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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전희윤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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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전희윤]  프랑스 뮤지컬의 제작은 영미권 작품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계 뮤지컬 시장에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도 2005년 <노트르담드 파리>의 내한공연을 시작으로 최근 몇 년간 <로미오앤 줄리엣>, <벽을 뚫는 남자>, <태양왕> 등 다수의 프랑스 뮤지컬이 소개됐고, 이 여세를 몰아 올해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아시아 초연 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프랑스 뮤지컬로 재구성된 미국의 명작

  소설과 영화 모두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명작을 무대화하는 작업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우선 영화로 하면 4시간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의 스토리를 2시간 반으로 압축하기 위해 스토리의 부분 부분을 과감히 생략해야 했다. 대신 원작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던 노예들의 삶이 중요하게 대두됐는데,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진 스토리에 이들의 등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또 다양한 테크닉을 요구하는 화려한 안무는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긴 하지만, 영화의 잔잔한 이미지가 뇌리에 박힌 관객들에게 이는 다소 낯선 광경이다. 프랑스 뮤지컬은 연기를 하는 배우와 춤을 담당하는 댄서를 엄격하게 구분할 정도로 고난도 안무를 선보인다는 특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익숙함과 새로움, 그 사이

  여기서 한국 연출팀이 관객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취한 전략은 ‘영화의 추억 되살리기’ 이다. 한국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음악적인 면에서,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를 살리면서도 프랑스 오리지널에는 없는 ‘타라의 테마’를 공연 오프닝과 엔딩에 삽입했다. 생소할 수 있는 뮤지컬 넘버 대신 친숙한 영화 음악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린 것이다 . 극중 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의상 또한 프랑스 오리지널 버전보다 영화에 더 충실했다. 스칼렛이 첫 등장 때 입는 초록색 드레스와 커튼 드레스는 마치 영화 속에서 바로 튀어 나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흡사하다. 또 버틀러의 보랏빛 롱코트는 영화에도 없던 것으로 한국 공연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지만, 붉은 석양 아래 스칼렛과의 키스신을 매우 아련하게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오히려 영화 속 느낌을 무대위에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었다.

   
 

   자신의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든 배우들의 싱크로율 또한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시켰다. 스칼렛 오하라 역에 캐스팅 된 바다는 탄탄한 가창력을 기반으로 철부지 소녀에서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하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냈고, 서현은 디테일한 표정 연기로 영화 속 비비안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레트 버틀러 역의 김법래는 특유의 매력적인 저음으로 남성적이면서 순애보적인 버틀러를 완벽히 연기했으며, 임태경의 노래와 연기는 노련함이 돋보였다.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에 첫 도전한 주진모 역시 영화배우 출신답게 섬세한 감정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외모뿐만 아니라 낮고 거친 목소리까지 버틀러의 이미지와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한국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낯선 것’을 ‘새로움’으로 재구성한 데 그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노예들의 처절한 몸부림 없이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완성되지 않는다. 원작에 얼마나 충실했는지가 아니라 뮤지컬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노예들의 통일감 넘치는 군무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공연도 이러한 점에서는 프랑스 원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30명이 넘는 앙상블들의 예술적인 군무는 화려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인권과 박애주의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해본다면 스칼렛과 레트 버틀러의 황홀한 로맨스 이면에 또 다른 이야기가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월 15일 끝으로 서울 공연을 마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남은 지방투어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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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윤
jhy524@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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