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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재개봉 포스터 | ||
[THE ARTIST매거진=민소영]
“세상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자신이 본 것 이외엔 생각하기 어렵죠.” 영화 속 저 대사를 접했을 때, 관객은 세 부류로 나뉜다.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 사람, 질타하는 사람, 그 둘이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하는 사람. 필자가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를 처음 접했을 때, 국내개봉제목이 원제인 <Wicker Park>보다 훨씬 뚜렷한 의미를 내포함에 감탄한 적이 있다. 시카고에 자리한 위커파크(Wicker Park)는 매튜(조쉬 하트넷)과 리사(다이앤 크루거)가 은연 중 그들만의 만남 장소로 꼽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원제는 난항을 겪어 마주하는 그들의 로맨스에 초점을 둔다. 국내제목인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는 알렉스(로즈 번)의 혼사랑은 물론, 지나온 사랑의 연을 길게 늘여놓은 채 헤매는 주인공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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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스틸컷 | ||
그만큼 복잡하고 때로는 기이하게 느껴지는 멜로 영화다. 원작인 영화 <라빠르망>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상처 입히면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특히나 영화의 편집 방식이 그 화룡점정을 찍는다. 만약 시간 순으로 이 영화를 감상했더라면 알렉스(로즈 번)의 욕심만이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고, 안타까움이나 증오의 감정이 아예 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순, 혹은 사건마다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으며 각자 나름의 정당성을 하나 둘 더하면서 사랑이 가진 왜곡된 형태를 여러 인물로 드러낸다. 적어도 세 인물 이상의 사랑관계가 얽히면서, 촘촘한 완성도와 더불어 애매함도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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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스틸컷 | ||
영화를 보면서 드는 의문은 세 가지다. 첫 의문은 모두가 느끼듯, 알렉스의 행동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되어질 수 있을 것인가 이다. 어쩌면 매튜(조쉬 하트넷)가 처음 리사(다이앤 크루거)를 보고 느낀 감정을 가장 먼저 경험한 이로써, 아끼던 친한 이웃(혹은 친구)이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 모습을 창문 밖으로 건너보며 느꼈을 좌절감은 우리가 판단할 수 없는 무엇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도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기를 위해서는 특정 인물이 된 것처럼 거짓말하라던 리사의 말을 기억했던 걸까, 알렉스는 어느 순간부터 모두에게 각자 다른 인물이 되어간다. 거짓말로 점철된 여러 상황들이 얽히면서 풀어져나가는 현재와 과거 속에 우리는 분노를 느끼면서도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엮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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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스틸컷 | ||
여기서 두 번째 의문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과연 서로를 그토록 간절히 원하면서도 매튜와 리사는 왜 각자 따로 얽매인 실타래를 뒀던 걸까. 이미 약혼녀를 곁에 두고 있던 매튜와 문제가 많던 전남자친구 다니엘과 시카고에 돌아온 기간동안 얽혔던 리사였다. 여기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의 의미는 매튜와 리사 사이의 사랑이 아닌, 서로가 없는 동안 진행된 ‘각자 사랑해온 기간’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리사의 흔적을 쫓아 찾아온 곳에서 알렉스를 만나게 되고, 리사의 여러 면모와 일치하는 그녀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매튜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사랑은 결국 그림자를 쫓는 것일까. 심지어는 매튜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친구인 루크(매튜 릴라드)에게 접근해 거짓 연인 행세를 하는 리사 또한 다르다 볼 수 없다. 마음 속으로 그리는 사람을 따로 두고, 사랑이라는 위선을 이어가는 이들을 보며 마음 한 켠이 우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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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스틸컷 | ||
세 번째 의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튜와 리사가 재회하는 순간이 그리 애타고 사랑스러운 이유다. 한 눈에 반해 리사를 쫓던 매튜의 눈을 빌어 우리 또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연출과 구도가 큰 몫을 한다. 매튜가 고장난 비디오 캠코더를 수리하다가 봤던 영상 속의 여자를 실제 골목 어귀에서 발견해 담아낸 앵글의 장면은 필자의 심장도 뛰게 만든다. 또한 그런 그를 인지한 리사가 루크의 구두 매장 앞에 찾아와 매튜가 건네는 구두를 신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아마도 구두를 신겨주는 그의 모습 속 떨림과 진심을 느꼈기에 약속이 담긴 메시지를 두고 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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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스틸컷 | ||
단연 가장 최고로 뽑는 연출 장면은 엔딩 씬이다. 필자는 이 장면을 몇 번이고 되돌려 봤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먼 거리에서 알아본다는 것만으로도 그 애타는 마음이 전달되고, 그녀를 부르거나 달려가 와락 껴안지 않는 모습은 절절함을 더한다. 그녀의 뒤에 가만히 무릎 꿇고 앉는 그의 모습으로 2년간의 긴 기다림이 느껴진다. 그런 그를 감지하고 뒤돌아선 그녀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가장 좋았던 연출은 그런 그들을 사이에 두고 일상을 지속해가는 빠른 발걸음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드문드문 비치는 연인의 애타는 애정이 돋보이면서도 또 묻히는 것만 같다.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스쳐 지나갔을 사람들, 스쳐 지나가는 시간 동안 또 사랑을 겪을 사람들. 여정이 시작되고 끝나는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오가는 사람들 속, 우회해서 만난 인연과 우연 같아 보이는 운명에 대해 시사한다. 이 장면 속 Coldplay ‘The Scientist’ 삽입곡의 가사는 마음 속을 위커파크의 눈처럼 덮는다.
“Running in circles, coming up tails
쳇바퀴 돌 듯, 꼬리의 꼬리를 물어 생각했지만
Heads on a science apart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어요
Nobody said it was easy
아무도 이게 쉬울 거라고 하지 않았죠
No one ever said it would be this hard
하지만 이렇게 힘들다고도 하지 않았죠
Oh take me back to the start
오, 우리의 처음으로 나를 데려가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