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혁준]
금요일이 기다려진다. 그런데 아주 기다려지고 금요일만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왜 그렇냐고 묻는다면 금요일엔 진눈깨비 소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왜 금요일만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냐고? 진눈깨비 소년을 보고 남아있는 여운이 한주 한주를 비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여느 영화나 음악이 줄 수 없던 감정을 이 웹툰, 아니 이 그림들과 대사가 준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정이 아니라 말하는 듯이 느껴지는 음악이 더 큰 위로가 되듯 진눈깨비 소년은 항상 그렇게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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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눈깨비 소년
소년이 된 나는 어제보다 어지럽다.
눈도, 비도 아닌 마치 소년이 된 나처럼,
아이도 어른도 아닌 나처럼
진눈깨비가 내린다.
사랑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나처럼
진눈깨비가 내린다.
우린 쌓이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닿기도 전에 녹아버릴 것이다.
소년이 된 나는 어제보다 어지럽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오늘을 감당하기 힘들다.
어지럽게 쏟아지는 진눈깨비처럼 셀 수 없이 아프다.
이렇게 어른이 되기는 너무 멀다.
다시 아이가 될 수 도 없다.
오후 내내 진눈깨비가 내린다.
소년은 너무 길다.
진눈깨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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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드 프라이데이 작가 블로그 : http://judefriday.blog.me
Q. 진눈깨비 소년이 지금 대단한 사랑을 받고 있지요. 저도 작가님의 작품을 현재 정말 좋아하구요. 웹툰을 보시는 분들께 매주, 작가의 말로 한 두 문장씩 전해주시지만 독자 분들을 향해 한 말 씀 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진눈깨비 소년>을 그리는 쥬드 프라이데이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작품에 이런 사랑을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Q. 이름이 특별하십니다. 쥬드 프라이데이. 본명은 현종욱님이시지요. 이름에 대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전엔 감성 때문에 작가님이 여성분 이신 줄 알았어요.
A. 쥬드와 프라이데이 모두 제가 좋아하는 소설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입니다. 쥬드는 토마스 하디의 소설 <비천한 사람, 쥬드> 에서, 그리고 프라이데이는 잘 아시는 <로빈슨 크로우소우> 에서 로빈슨이 무인도에서 만난 식인종 친구입니다. 금요일에 만나서 프라이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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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에 나오는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죠. 제가 가장 좋아했고 기억에 남는 표현은. 우진의“인생의 있어 모든 것이 예외가 되는 사람”과 찰스의 “대신 그녀를 사랑하기로 했다.” 도대체 이러한 표현은 어떻게 생각해 내시는지.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되는 계기나 사건이 있으신지요.
A. 특별한 계기나 사건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평소에 읽고 있는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좋은 문장이나 어감이 좋은 단어의 조합을 발견하면 수첩에 적어두거나 머릿속에서 단어를 이리저리 굴리며 뭔가 좋은 문장이 나오나 기다려보기도 합니다. 이름이 없는 혹은 모르는 사물이나 현상 등에 이름을 붙여 의미를 가지며 가슴 뿌듯해하는 악취미도 있죠.
Q. 웹툰 작가를 하시기 이전에는 방송국에서 일을 하셨고 그전에는 영화사에서 조연출로 일하시며 다양한 경험이 있으시고 이러한 것들이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진눈깨비 소년에도 작가님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된 일들이 있으신지요.
