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이수인] 한 지역에 한 가지 브랜드만 성공해도 관광지로 각광받는 시대에 보통 강원도 ‘정선군’하면 정선아리랑, 정선오일장, 정선레일바이크, 민둥산, 카지노, 곤드레 등 여러 가지 이미지를 떠올린다.
지난 초겨울, 독립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지인의 초대로 정선군 고한읍에 위치한 <삼탄아트마인>을 찾기 전까지는 나 역시 정선군에 떠올린 관광명소는 한정되어 있었다. 1962년 설립되어 2001년 10월 폐광된 옛 삼척탄좌의 줄임말인 삼탄과 예술의 아트, 그리고 광산을 의미하는 마인을 합쳐 이름 지어진 삼탄아트마인은 대한민국 문화예술광산 1호다. 폐교를 재활용한 예술창작공간은 자주 접했지만, 폐광을 활용한 사례는 없었으므로 폐광과 예술의 만남은 기존의 복합문화공간에서 벗어나 신선한 시너지효과를 배가시켰다. 삼탄아트마인은 광부들의 흔적도, 공간도 훼손시키지 않은 채 잊혀져가던 그들의 이야기를 캐내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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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화 속 광부들의 뒷모습처럼 그들의 험난했던 인생이야기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 ||
검은 흙 위에 피어나는 붉은 열정
삼탄아트마인에서 진행했던 전시의 주제인‘검은 흙 위에 피어나는 붉은 열정’이라는 문장만으로도 삼척탄좌에 대해 반은 설명되었다고 생각된다. 죽음이 빈번했던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무사히’란 기원으로 하루하루 연명했던 그들의 극한 작업. 어떠한 문장으로도 광부들이 일분일초를 다투던 숨 막히는 상황과 심정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최근에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과 MBC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광산이 배경으로 등장하여 막연했던 광산에 대한 이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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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어둠으로 들어가야만했던 광부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가족들은 ‘아빠!오늘도 무사히’란 말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 ||
여담으로, 최근 ‘막장드라마’ ‘막장인생’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에 ‘막장’이란 단어를 사용하고는 한다. 여기서 ‘막장’은 사전적 의미로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하는 말로, 언제 무너질지 모르기에 생명을 내놓고 들어가야 하는 광산의 끝을 인생 갈 데까지 간 이들이 높은 수당을 받기위해 결국 들어간 곳이다.
그러니 막장은 한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암흑의 지옥과 같을 수밖에 없었다. 넓은 부지에 폐광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녹슨 시설과 깨진 창문들, 아직도 날리는 검은 석탄가루, 석탄을 실어 나르던 기차 레일, 삼척탄좌에서 캐올리던 모든 석탄을 집합 시키던 수갱(현재는 뮤직비디오, 영화, 드라마, 화보 촬영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변질된 종이에 적힌 회의록과 월급명세서, 여전히 털어내지 못한 석탄가루가 묻어있는 산소마스크와 헬멧, 작업복이 고됐던 광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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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관인 삼탄아트센터 내에는 과거에 1,000여 명의 광원들이 이용하던 샤워실, 세화장, 세탁실 등이 보존되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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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명의 광부들은 수직갱을 통해 지하 600m까지 내려가기 전에 이 표지판을 보며 ‘사랑’ 그리고 ‘안전’을 기원하고는 했다 | ||
폐광의 예술적 재생(再生)
암흑의 장소가 현재는 예술가들의 혼을 빌려 재탄생했다. 삼탄아트마인에서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정선군의 지역 정체성과 장소 고유성에 작가들의 문화적 상상력과 예술적 창조성을 접목한 <고원(高原)의 기억과 힐링>展을 전시중이다. 국내에서는 김선두, 김태호, 박병춘, 오원배, 이인, 정보연, 정종미, 최석운, 황재형, 황주리 등이 참여하였고, 권학준, 조우치, 후퉁 등 중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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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 위에 핀 화려한 꽃, 광부들의 하루살이가 묻어나는 표정, 일터로 나가는 그들의 축 처진 어깨 등 다양한 풍경이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재생되고 있다. 작품을 관람하다보면 순간순간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토록 지긋지긋하게 들이마시던 석탄가루가 결국 광부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리고 가벼운 석탄가루가 삶의 무게로 다가왔으리라.
비록 우리에게는 광부들의 모습이 과거가 되었지만, 어제도 내일도 없던 그들의 오늘에 초점을 맞춰서 관람한다면 <삼탄아트마인>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갈 공간도 시간도 작품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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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탄아트마인 아트센터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며 느꼈던 먹먹함이 검은 레일 위에 핀 붉은 꽃들을 본 순간 터져버렸다. 열정과 삶의 희망이 있었고, 두려움과 막연함이 공존한 곳이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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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의 정원에는 1974년 900갱에서 갱도 내 출수사고로 인해 희생된 26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추모탑 ‘석탄을 캐는 광원’ 조형물이 세워져있다. | ||
본관인 삼탄아트센터는 과거에 1,000여 명의 광원들이 이용하던 샤워실, 세화장, 세탁실과 수직갱을 움직이던 종합운전실이 있던 종합사무동이었다. 현재는 삼탄역사박물관, 현대미술관 캠, 작가 스튜디오, 아트 레지던스, 마인갤러리, 예술놀이터, 세계미술품 수장고, 와인룸이 꾸며져 있으며 아트 레지던스 및 예술놀이터 등은 사전에 예약을 하면 작가들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 그 외에 해발 832m에 위치 하였다하여 ‘레스토랑 832L’란 상호가 붙은 빈티지 컨셉의 레스토랑이 부지 내에 입주하고 있어 <삼탄아트마인> 내에서 여행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식사, 숙박, 힐링이 전부 가능하다. <삼탄아트마인>은 함백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환경조차 예술적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적함에 다소 심심할 수도 있을 위치이지만 내부 편의시설을 제대로 이용한다면 며칠이고 머물고 싶은 곳이다.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폐광의 흔적들이 어쩌면 예술에 숨을 불어넣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삼탄아트마인 주소: 강원도 고한읍 함백산로 14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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