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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몽, 21세기의 오리엔탈리즘

 [디아티스트매거진=황희상] 두 번에 걸쳐서 티저 영상을, 그것도 ‘무빙 포스터’라는 표현을 쓰며 공개했을 때 대충은 예감했고, 뮤직 비디오를 보고 난 후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SM이 다음으로 실험할 장르는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을.

   

▲ 사진 속 인물은 NCT의 멤버 텐 ⓒSMTOWN 공식 유튜브 채널

SM STATION을 통해 지난 7일 공개된 夢中夢 (몽중몽; Dream In A Dream)은 그렇게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동양적인 선율을 입힌 일렉트로니카 곡은 무수히 존재하고, 누구나 한번쯤은 게임 혹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할 수 있었을 스타일의 곡이다. 장르의 차이는 있지만 이정현의 데뷔곡인 ‘와’ 역시 이러한 맥락의 곡이다. 그럼에도 오리엔탈 판타지를 자극하는 이런 곡들은 오랫동안 서브컬쳐의 향유물이었고 주류 대중 음악에서 진지하게 다루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최근 SM은 태민의 さよならひとり(사요나라 히토리), 그리고 이번 텐의 몽중몽 두 차례에 걸쳐 오리엔탈적인 분위기의 작업물을 선보였다. 특이한 점은, 게임 속 동양 판타지에 가까운 화려한 비주얼을 구현한 태민과는 달리 텐의 몽중몽은 동양풍의 현실적인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와 곡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씩 살펴본다면 어디까지나 현실’적’이지 현실의 이미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몽중몽의 도입부에서 흘러나오는 메인 멜로디는 중국풍이지만 이 곡을 부르고 춤을 추는 텐은 태국인이다. 그리고 텐의 주변을 감싼 이미지들은 일본과 중국의 것이 뒤섞인 ‘극동아의 무언가’이다. 태민의 사요나라 히토리 역시 국적은 알 수 없지만 동양적인 아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것은 누가 봐도 판타지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변형되거나 과장되어 있다. 몽중몽의 이미지들은 현실적인 것 같지만 역시나 그 국적이 불분명한, 동양적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와패니즈로 분류되는 서양의 서브컬쳐 향유자들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백인(White)과 일본인(Japanese)의 합성어인 와패니즈는 일본 문화에 심취한 서양인들을 비꼬는 명사이다. 물론 인종을 떠나 서구 문화권에서 일본 문화에 심취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쓰이지만 실제로 이들은 일본 문화 그 자체보다는 일본적인, 그러니까 동양적인 그 무언가에 대해 열광한다. 자포네스크와 시누아즈리 그 사이 어딘가에 현대의 와패니즈적 콘텐츠가 존재하고 몽중몽은 그곳에 위치해있다. 좀 더 짧게 표현하자면, 몽중몽은 현대의 오리엔탈리즘이다.

   
▲ ⓒ텐 ‘夢中夢 (몽중몽; Dream Of A Dream) 뮤직 비디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몽중몽은 와패니즈들에게 있어 “동양적인 무언가”로 뭉뚱그려지는 국가 중 하나인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중국과 한국, 일본, 그리고 태국의 문화 차이를 서구권의 사람들보다 비교적 명확하게 알고 있는 곳의 사람들이 이러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 의도가 분명하다. 몽중몽이 향하고 있는 대상은 와패니즈들이다. 와패니즈들을 향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것은, 현대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고 소비되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동양인들 스스로도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아, 서구인의 시각으로 스스로의 문화를 바라보는 내재화된 오리엔탈리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오리엔탈리즘은 오랫 동안 한국 대중 음악에 있어 가끔씩 나오는 독특한 (혹은 에스닉한) 작업물로 여겨져 왔고 주류 장르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한 와중에 국내에서 가장 거대한 음반 기획사 중 하나인 SM에서 연속해서 오리엔탈 판타지로 점철된 작업물을 선보였다는 것은 어떠한 메시지가 읽혀지게끔 한다. “여기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동아시아의 오리엔탈리즘이 있다!” 같은 노골적인 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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