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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나되었던 인생에 대한 마침표 아닌 음표, 영화 <라라랜드>

   
▲ 영화 <라라랜드> 메인포스터

[THE ARTIST매거진=민소영]

“어쩌면 난 그만큼의 재능이 없는지도 몰라.” 오디션을 보는 도중 난입한 직원으로 흐름이 끊기거나, 울고 있는 연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웃는 사람들. 단 1초만으로 자신의 능력이 평가되거나 소비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쫓아야 할 꿈은 어디에 있는 걸까. 영화를 이루는 것은 배우 지망생인 미아(엠마 스톤)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이 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상을 살면서 어쩌면 꿈을 꾸었던, 꾸고 있는, 꾸고 싶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기자와 평론가들, 그리고 관객들로부터 8점 이상의 별점 세례를 받는 이유는 확연하다. 이루고자 하는 소망에 대해 노래하며 모두가 원하는 유일한 것, 바로 누군가의 사랑에 대해 마음 저릴 정도로 기대하고 기다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사실 필자는 영화 전개 초반부에 실망한 케이스다. 익숙한 뮤지컬 클리셰들이 속출하고, 약간 과장된 느낌들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었다. 더불어 포스터 장면의 탭댄스라는 소재는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Singing in the Rain)>(1952)에서 이미 점정을 찍었다고 생각하기에, 배우들의 무수한 연습과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허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절반이 지나 여름이 끝나갈 무렵, 이 영화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두 청춘이 만나 춤추는 공간을 마치 꿈으로 수놓은 듯한 장면과 그들의 사랑도 아름다웠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커플의 종착지가 마냥 로맨스만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게 하는 구성들은 사랑이야기보다도 그들이 그리는 미래와 꿈에 더 집중하게 한다.

   
▲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그 몰입에 한층 진한 향을 덧입힌 것은 ost였다. 영화 <위플래쉬>때부터 재즈를 시종일관 돋보이게 활용한 감독 다미엔 차젤레의 뛰어난 지휘 하에, 뮤지컬 특유의 요소들은 우주 속 별들이 서로 어우러지듯 환상적인 영화음악을 완성한다. 2016 LA 비평가협회상 음악상을 수상한 것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이 뿐이겠는가, 영화 <노트북> 속 노아(라이언 고슬링)가 지녔던 슬프고 우아한 매력이 다시금 세바스찬이 연주하는 피아노 건반 위로 돌아온다. 피아노의 선율만이 감당할 수 있는 요소를 백분 활용한 셈이다. 배우들의 목소리 또한 서로 잘 어우러져서 모든 노래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 같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무엇보다 이 영화를 완성시킨 것은 로맨스를 넘어, 꿈을 공유하고 함께 나아간 이들이 서로에게 가진 ‘그 무엇’이다. 단순 로맨스라고 하기에 미아와 세바스찬은 너무나 많은 꿈들을 공유한 사이였다. 잘못된 길에서 헤매거나 용기를 잃어버렸을 때, 등대가 되어주는 이상적인 한 쌍이었다.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각자 상대방의 위치에서 자신을 낮춘 채 함께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필수불가결한 존재. 만약 미아가 만난 이가 죽어가는 재즈에 대한 갈망과 열기를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면, 만약 세바스찬이 만난 사람이 부딪히고 깨어지면서도 원석을 속 안에 담아둔 이가 아니었다면 ‘라라랜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미아가 부른 ‘오디션(Audition)’은 꿈을 꾸지만, 여전히 깨어지거나 무너지는 이들에게 ‘그럼에도’ 라는 희망을 준다. 아니, 희망보다도 그 어딘가에 열정을 지속하고 있을 누군가처럼 나아가길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우리에게조차 힘껏 설득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의 필요성과 나, 너, 우리 모두의 존재 필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눈물이 차올랐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미아를 알아준 세바스찬과 그의 진정한 꿈을 인지시키기 위해 상처를 온 마음으로 받았던 미아 덕에 그들의 꿈은 성취의 미래를 맞이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 아름다운 한 쌍이 서로의 꿈을 위해 함께했듯, 꿈을 위해 각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열정을 공유했던 하나의 노래로 서로를 기억한다. 어쩌면 이 영화가 가장 전하고 싶던 메시지는 사랑이 끝나고 지나는 순간에도 지속되는 노래에 대한 것일지 모른다.

   
▲ 영화 <라라랜드> 스틸컷

‘우리가 원하는 오직 한 가지는 사랑’이라고 노래했던 그들.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야.” 라는 말은 연애가 지속될 거라는 헛된 믿음의 약속 같은 것이 아니었다. 열정이라는 것이 그들의 인생 속에 지속되는 한, 꿈을 이루고 또 다른 꿈을 꾸는 중에도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고 함께 그 길을 걸어가 준 이의 마음과 열정을 평생 사랑하겠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함께 꿈꾸던 노래 속에 깊이 박혀 절대로 잊혀질 수 없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존재할 수밖에 없는 초월한 형태의 ‘무엇’이었다.

영원히 지속될 불멸의 ‘사랑’. 그들은 서로의 손을 끝까지 잡진 못했지만 그것을 얻었다, 음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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