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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도시 프라하, 예술을 품다

이수인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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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이수인] 나에게 여행은 짐을 꾸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을 상상하며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려본다. 어차피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을 알기에 여행지의 소소한 정보를 조사하며 이것저것 챙겼다가 다시 꺼내길 반복한다. 그렇게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늘 녹록지 않다. 겨우 적응이 됐다고 느껴질 때 이미 여행은 막바지에 다다라있다.

막연한 아쉬움을 가득 안고 현실로 돌아와 짐을 푸는 순간 여행에 종지부를 찍는다. 가방을 푸는 순간에 마음에서도 그 풍경들 함께 쏟아져 울컥하기도 한다. 육체의 여독은 금방 풀리지만 그리움으로 피어난 여독은 여운이 길다.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을 반복적으로 돌려보고, 일상생활에 문득문득 떠오르는 여행생각.

내겐 체코여행 그러하다. 거의 일 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때의 설렘이 간직되어 오고 있으니까.

   
▲ 인천공항에서 프라하까지 직항을 타고 약 11시간 이상을 가야한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꽃피운 ‘프라하의 봄’

   
▲ 프라하성 내에 있는 ‘성 비투스 대성당’ 은 925년에 바츨라프 1세 때 짓기 시작해 1929년에 완공되었다. 천년의 시간을 지어낸 성당 내에는 역대 보헤미아 왕과 성자들의 무덤이 있다.

동유럽 체코공화국(이하 체코)의 수도인 낭만과 예술의 도시 프라하. 다른 유럽도시에 비해 관광지로 다소 낯선 곳이었다. 2005년에 방영된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이후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친숙한 여행지로 자리매김하였다.

중세시대의 역사와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프라하는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프라하 곳곳에서 체코 역사의 열망과 상처는 여전히 식지 않은 채 뜨거운 온기로 유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프라하를 떠올리면 민주화 투쟁이었던 ‘프라하의 봄’을 많이 연상하고는 한다. 민주, 자유, 인권을 상징하는 ‘프라하의 봄’은 체코의 역사를 대변한다.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지배,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로 독립하였지만 어둠은 다시 엄습해왔다. 1938년 나치의 점령이 시작되었고 제2차 세계 대전이 종료될 때까지 점령당했다. 이 기간 동안 수천 명의 체코인이 무자비한 죽음을 당했고, 특히 수많은 유대인들은 혹독한 고통과 탄압을 견디다 나치수용소에서 잔인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이후 1945년부터 소련의 위성국으로 독립국가가 되었지만 스탈린의 지원 하에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이 쿠데타를 일으켜 공산주의 국가가 되면서 국가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1968년에 민주화 정책들이 추진되고 체코인들이 공산주의에 저항하며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움직임은 오래가지 못하고 8개월 후 소련군이 프라하를 침공해 지배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짧았던 8개월을 바로 ‘프라하의 봄’이라 부른다.

오랜 설움을 견뎌낸 결과 1985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전면개혁이 시작되었고 체코인들의 간절한 염원은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혁명을 일으켰다. 1993년에는 슬로바키아와 체코로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 1410년 시계 장인인 미쿨라시가 제작하고 프라하대학의 학자이자 수학자인 얀 신델이 디자인한 천문학 시계. 정각이 되면 종이 울리는데 이 세레머니를 보기위해 정각이 가까워지면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또한 화보를 찍는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 프라하성에 오르면 프라하 시내의 전경이 펼쳐진다. 프라하성은 9세기에 요새 목적으로 지어졌고, 카를 4세부터 역대 보헤미아의 왕이 살았던 곳이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1918년부터는 대통령이 거주하며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보헤미아 왕국’ 체코

굴곡진 나라의 역사는 체코 출신의 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체코가 낳은 예술가들은 치열했던 역사의 순간들을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들의 작품은 시대를 반영하여 억압과 자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다. 이는 체코뿐만이 아니라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작품만큼 좋은 자료도 없을 듯하다.

체코는 지그문트 프로이트, 라이너 마리아 릴케,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밀로스 포먼 감독, 안토닌 드보르자크, 바츨라프 하벨,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구스타프 말러 등의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하였다.

체코의 역사와 예술을 설명하면서 바츨라프 하벨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극작가였던 그는 민주화 운동이었던 ‘벨벳혁명’을 이끌며 비폭력으로 공산 정권에 맞섰다. 정권의 부조리를 바로잡는데 앞장선 하벨은 체코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체코인들에게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한편,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알려진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현재는 체코에 포함된 오스트리아의 모라비아 출생이고, 《기도 시집》 《형상시집》 《말테의 수기》 《신시집》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 등을 남긴 독일시인으로 알려진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프라하에서 태어난 신낭만파 시인이다.

   
▲ 프라하 성에서 카를교 방향으로 향하는 길에는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소설가 카프카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소설가 카프카는 .『변신(Der Verwanderlung)』 『심판』『성城』 『아메리카』 『유형지에서』 『실종자』 등 유수의 걸작을 남겼다. 또한, 국내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밀란 쿤데라 역시 체코 출신이다.

