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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은 죽었다.

박수인 기자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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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박수인]자신의 귀를 잘랐던 화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한 달 전, 어린아이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의 아이도 꽃 피는 봄이 좋은지 너그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하지만 이 화가의 예고 없던 자살 소식 후 아이의 파란 눈동자는 자살을 예고하는 슬픈 눈동자가 되었고, 그의 심리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아이의 미소와 봄은 미술사에 길이 남을 반어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예술가의 비극적인 죽음과 환경 혹은 정상적이지 못한 생활은 그 사람의 작품 속 의미를 극대화 하는데 멈추지 않고 숭고한 경지로 격상시키는 수단이 된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과 작품을 퍼즐 맞추듯 조각 하나 하나를 대응시키고, 완성된 퍼즐이 자르고 이어 붙여 억지로 끼워 맞춘 퍼즐인지도 모른 채 그 그림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자위한다.

이중섭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정신병을 앓다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은 천재화가라 불린다.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이 드러나는 작품과 편지는 더욱 더 그의 죽음을 비운의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하지만 이중섭의 그림을 이러한 이야기들만으로 한정짓는 것은 미술을 감상하는 데에 있어서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 뿐이다. 2016년 3월 16일부터 5월 29일까지 부암동 서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 <이중섭은 죽었다.>는 그의 그림을 제한했던 틀에서의 해방을 외치고 있다.

   
▲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제목이 <이중섭은 죽었다.>인 만큼 전시는 이중섭이 묻혀있는 망우리공원의 묘지 사진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전시를 쭉 둘러보면 이중섭이 거처했던 장소를 좁게나마 재현해놓고 그 당시 그렸던 그림을 해당 공간 안에 걸어놓았는데 마치 이중섭 테마파크에 온 것 같다. 심신이 쇠약해진 말년에 작품활동을 했다는 ‘서울, 정릉 청수동’ 전시를 지나 ‘통영, 항남 3길 25번지’를 지나 작품 <황소>를 만난 후 ‘대구, 성가병원 서울, 수도육군병원 성 베드루 신경정신과’ 라는 공간을 보게 된다. 병원침대와 위에 올려진 성경책은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시의 전개에 있어서 초반부터 그의 죽음을 배치한 데에는 상당히 큰 위험이 따른다. 남아있는 그림들을 볼 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화가라는 잔상이 남아, 오직 한 가지 시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대구, 경복여관 2층 9호실’과 ‘서울, 마포구 신수동’ 그리고 ‘부산, 르네쌍스 다방’에서 볼 수 있는 재현공간과 그림들은 서로 어우러져 앞서 엄숙하고 무거웠던 분위기를 전환시켜준다.

   
▲ 경복여관 자화상

경복여관에서 우리는 이중섭의 자화상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보통 전시관에서 우리는 그림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는 우리가 정면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자화상이 아니라 거울이다. 자화상은 측면 벽에 걸려있기 때문에 완전한 정면으로 볼 수 없다. 자화상과 거울, 오묘하다. 자화상을 그릴 때 한쪽 측면에는 거울을, 다른 쪽 측면에는 도화지를 두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자신의 얼굴을 그렸을 그의 모습이 상상되어 재미있다.

   
▲ 루네쌍스다방 은지화

‘부산, 루네쌍스 다방’에서는 이중섭의 은지화를 볼 수 있다. 전시공간이 부족했던 한국전쟁 후 예술인들은 다방에서 만남을 이어가기도 하고, 전시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공간 앞에는 우리가 실제로 앉아볼 수 있는 루네쌍스 다방의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벽에 전시되어 있는 은지화 말고도 한 켠에 놓여있는 그 시대의 소품들, 가구들이 신기하고 정겹다.

   
▲ 도쿄문화학원

이 전시는 제3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까지 이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2전시실의 마지막 공간은 ‘도쿄, 문화학원’이다.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이중섭은 자신의 확고한 스타일의 그림 이외에도 많은 그림을 그리고 연습했다.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와 은지화에서 볼 수 있는 익살스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꽃 그림도 있고, 못생긴 얼굴도 있고 도형과 선을 무작위로 그린 것 같은 그림들도 있다.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인간적인 이중섭을 볼 수 있지만, 그의 연습장 같은 이 공간도 천재화가 이전에 원대한 꿈을 꾸고 희망에 부풀었을 화가 지망생 친구 이중섭이 떠올랐다.

이 곳에서 이중섭의 일생은 선형적이지 않다. 얽힌 시간들은 공간의 형태로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끊기고 조각난다. 하지만 이 벌어진 틈은 기존에 알려져있던 이중섭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열쇠이다. 그리고 우리는 화가 이중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들이 만든 이중섭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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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인 기자
tndls1210@theart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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