A. 네, 직간접적인 경험이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찰스가 군대에 있을 때 활주로에서 사슴가족을 보고 놀랐던 일은 제가 실제로 경험했던 사건입니다. 하지만 전 당시에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죠. 진소에서 우진이 영화미술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조연출로 일하던 당시 제가 담당하고 있던 파트가 미술과 소품이었고 때문에 오랜 시간동안 미술 감독, 소품 감독과 일하게 되었죠. 그 때의 경험이 많이 포함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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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인도에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웹툰작가를 하시게 된 계기와 다른 나라도 아닌 인도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A.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 두어 달이 넘는 기간 내내 인도에서 지내다 오는 것이 대유행이었는데, 전 당시 단편영화에 댈 필름과 현상, 텔레시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방학 내내 학원에서 일을 해야했죠. 영화사를 나와 잠시 회사를 다니며 시나리오를 써 입봉할 생각이었는데, 7년이나 회사를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잘해봐야 1주일정도 되는 휴가로는 인도에 갈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만약 회사를 옮기거나, 잘리거나 운이 좋아 그만두게 되면 그때야말로 인도에서 긴 휴가를 갖겠다. 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인도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으며 특별히 돌아가야 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 했습니다. 여기를 떠나게 된다면 그땐, 또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한 나라에서 30년 가까이 살았으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음악 한 곡과 가장 좋아하시는 표현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작가님한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A. <가장 좋아하는 곡> 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 한동안 고민에 빠져야 했습니다. 좋아하는 곡은 꽤 있습니다만 가사를 음미하며 따라 부르는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노래를 못 부르고. 가사를 외우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오랜 시간이 걸려, 현재 노래 가사 전체를 외우는 곡은 단 한 곡도 없습니다. 음악을 들을 때는 주로 멜로디를 감상하는 편입니다. 멜로디를 들으며 어떤 장면 등을 떠올리며 거기에 인물을 세우고 대사나 나레이션 등을 맡기거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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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림체가 많이 바뀌셨죠. 처음과 지금의 우진이와 해나도 말씀하신대로 점점 늘어가는 것 같고 하지만 그 속에 따뜻함은 여전히 아니 더 많이 있지요. 수채화로 종이에 직접 그리시는데 여기서 오는 감성은 어떤 것인지요. 작품의 내용과 연관 지어서 얘기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눈깨비 소년 전반을 아우르는 감성과 하시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서.
A. 그림체가 많이 바뀐 건 그전에 워낙 못 그렸기 때문이고, 그런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바뀔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력중입니다. 요즘 그래픽 프로그램과 디바이스의 발전으로 사실 결과물로 따졌을 때 수작업에 대한 이점은 이렇다라고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던 이유도 수채화가 너무 너무 좋아서 라기 보다는 당시에 회사를 다니며 연재를 해야했기 때문에 가방속에 늘 원고가 있어야 했고, 그때는 아쉽게도 아직 세상에 가방에 들어가는 액정타블렛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편안하고 재미있습니다. 아마 돌이킬 수 없는 작업이기에 ‘스릴’이 가미되어 그런지도 모르고, 나중에 이걸 팔아서 맛있는 걸 사먹어야지 하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어떤 일을 하면서 ‘재미’를 찾기란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 종이 위에 그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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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정우진이라는 사람이, 참 대단한 사람이고 그가 하는 사랑이 오롯하기에 해나에 비해서는 그가, 사람 관계에서 누가 아깝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싶진 않지만 해나는 아직 사랑을 모르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해나는 결국 자신의 일들이 먼저이면 우진이가 나중에 보이는 그런 현실적인 사람이었지요. 두 사람에 대해서 작가님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요?
A. 해나는 우진에 비해 현실적인 사람이고, 현실적이어야 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점이 우진의 마음을 끌었을 거라는 설정을 두었습니다. 아마도 해나는 그런 자신을 좋아하는, 또 자신에게는 없는 어떤 부분을 가지고 있는 우진이 끌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진은 굉장히 독선적인 캐릭터입니다. 자신이 목표한 것을 향해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성격이죠. 반면에 현재의 해나는 좀 애매해서 타협점을 찾아 많은 사람이 동감하는 쪽을 선호하는 캐릭터죠.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인 고교시절로 가면 오히려 조금 반대입니다. 우진은 아직 방황하는 쪽이고 해나는 오히려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죠. 이 시점에서 우진은 해나의 영향을 받습니다. 시간이 흘러 현재에 왔을 때 해나는 길을 잃어 방황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우진은 확실한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있죠. 해나는 이런 우진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진소의 두 주인공, 그리고 찰스와 수연 이외 많은 캐릭터들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보여주죠. 어떤 전형적인 모습보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나 변화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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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가님이 하시고 싶은 이야기. 간단하게 라도 좋으니 아무 말이나 해주세요. 작품에 관한 얘기여도 좋고 작가님의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여도 좋습니다. 아예 무관한 내용이어도 되구요.
