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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 ⓒ이랑비 | ||
[디아티스트매거진=김혁준]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시는 천천히 읽어야 한다. 하나의 소설을 읽듯. “구두 뒷굽으로 만든 그리움”이란 표현의 이주현 시인처럼 은유를 서사를 읽어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입안에서 단어를 굴리다보면 그림이 그려지는 시처럼, 응시할수록 새로움이 현시되는 매혹적인 그림을 그리는 이랑비를 만나보았다.
인스타그램 : irangbi
Q. 이랑비. 본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명이 지희 이신지?
A. 안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 소소하게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박지희입니다. 본명이 지희 맞아요. 매번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작가명과 날짜와 함께 서명을 하는데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현재 광주에 있는 조선대학교를 다니고 있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어요. 지금은 휴학 중이라 잠깐 동안의 회사 생활과 아르바이트 이후에 현재는 제 시간을 갖고 그간 쉬지 못했던 저에게 여유를 주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 하고 배우고 싶은 것 배우는 지금이 대학 입학 후 가장 행복한 때인 것 같아요. 저번학기에 복수 전공을 시작해서 더욱 바빴던 터라 지금을 즐기려고 해요.
Q. 이랑비는 타 매체 없이 인스타그램에서만 활동하시는 중이죠. 이랑비 라는 이름의 뜻은 뭔가요?
A. 네 인스타그램에서만 활동중이에요. 업로드의 간단함에 편히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작가명인 이랑비(irangbi)는 주변에서도 많이들 뜻을 물어보는데 특별히 뜻을 담고 정한 이름이 아니에요. 발음하기 불편하지 않은 단어를 조합해 만든 이름이 ‘이랑’이었어요. “음….ㅇ….이……..랑.” 이렇게. 좀 어이가 없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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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리 ⓒ이랑비 | ||
Q. 작업 방식에 대해 물어보고자 합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색연필과 펜으로 그린 것과 더불어 일러스트 방식이 혼용 되어 있는 것 같아요. ‘설리’는 지면에 작업하신 건가요?
A. 저는 보통 작업할 때 그리는 수단을 믹스하는걸 선호해요. 오로지 한가지 수단에서 나오는 분위기보단 연필이나 수채화와 같은 손그림의 분위기와 CG의 분위기, 그 두 분위기 사이의 애매모호함이 좋아요. 이런 방식은 두 수단의 매력을 다 담고 싶은 욕심 때문인데, 그림을 그릴 때 작업 방식이 그림마다 조금씩 차이 나는 것도 이 욕심 때문이에요. 그림을 주로 ‘제가 즐겁기 위해’그리기 때문에 한가지 방식으로만 그리는 것 보단 여러 방식을 통해 제가 그리고자 하는 완성의 이미지를 표현하는게 더 즐거워요. 그래서 작업의 경우 보통 손그림을 촬영하거나 스캔을 떠서(주로 스캔을 이용해요.) 이후 CG로 추가 작업과 보정을 통해 상상하는 이미지를 완성시켜요. 설리의 경우 수채화 작업이 맞아요. 에뛰드 화보를 참고로 그린 그림으로 설리의 사랑스럽고 투명한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수채화가 가장 어울릴 것 같아 수채화로 작업한 후 스캔을 뜨고 이후 깔끔한 이미지를 위해 포토샵 수정을 거쳤어요.
Q. 이랑비님의 특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보내주신 작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네타고 있는 여인의 한복 표현, 아네모네 꽃을 한 소녀의 옷, 인어의 조개장식, 포니 헤어밴드 문양이 다 다르고디테일이 살아있죠. 사진적 표현과 회화적 표현의 경계에서 다양함이 눈에 띱니다.
A. 위 작업의 요소들은 컴퓨터 작업이 맞아요. 원하는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그에 맞는 브러쉬를 선택해 작업에 들어가요. 추가로 필요하다면 텍스쳐를 입혀 디테일을 살리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마냥 사진과 같은 사실주의 작업은 앞서말한 ‘애매모호한 경계선’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 맞지 않아서 필요하다면 그 부분에만 들어가고 나머지는 표현하고 싶은 느낌을 살려 자유롭게 그리는 편이에요. 그 편이 그리는데 훨씬 즐겁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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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네모네 ⓒirangbi | ||
Q. 인물을 위주로 많이 그리시지만 제가 좋았던 것은 꽃말로 이어지는 계열의 작품들 이었어요.아네모네, 목화, 소녀에도 꽃이 등장하고. 꽃말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그려야겠다는 영감을 받는 영역이 따로 있는지요?
A.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아주 어릴 때부터 그리는 일이 좋아서 습관적으로 그림을 그렸던 터라 ‘그려야겠다’라는 영감이 굳이 필요하진 않았지만 특별히 그려야겠다 하고 마음이 들 때는 ‘아름다움’을 느꼈을 때에요. 그건 꽃과 같이 단순히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도 그렇지만 따뜻함이라던가, 쓸쓸함이라던가, 슬픔마저 아름답게 보이는 사진 혹은 음악, 풍경을 접했을 때 아름다움을 느껴요. 그것들을 접했을 때 무작정 ‘그림 그리고 싶다.’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아마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림으로라도 표현해 남기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그것을 그대로 표현했건 표현하지 못했건 그리고 나면 해소됨을 느껴요.
