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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쇼

박수인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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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박수인]발터 벤야민은 현대 사회를 기술복제의 시대라 칭하였다. 기술복제란 인간의 생활에 유용하도록 가공된 수단(기술)으로 본디 하나였던 원작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는 뜻이다. 목판, 동판, 석판을 거쳐 인간은 오래 전부터 문자매체를 복제하여 왔듯, 기술복제는 현대에만 국한 된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사진과 영상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우리는 진정한 기술복제의 시대에 살게 되었다. 사진과 영상은 특히 이전의 손으로 행해지던 기술복제와는 다르게 완벽한 원작의 구현이 가능하다. 발터 벤야민은 이와 같은 완전한 복제가 원작의 가치 즉 아우라를 훼손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미디어미학의 선구자라 불리는 벤야민을 무색하게 만드는 익살꾸러기가 있다. 바로 백남준이다.

 

아우라란 독특한 분위기를 의미하는 익숙한 단어이다. 미학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예술작품은 오직 하나, 지금(시간적)과 여기(공간적)에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오랜 시간을 거쳐 역사성까지 지니게 된다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벤야민은 왜 사진과 영상이 예술작품의 아우라를 훼손하다고 주장하는가. 첫 번째로 재생산된 사진과 영상은 어떤 예술 형태보다도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을 보기위해서 우리는 미술관으로 가야하지만, 영화는 집에서 내 컴퓨터로 침대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재생산된 사진과 영상은 변형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한 번 떠올려보자.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찍은 사진을 편집하여 올리고 싶은 부분만 확대하여 게재할 수도 있고, 필터를 적용해 훨씬 뚜렷하고 알록달록한 사진을 만들 수 있다. 이전에는 작품을 영위하는 관객은 여유가 있는 부유한 계층이었고, 그들이 즐길 하나의 작품을 생산하는 것은 오직 한 화가였다면, 지금은 어디에서나 누구나 언제든 작품을 감상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아우라의 상실은 참이 아니다 라는 것을 증명할 기세로 백남준은 영상으로 그에게 정면 돌파 하고 있다. 전시회의 다섯 번째 방 IDEA에 있는 작품 거북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거북이는 수십 개의 티브이 집합체로 이루어져있다. 집에 있어야 할 혹은 침대 위에 있어야 할 스크린이 조립되어 거대해진 채 전시관 안으로 돌아왔다. 전시회 천장의 프로젝터들은 거북이가 앉아있는 바닥을 또 하나의 스크린으로 삼아 끊임없이 영상을 띄우고 있다. 일반적인 영상의 기술은 어떻게 하면 매체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발전 지향점을 가진다. 반면 백남준의 매체는 이 패러다임을 거슬러 오로지 전시관에서만 볼 수 있는 매체가 되었다.

 

   
 

티브이에는 기하학적으로 변형된 영상이 끊임없이 상영된다. 누구나 재생산해낼 수 있는 영상과는 차별화하기 위해 상의 형태를 과감히 일그러뜨리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영상에 이야기와 음악을 덧붙인다. 이 방에서는 15분마다 한번 씩 쇼가 진행된다. 쇼는 티비가 켜지는 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바닥 스크린에는 티브이가 켜질 때의 짧은 암전현상이 상영된다. 쇼는 웅장한 음악과 함께, 바닥과 거북이는 형용할 수 없는 다채로운 영상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티브이가 꺼질 때의 소리와 암전현상으로 쇼는 끝난다. 백남준은 이를 통해 영상의 아우라를 증명해보이고 있다. 예술작품이 단순히 크기가 크고 기존의 것들과 차별화 된다고 해서 모두 아우라를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티브이 거북이의 크기는 틀림없이 독특한 분위기로 우리를 압도한다.

그런데 백남준이 영상으로 아우라를 창조하는데에는 성공하였을지 몰라도,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에 대한 근본적인 오류는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작품의 생산과 소비 과정이 대중화 되면서 그 원작의 가치는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우라 즉 작품의 가치는 희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복제가 가능한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전율을 느낄 때가 있는가 하면, 루브르에 걸린 모나리자를 보면 ‘에게! 이게 뭐야?’ 할 수도 있다. 아우라를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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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인 기자
tndls1210@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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