A. 데뷔작인 <길에서 만나다>의 최대 목표는 휴재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도전 만화가에서 8개월 정도 빠지지 않고 연재했더니 정식으로 연재할 수 있겠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100화로 결말을 맺으면서 가장 뿌듯했던 점은 역시 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건 성실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연재 기간 동안 특별히 큰 일이 없었다는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진눈깨비 소년>을 시작하면서도 역시 최대의 목표는 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엔 꼴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였는데, 다행히 최근 꼴찌를 면해서 무척 행복한 마음입니다. 제가 그리는 만화에 어떤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만화 속에서 엄청나게 세련되고 맛깔나는 작품들 속에서 <진눈깨비 소년>이 연재될 수 있는 건 아마도 어딘가 이런 이야기를 바라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맡고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Q. 아래는 제 조언을 구함에 대한 그의 전문입니다.
A. 글쎄요.
어쩌면 가장 의미 없는 것이 인생 선배로서의 연애 조언이 아닐런지요.
결국은 스스로 답을 정해 놓고도 그쪽으로 가려는 자신에게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이제와 돌이켜보면 수많은 감정에 휩싸여 많은 시간을 흘려보냈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아마도 어떤 마음의 결정을 내려도 금방 결정을 번복하게 될지 모르니 타인의 조언이 더욱 쓸모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니 그냥 놔두고 그 외의 다른 시간에 집중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 이야기로 소설을 써본다거나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그렇더군요.
from… Jude Friday / Hyun Jong Wook / 현종욱
I’m in N.Delhi, INDIA now.
그럼 좋은 밤 보내세요.
인도에서 보냅니다.
쥬드 프라이데이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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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좋을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에 오히려 입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눈길로 통하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사랑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그 순간에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연연해하고 내가 믿는 것이, 내가 느끼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었고 강요하고 있었다. 진눈깨비 소년. 이 시의 끝은 결국 어둡게 마무리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진눈깨비 소년이지만, 그렇기에 더 멋진 선택을 할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기에.
진눈깨비 소년.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느껴보려면 이름을 소리 내서 말해보라 한다. 그리하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그렇기에 계속해서 진눈깨비 소년을 반복한다. 너의 이름을 말하는 것처럼, 설령 항상된 느낌을 주지 않더라도 말함은 기억함을 포함하기 때문에 애틋하다. 진눈깨비 소년 속 상황들은 따듯했다. 그런데 너무나 따듯해서 그만 현실을 의심해버렸다. 소중한 것들을 잃지 않게,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 쓸 데 없이 부단한 노력을 했고. 이만큼 생각한다 해서 인정받고 싶었다.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확인 받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그래서인지 더욱 대사 하나하나를 곱씹었고 어떤 것들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내 안으로 들어와 울림을 줬다.
전해진 의미들이 점점 진해지고 그것이 익숙해 질 때쯤. 인터뷰에서 우진의 사랑이 맞고 해나가 부족했다고 말하는 것을 반성한다,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임을 다시 알았고 “그래도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의 것들을 부정하지 않고 사랑은 여전히 타자사랑이어야 하지만, 아무래도 그러한 사랑이란 개념보단 그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반복한다.
진눈깨비 소년이 여럿의 인생과 감정 전반을 다루고, 진소를 볼 수 있음이 다행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바라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진눈깨비 소년덕에 더 많아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표현 하나하나와 인터뷰에 신경을 써주신 작가님에 과분한 감사를 표한다.
모두가 진눈깨비 소년 같은 삶을 살 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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