 관객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이었다. 한국의 <난타>가 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준 것 같아 한국인으로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 배우들이 선사하는 열정적인 <난타> 공연 – 이미지 제공 : PMC 프로덕션

 이와 같이 세계인을 사로잡는 비결을 가진 <난타>는 현재 18년째 장기 공연 중이다. 지난 해 12월에는 국내 공연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영광을 누렸다. <난타>가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모습은 다양한 언론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한국 공연 중 최다 도시 공연 기록을 가진 <난타>는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이루었다. 1999년에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진출에 최고 평점을 받고 전 회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03년에는 아시아 작품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명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직접 공연장을 찾는다면 <난타>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5년 2월말 기준 총 누적관객 1023만 명 중 85%가 외국인인 만큼 공연장의 관객들 대부분이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난타>가 관광 코스의 일부인 경우도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인 명동과 제주에 위치한 난타 전용관에서는 공연이 오픈런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태국 방콕에 위치한 난타 전용관에서 공연이 오픈런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난타>에 대한 세계인의 사랑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오히려 내국인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현재 20, 30대 층이 많은 대학로에서 공연을 진행 중이다. 난타 전용관은 명동, 충정로, 제주, 그리고 방콕까지 총 4군데가 있다.

 물론 ‘최초’, ‘최다’라는 말이 좋은 공연을 결정하는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필자는 공연을 관람한 후 <난타>가 그러한 명성에 걸맞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국적 불문’, ‘나이 불문’의 인기 있는 예술을 많이 봐왔지만, <난타>와 같이 한 공연장 안에서 그야말로 세계인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함께 즐기는 작품은 처음이다. 말이 없는 공연은 즐거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초짜 관객에게 반기를 든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해외에서 인정 받는 대한민국의 작품이라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퍼포먼스로 언어의 장벽을 부수고 세계에 우뚝 선 <난타>가 궁금한 이들은 공연장을 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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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하
lyrical95@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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