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박수인] 비디오아트의 창시자라 일컬어지는 백남준. 그는 이 시대 최고의 관객모독꾼임이 틀림없다. 교묘한 방식으로 우리를 희롱하는 모습이, 무대 위에서 욕설과 분노로 관객을 모독하는 페터 한트케보다 단연 한수 위다. 전시 <백남준 그루브_흥>이 2015년 11월 13일부터 2016년 1월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1관에서 열린다. 순박한 외모 뒤에 숨겨진 여우같은, 의뭉스러운 그의 면모를 파헤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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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 Phiber Optik | ||
먼저. 백남준이 직접 제시한 자신의 작품 감상 가이드를 보자.
1.좌우간 나의 작품을 30분 이상은 보라.
2.눈을 4분의 3 감고 보라.
3.극단적인 집중을 하라.
4.그러니 직접 해보라
전시관 입구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Phiber Optik>를 마주 하게 된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TV사람 앞에서 ‘4분의 3이 어느 정도지?’ 짐작하며 눈을 감고 티비 화면을 주시한다. 화면에는 사람의 입, 차가 다니는 도로, 형형색색의 화면이 순식간에 접히고 날라 다닌다. 극단적인 집중을 하려는 순간! 턱을 쭉 내밀고 실눈을 뜨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당했구나 싶다. 꼭 작가가 벽 뒤에 숨어 관객들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키득키득 거릴 것 같다. 애초부터 집중을 불가능하게 영상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한 화면은 약 2초 정도 유지 되는데 생각하고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보통의 비디오아트 작가들이 관객을 놀릴 때는, 감시기술 즉 몰래카메라를 이용하여 관람자들을 직접 모니터에 재연시킨다. 하지만 백남준은 저 네 문장만 작품 옆에 써놓으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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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장면 | ||
다음으로, 백남준의 예술은 너무나도 장난스럽다. 캘빈 톰킨스가 백남준과 진행한 인터뷰를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백남준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집에 티비 다 있으시죠? 보통 티비가 고장 나면 수리기사 부르실 거예요. 그런데 저는 그걸 갤러리에 들고 와서 옆으로 세워놓기도 하고 뒤집어놓기도 하고 또 돌리기도 했더니 사람들이 작품이라고 불러줬습니다” 얼마나 허무맹랑한 말인가. 또 백남준의 행위예술이 담긴 영상을 보면 정말 영락없는 아이의 장난이다. 나의 고향이라며 앉아있는 불상을 카메라에 소개시켜준다. 하지만 정작 하는 말은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왜 가만히 앉아계세요. 뭐 할 말 없으세요?”이다. 동시에 계속해서 부처님의 머리를 치기도 한다. 또 스타킹을 만들어 길가를 지나다니는 사람을 놀래 키며 놀았던 제제처럼 로봇을 만들어 뉴욕의 한 길 위에 올려 놔 작동시킨다. 하지만 로봇은 엉성해 몇 발자국도 걷지 못하고 멈춰 선다. 그럼 백남준은 다시 나와 로봇을 원상태로 되돌려 놓고 다시 숨어서 로봇을 작동시킨다.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은 로봇을 보고 놀랄 뿐 만 아니라 길을 막고 있어서 쉽게 지나가지 못한다. 예술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외치며 변기와 수프 통조림을 미술관으로 가져온 그들보다 더 순수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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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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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백남준은 대중들에게 지루함을 선사했다. 권태함의 미학이야말로 비디오아트가 영화와 구분된 하나의 예술장르로서 인정받는 이유라 말한다. 백남준도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재미있겠지만 나중에는 필시 지루해질 것이다. 견딜 것!” 이라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작품 <Global Groove>만 봐도 알 수 있다. 프로젝터 화면 앞에는 푸른 계통의 투명한 아크릴 판이 우리의 시야를 가로 막고 있다. 처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춤추는 장면이 계속해서 왜곡되고 변형되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지만 이내 시들시들해진다. 중간에 우리나라의 전통 춤이 나와 조금 흥미가 가나 싶지만 마찬가지다. 백남준은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음이 틀림없다. 예술의 지루함을 견딜 줄 아는 자들에게 우리는 지식인이라는 훈장을 수여하곤 한다. 이 잘못된 편견이 예술가들을 안일하게 만들기도 했을 것이다. 예술도 재미있어야한다! 라고 주창했던 플럭서스는 예술이라는 단어를 예술오락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이와 반대로 백남준은 견디라는 말과 함께, 지루한 예술에 대한 우리의 허영심을 역으로 파고들어가고 있다. 정말 영악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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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나도 두 손 두 발 들고 백기를 건다. 백남준은 스스로를 황색 재앙이라고 불렀다. 관객들을 자유자재로 놀리고, 기존의 예술의 틀을 깨 혼란을 주는 것을 보면 재앙이라는 단어가 전혀 무색치 않다. 흔히 미술계에서는 이러한 감상을 새로운 미적 경험이라 표현한다. 그것이 불쾌감이든 아름다움이든. 백남준과 같은 이런 천재라면 기꺼이 놀림 받을 준비 되어 있으니 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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