문학인 외에도 영화배우이자 감독 밀로스 포만,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 체코 민족음악가이자 국민주의를 일으켰던 작곡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낭만주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등 짧은 문장으로는 도저히 설명불가한 예술가들이 체코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을 대변하고 있다.

자유롭게 방랑하고 낭만적인 감성으로 세상을 떠도는 이들을 주로 보헤미안이라고 일컫는다. 체코는 보헤미아의 나라이기도 하다. 체코의 서쪽지방을 ‘보헤미아(Bohemia)’라고 불렀는데 이 지방에는 집시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보헤미안은 체코의 보헤미아 왕국 사람들을 지칭한다. 자유롭게 세상을 떠돌며 무엇에도 속박 받지 않고 순간을 살았던 보헤미안의 정서가 어쩌면 체코 예술가들의 생활과 작품에 깊게 스며들어 있는 듯하다.

참고로 체코는 다른 예술보다도 유리 생산국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스와로브스키’의 창업자 다니얼 스와로브스키 1세가 체코 보헤미아 출신이다. 국내에서 보헤미아의 아름다운 유리공예를 직접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한국과 체코 간 외교관계 수립 25주년을 맞이해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4월 26일까지 무료로 ‘빛의 예술, 보헤미아 유리’展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프라하의 야경에 취하다

시내를 관통하는 블타바 강의 야경은 프라하에 가서 꼭 경험해봐야 할 일 가운데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서쪽에 왕이 거주하던 성과 동쪽에 상인들의 거주지를 이어주던 다리 카를교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프라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필수코스와도 같다. 516미터 길이의 카를교에는 18세기 바로크시대에 만들어진 30개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조각상과 함께 카를교에는 볼거리가 가득하다. 초상화를 그리는 사람, 각종 공예품을 파는 가판대,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들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자꾸만 멈추게 한다.

   
▲ 프라하의 풍경은 낮에도 절경이다
   
▲ 516미터 길이의 카를교에는 18세기 바로크시대에 만들어진 30개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늦은 밤에도 카를교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인파 속에 끼어들어 블타바 강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내면에 묵혀있던 시름이 강에 떠내려가듯 했다. 길을 잃은 넋은 블타바 강에 유영하며 흐르고 있었다. 한참을 말없이 서서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았다. 수면 위에는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조명들이 반사되어 프라하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 시내를 관통하는 블타바 강의 야경은 프라하에 가서 꼭 경험해봐야 할 일 가운데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프라하의 야경은 카를교 외에도 프라하성에서 내려다보는 경관 역시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여행의 별미, 현지음식 즐기기

체코는 유럽에서 물가가 저렴하기로 유명하다. 맥주의 나라란 명성에 어울리게 맥주가 물보다 저렴하다. 체코 전역에 맥주 양조장이 250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유럽국가 가운데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답다. 가뜩이나 도시의 풍경에 취하는데 맥주까지 더해지니 프라하를 여행하는 내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 체코를 대표하는 음식 첫 번째로 손꼽히는 꼴레뇨는 돼지 정강이 부분을 푹 삶아낸 후 오븐에 구워낸 요리로 한국의 족발과 맛이 흡사하다.
   
▲ 꼴레뇨만큼 체코인이 즐겨먹는 음식인 굴라쉬는 걸죽한 수프처럼 묽다. 쇠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고 닭육수를 부어 우려낸 음식이다.
   
▲ 거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빵 뜨르들로. 뜨르들로는 갓구웠을 때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체코를 대표하는 음식 첫 번째로 손꼽히는 꼴레뇨는 돼지 정강이 부분을 푹 삶아낸 후 오븐에 구워낸 요리로 한국의 족발과 맛이 흡사하다. 꼴레뇨만큼 체코인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굴라쉬가 유명히다, 걸죽한 수프처럼 묽은 굴라쉬는 쇠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고 닭육수를 부어 우려낸 음식이다. 그 외에도 베프로 끄네들로 젤로, 스비취꼬바, 스마졔니 리젝 등이 있으며 거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빵 뜨르들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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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게 프라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마지막 식사를 하는데 식당 앞에서 아코디언으로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라비 앙 로즈(la vie en rose)’를 연주하던 거리의 악사를 만났던 일이다.

   
▲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마지막 식사를 하는데 식당 앞에서 아코디언으로 프랑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라비 앙 로즈(la vie en rose)’를 연주하던 거리의 악사를 만났다. 그의 연주를 접한 순간 감사하리만큼 그동안 돈을 지불하고 관람했던 공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감동이 느껴졌다.

그의 연주를 접한 순간 감사하리만큼 그동안 돈을 지불하고 관람했던 공연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감동이 느껴졌다. 허름한 옷차림에 어설픈 콧수염을 그린 노인의 연주에 큰 감동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남편과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연주는 침묵 속으로 스며들어 여행의 끝을 더욱 아쉽게 만들었다.

   
▲ 프라하 거리 곳곳에서는 예인들이 자유롭게 공연 또는 차력쇼를 선보이고 있다. 도시 전체가 열린공연장 같다.
   
 
   
 

내가 유럽을 동경하는 이유는 도시를 가로지르며 잔잔히 흐르는 강, 좁은 골목, 지붕이 있는 낮은 벽돌 건물들, 거리마다 예술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까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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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suin2rang@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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