Q. 어떤 함의를 담고 있는 메시지라기 보다, 다르게 표현하는 것 혹은 디테일을 넘어서 다양한 표현이 살아있어요. 수채화, 펜슬, 색연필, 일러스트, 사진 다양한 기법이 녹아있으니 보는 재미가 있는 건 당연하구요. 그리실 때 중점을 두고 그리는 부분이나 사람들에게 비춰졌을 때 어떤 점이 두각 되었으면 하시나요.
A. 인물을 그릴 땐 눈을 신경 써서 그리는 편인데 물론 눈동자의 덩어리 질감과 눈썹의 선이 ‘그림의 밀도를 높이니까…’의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사람은 눈을 보면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듯이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눈을 통해 제가 그린 인물의 성격을 상상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그림의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작업한 방식이 보시는 분들의 눈에 더 효과적으로 비춰지도록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Q. 본인이 생각하시는 미술이나, 작품에 대해서, 작품에 의해서 전하고픈 말이나 전해지면 좋을 듯한 영향력이 있다면 무엇일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A. 사실 저는 제 작품이 예술적 가치에 의해 전문적인 시선으로 해석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평범한 아이가 보았을 때도 편하게 바라보고 각자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해요. 저만 해도 미술관 가서 작품을 볼 때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는커녕 ‘이게 뭐지?’ 할 때가 많거든요. 작품은 만든 사람에게도 완성되지만 그걸 보고 판단하는 사람에 의해 최종적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제가 제 그림에서 의도하는게 전하고 싶은게 있더라도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표현하려는 감정이 보는 이에게도 느껴진다면 고맙고 분명 좋은 일이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그림을 보고 무언가를 생각했다면 그걸로 그림은 완성된 것 이니까요. 그 정도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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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수혁 ⓒ이랑비 | ||
Q. 앞으로의 활동에 있어서 일러스트 작업뿐 아니라 다른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신지도 좋지요
A. 앞에서도 말했는데 저는 제가 기억하는 가장 어릴 때의 기억에서도 그림을 그렸어요. 지금 보면 엄청 못 그려놓은 것일 텐데도 주변에서 잘 그린다고 해주니 기분 좋아서 더 열심히 그렸던 거겠죠. 가장 좋아하는 것도 가장 잘하는 것도 그리는 일이에요. 집에서 그림 그리는 길을 선호하지 않으니 고 1땐 취미로만 이어가야 하나 했지만 결국 욕심부려 선택한 길이니 혹시나 제가 일러스트레이터 이외에 다른 길을 택하더라도 그 연장선 안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는 일이면 뭐든 즐겁다 보니 하고 싶은 건 많아요. 뭘 해도 재미가 있으니 욕심껏 다 해보고 싶어요. 글쓴이분이 말하신 웹툰도 다른 아이디 만들어서 슬쩍 그릴지 몰라요(웃음)
또 미술하곤 관련 없는 얘긴데, 현재를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전에 알바 했던 곳에서 30대의 실장님이 저보고 “내가 너 나이로 돌아갔으면” 이러니 옆에 계시던 50대의 사장님이 “넌 청춘이지. 내가 너 나이로 돌아갔으면”하고 실장님에게 말하는 모습을 봤어요. 만약 70대의 할아버지가 그곳에 계셨다면 “니네 다 청춘이야”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에겐 지금 내 나이가 청춘이고 가장 즐거울 때인데 과거 후회하며 지금을 안타까워하는 건 바보 같단 생각이 들었죠. 내가 나이를 먹고서도 “난 지금이 딱 좋아” 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A. 먼저 부족한 제 작품을 예쁘다고 봐주시는 다수의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내가 즐겁기 위해 그리는 이 이기적인 작품들을 보고 배우고 있다는 분들께 한 없이 감사하고 또 힘이 돼요. 제가 누군가에겐 멘토라는걸 잊지 않고 더 나은 작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하시느라 수고하신 기자님 감사하고 너무 늦게 작성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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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어 ⓒ이랑비 | ||
가장 순수하거나 초연한, 소녀스러운 여리여리함. 이랑비의 그림을 봤을 때 처음 느낀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또 사라지듯 떠오르는 희미하거나 색감적인 미. 영화 ‘극적인 하룻밤’에서 배우 한예리가 풀잎을 뜯어 먹을 때와 같은 오묘한 아름다움이랄까. 따스하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매혹적인 역설. 이랑비의 색깔은 그랬다. 소녀적 센티멘탈리티와 더불어 다양한 표현 방식의 대치는 작품 속 얼굴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낸다. 이성적으로 파악하는 작품들이 넘쳐난다고 한들 이렇게 바로 과정 없이 직접적으로 와닿는 혹은 때려버리는 작품이 그 감성적인 부분들을 채워주지 않을까. 오밀조밀함 속 얼굴형과 눈동자, 감정의 표현과 분위기, 시선은 그저 아름답다.
혹여라도 웹툰을 시작하신다면 이름을 바꾸지 마옵고 바꾸려고 한들 저에게는 알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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