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디아티스트

송강호의 시대극 영화 Choice 5

  [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영화의 얼굴을 꼽자면 송강호다. 다른 배우들도 송강호의 아성을 위협하긴 했지만 송강호가 어느 누구 앞에서도 작아지진 않는다. 그것이 송강호라는 배우의 위력이다. 송강호라는 배우가 그저 많은 작품을 연기해내고 많은 작품을 성공해서 국민배우로 올라섰을까? 아니다. 좋은 작품을 고르는 눈이 있었고 그 좋은 작품들 중에서 우리나라를 대변하는 역사, 시대극을 적절히 감당해낼 줄 아는 능력을 지녔기에 국민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진정한 국민배우로 거듭나게 해준 송강호의 시대극 영화를 다시 한 번 감상해보자.

   
▲ ‘살인의 추억’ 스틸컷

  살인의 추억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 이후로 현재까지 눈부신 성장을 겪었다. 특히나 80년대는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국민소득도 수직적으로 상승한 시기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중산층이라는 계층을 만들어내며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준비를 하게 됐다. 그래도 사회의 모습은 준비단계였으며 지금 보면 옛스러운 모습들이 남아있던 1980년대였다. 사회가 성장을 하니 그에 따라 범죄율도 상승했다. 특히나 연쇄살인. 1980년대 의문의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가 바로 ‘살인의 추억’이다. 결국 형사들은 연쇄살인범을 검거하지 못 했다. 결국 온갖 노력 끝에 검거하지 못 한 1980년대 형사의 단상을 송강호가 연기했다. 80년대 기술력으로 범인을 잡으려는 온갖 방법, 80년대 시설물을 능청스럽게 다루는 송강호의 연기 속에서 우리는 ‘살인의 추억’이라는 1980년대 나름의 추억여행을 다녀온다. ‘살인의 추억’이라는 영화, 그 속의 송강호의 연기만 보고 있어도 충분히 1980년대를 체험할 수 있다.

   
▲ ‘사도’ 스틸컷

  관상

  2013년 본격적으로 송강호는 시대를 담은 영화에 몰두한다. 그 시작이 바로 ‘관상’이었다. 이번에는 조선시대였다. 관상이라는 방법으로 밥벌이를 해가며 결국 1453년 계유정난(癸酉靖難) 중심까지 서게 된 가상의 인물 김내경을 송강호는 연기했다. 김내경은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관상이라는 일종의 방법으로 앞을 내다보기도 했으며 이는 계급을 막론한 심리였다. 이것이 ‘관상’에 제대로 묻어났으며 이를 송강호가 중추적으로 이끌고 전달한 것이다. 선조들의 심리와 신앙 나아가 조선시대 초기 중요한 역사 중 하나인 계유정난(癸酉靖難)까지 영화에 적절히 녹여냈다는 것, 시대극을 감당할 줄 아는 배우 송강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변호인’ 스틸컷

  변호인

  다시 1980년대로 돌아오자. 그렇다. 물론 1980년대는 대한민국이 고속성장을 겪던 시기였다. 어느 누군가들에게는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 시기로도 기억된다. 다른 시각으론 1980년대가 어떻게 기억될까? 경제의 성장뿐만 아니라 정치의 성장 시기, 시민민주의식의 성장시기로 기억된다. 1980년대는 민주화 운동이 활발히 일어났고 정치도 군부정치에서 민주정치로 성장했다. 정치 성장의 일례를 영화 ‘변호인’은 면밀히 묘사했다. 송강호가 연기한 송우석을 중심으로. 돈만 밝히는 변호사가 인권을 변호하는 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들 자신을 투영했고 비로소 1980년대가 경제뿐만이 아닌 정치와 의식이 성장하는 시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이 느낌을 송강호라는 배우가 강한 연기로 인도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 한다.

   
▲ ‘사도’ 스틸컷

  사도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가 보자. 아니 조선 중에서도 후기로 가보자. 조선후기왕조에서 가장 중요한 왕족계보 중 하나가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계보다. 영조, 사도세자, 정조 이 세 왕족이 그리는 드라마는 조선후기 붕당정치의 단상을 가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노론과 소론의 정치분쟁 속에서 영조, 사도세자, 정조 이 세 왕족은 끊임없이 정치적 고뇌를 이어가야했고 그 고뇌는 고뇌 수준을 넘어 영조가 사도세자를 죽이는 그리고 정조는 이를 기억해 훗날 현실정치에 반영하는, 아주 굵직한 역사를 만들어가게 한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영화 ‘사도’는 때로는 감정적으로 때로는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의 존재감, 사도세자를 연기한 유아인의 존재감은 한 치도 물러날 수 없다는 듯이 서로의 연기력을 으르렁 거리며 맞대었다. 송강호와 유아인은 그대로 영화 속에 영조와 사도세자로 옮겨졌으며 조선후기 중앙정치의 모습을 영화적으로 잘 보여줬다. 송강호 혼자는 아니었지만 다시 한 번 송강호는 유아인과 함께 효과적인 시대극 영화를 완성했다.

   
▲ ‘밀정’ 스틸컷

  밀정

  1980년대와 조선시대를 시대극 영화로 잘 전달한 송강호는 이제 대한민국 영화인이라면 누구라도 소재를 삼고 싶을 시대, 일제강점기로 향했다. 일본에게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이어가는 의열단과 독립운동을 뿌리 뽑기 위해 악랄하게 독립군을 학살하는 일제, 이 두 세력 사이에서 갈등의 갈등을 이어가는 조선인 일본경찰 이정출 역을 송강호는 기술적이고도 관록 있는 연기력으로 감당했다. 상당히 어려운 역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어디에 더 가까운지 내내 고민하는 이정출의 심리를 송강호는 자신의 얼굴과 연기로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다. 이정출의 고민, 그 자체만으로 시대를 대변한다. 물론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순국하신 영들도 있다. 하지만 시대와 타협에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살아간 조선인들도 결국 조선인들이다. 그들도 그 시대에 살았다. 이 영역에 속하는 단적인 인물을 송강호가 이정출이란 역할로 잘 표현한 것이다. 누가 누구를 속이고 누가 누구의 밀정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정출 자체를 보여준 송강호의 연기력에 다시 한 번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를 느꼈다.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