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9~2.27 / 파리 페로탕 갤러리
[디아티스트매거진=김정아] 파리 페로탕 갤러리(Galerie Perrotin)에서 개최되는 《오리진(Origin)》 전시는 1962년 세 명의 엘리트 작가들이 창립한 ‘오리진(The Origin)’의 발자취를 다시 가늠해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이다. 홍익대학교 회화과 출신들로 구성된 ‘오리진’은 미술단체로서는 드물게 50년 이상 이어오면서 한국미술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짐과 아울러 추상 미술의 지평 확장에 이바지해왔다. 이 전시에 초대된 최명영, 서승원, (故)이승조 작가는 ‘오리진’의 창립멤버로서 뚜렷한 개성을 갖고 추상회화의 길을 걸어온 중진들이다. 오리진 동인들은 한동안 우리나라 전위미술을 휩쓴 뜨거운 추상의 감정과잉에 대해 회화작품의 평면성을 절제 있게 고수하면서 캔버스라는 수단을 고집했다. 과연 이런 ‘지적이고 동시에 감각적인’ 미술이 있었는가 하고 반문한다면, 우리는 그 전례를 마땅히 ‘오리진’ 작가들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에 참여하는 세 작가들의 작품이 보다 분명한 색채를 갖게 된 것은 《청년작가연립전 (Exhibition of Korea Young Artist Combined)》이 열리던 1967년경이었는데 이때 최명영 작가는 회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한 추상작품을, 서승원 작가는 세모꼴과 색막대를 통한 엄격한 공간구성을, 이승조 작가는 원통형 구조가 반복되는 기하학적 추상작품을 각각 시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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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명영, 〈평면조건〉, 캔버스에 유채, 146.5x112cm, 1975 | ||
최명영 작가의 작품은 공간의 확장성을 갖고 있다. 그의 공간은 제한을 갖고 있지 않으며 위 아래로 무한정 넓혀갈 수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측면보다는 신체성이 대상과 만나는 접촉면적의 확대라는 측면이 더 강한 것으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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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승원, 〈동시성〉,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1971 | ||
기하학을 자신의 회화의 본령으로 삼아온 서승원 작가의 작품에서 색과 형태는 서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과 형태가 서로 호응하는 모습을 취한다. 바탕 또한 단순한 배경으로 머물지 않는데, 물감을 칠하고 덮고 도드라진 면을 깎아내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내면의 참모습을 찾아가려는 측면이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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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조, 〈핵〉, 캔버스에 유채, 162x130cm, 1978 | ||
이승조 작가의 작품은 반복적인 붓질로 인한 입체적인 원통형을 만드는데, 점차 이 원통형의 경계가 흐려짐으로써 이미지보다는 빛과 그림자의 교차라는 새로운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정적이며 사색적인 회화적 기조를 띠게 된 작품은 1970년대에 성행한 단색화의 기류가 작가에게 단색조의 평면에 대한 의식으로 구체화되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에 뿌리를 둔 한국 작가들이 어떻게 변화무쌍한 현대의 문제에 대응하고 극복해나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70년대 한국 작가들은 현대미술을 ‘모국어적 조형’으로 승화시키고, 한편으로는 지구촌의 보편적인 미의식에 어필하면서 전통의 현대화를 도모해갔고, 그런 움직임의 한복판에 최명영, 서승원, 이승조와 같은 뛰어난 작가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의 정신문화에 뿌리를 둔 현대미술의 구현은 식민지 시대를 거친 한국 작가들로서는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으며, 특히나 근대화 과정에서 무거운 역사의식을 지녔던 한국미술가들에게 중심 화두로 떠오른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이들에게서 착종된 정신과는 구별되는 정신의 순수한 경지를 발견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서성록 미술평론가
이번 《오리진》 전시가 파리의 수준 높은 애호가들에게 한국현대미술의 주역들을 알리고 작품의 이해를 제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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