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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 ||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스포일러 포함
패를 받았다. 스트레이트 플러쉬가 들어온 환상적인 패다. 얼마를 배팅해도 잃지 않을 패였다. 그런데 이 패를 가지고 원 페어를 내버린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런 영화다. 데드샷, 할리퀸, 캡틴 부메랑, 인첸트리스, 엘 디아블로, 조커 등등 온갖 매력적인 패들을 골라와 놓고선 어이없을 정도로 멍청하게 게임을 진행한다. 완벽한 기획의 실패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보여준 성급함이 아직도 느껴진다.
영화는 <배트맨 대 슈퍼맨>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 2의 슈퍼맨이 나타나 테러리스트가 된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아만다 월러(비올라 데이비스)가 그 해답으로 ‘테스크포스 X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데드샷(윌 스미스), 할리퀸(마고 로비), 캡틴 부메랑(제이 코트니), 킬러 크록(아데웰 아킨누오예 아비제), 엘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 인첸트리스(카라 델레바인), 슬립낫(아담 비치)로 이루어진 수어사이드 스쿼드(자살 특공대)를 조직한다는 것이 그 프로젝트의 정체. 군인 릭 플래그(조엘 킨나만)와 그를 돕는 카타나(카렌 후쿠나가)가 그들을 통제하는 팀이 결성된다. 한편, 도심의 지하철에서 괴생명체가 나타난다. 이를 막기 위해 ‘수어사이드 스쿼드’기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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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배트맨 대 슈퍼맨>보다 단점이 많이 보여서 어떤 것부터 적어야할지 모르겠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후반부로 갈수록 붕괴되고, <부산행>보다 더한 신파가 영화 속에 가득하며, 영화 속 상황이 ‘지구의 위기’라기엔 다들 너무 침착하고 작전의 목적도 어이가 없다. 액션은 단조롭고, 억지로 키치하고 유머러스해 보이려는 영화의 톤은 부자연스럽다.<배트맨 대 슈퍼맨>처럼 떡밥만 뿌려대지 않았다는 점은 좋았지만, 그 외에 장점이 뭐가 있는지 떠올려보면 할리퀸의 존재감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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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영화는 작정한 듯이 할리퀸에 많은 러닝타임을 할애한다. 제대로 미쳐버린 정신병원 의사로 마고 로비가 완벽하게 빙의해 영화의 최대 매력이 된다. 의외로 솔로 액션 장면도 많고, 단독 샷이 가장 많은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마고 로비의 외모, 목소리, 행동 모든 것이 할리퀸이 되어버렸다. 또한 할리퀸의 과거와 조커(자레드 레토)와의 이야기가 자세히 그려진다. 하지만 데드풀의 트루러브스토리에 버금가는 할리퀸과 조커의 이야기는 영화를 지겹게 만들어버린다.
이는 마고 로비와 자레드 레토의 잘못이 아니라 온전히 각본의 잘못이다. 이런 식으로 극을 진행시킬 것이었다면 차라리 조커의 등장을 나중으로 미뤘어야 한다. 애초에 조커의 등장을 카메오 정도로만 축소하고, 할리퀸의 과거 이후 그를 등장시키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커의 얼굴을 최소한으로 보여주고 그의 목소리와 몸동작만 조금씩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애초에 그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멤버인 것처럼 홍보된 것이 패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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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그 외에도 데드샷, 인첸트리스, 릭 플래그, 엘 디아블로 등의 과거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전사는 별 다른 감흥 없이 전형적으로 소비된다. 또한 아만다 월러가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이자 그들이 ‘알고 보니 괜찮은 놈들이었다.’ 정도를 증명하기 위해 설치한 뻔한 덫일 뿐이다. 특히 데드샷의 과거와 에필로그 장면이다.
카타나는 어느 순간 칼에 잠든 남편의 영혼과 대화하며 울고 있고, 엘 디아블로는 갑작스럽게 가족들을 떠올리며 숨겨왔던 파워를 분출한다. 릭 플래그와 준 문(인챈트리스가 숙주로 삼은 박사), 할리퀸과 조커 등 러브라인도 너무 많다. 할리우드산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이유는 신파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MCU와 비교를 하자면, 신파를 위한 캐릭터(앤트맨)을 정해두고 유머를 통해 중화시킨 방법을 사용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모두가 애인, 남편, 딸, 아내 때문에 신파극을 벌이는 것은 교통정리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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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어쩌면 PG-13등급을 받았기에 이런 사단이 벌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악독해야할 슈퍼 빌런들과, 그들을 통제하기 위해 더 악독해야할 아만다 월러가 너무 착해져버렸다. 관객이 기대한 것은 아만다가 데드샷의 딸을 잡아다 적진에 던져서 동기부여를 하는 모습이지, 딸의 양육권을 요구하는 데드샷이 아니다. 덕분에 액션들도 많이 약해졌다. 영화의 액션은 <배트맨 대 슈퍼맨>이나 <맨 오브 스틸>처럼 강력하지도 않고, <어벤져스>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처럼 캐릭터들의 개성이 액션에 드러나지도 않았다.
액션은 딱 FBI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총격전 수준이다. 데드샷과 릭 플래그는 총을 쏘고, 할리퀸은 열심히 야구배트를 휘두르며 카나타는 칼만 열심히 휘두르고, 이따금 등장하는 킬러 크록과 캡틴 부메랑은 열심히 힘자랑만 한다. 무미건조한 카메라 워크로 훑는 액션장면은 4DX로 봐도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후반부 영화의 메인 빌런이 된 인첸트리스와 멤버들의 대결은 이 영화가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의 블록버스터가 맞는 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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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관객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바랐던 캐릭터 이용은 의외의 인물에게서 구현된다. 바로 슬립낫이다. 마치 프로필 파일처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멤버들을 소개하면 영화의 초반 20분 동안 슬립낫은 아주 잠깐 사진으로 등장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인데, 로프를 발사해 이곳저곳을 잘 타고 다닌다는 설정에 재밌는 활약을 보여주지 않을까 관객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기대를 품은 지 5~10여분 만에 슬립낫은 사망한다. 도주를 시도하다 아만다가 목에 심어둔 폭탄을 폭발시켜 버린다. 자신이 모은 팀원을 단지 소모품으로 생각해버리는 아만다의 악랄함이 제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심지어 슬립낫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중요 멤버로 홍보해 그 효과가 더 컸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보러 온 관객이 기대한 것은 평탄한 이야기와 고루한 신파가 아니라 이런 종류의 강렬함이다. 결국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좀 더 막 나갔어야 한다. <데드풀>의 성공에서 배워야 한다. 완성도만 뒤따른다면, 등급에 상관없이 충성도 높은 코믹스 팬들은 물론 일반 팬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다. DCEU는 아직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는 것에 있어 MCU에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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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영화의 예고편에 쓰인 퀸의 ‘Bohemian Rhapsody’가 화제가 됐었다. 이후 공개된 화려한 OST 참여진(Skrillex, Rick Ross, Twenty One Pilots, Logic, Imagine Dragons, Wiz Khalifa, Lil Wayne, Kevin Gates, Skylar Grey, Mark Ronson 등) 때문에 영화 속 음악 활용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졌다. 롤링스톤즈의 ‘Sympathy for the Devil’에서 에미넴의 ‘Without Me’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등장하는데,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흔히 보기 힘든 음악들이라 흥미로웠다.
최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등의 영화에서 적절한 올드팝의 활용으로 호평을 받았었는데, <수어사이드 스쿼드>역시 그 흐름을 이어가려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몇몇 음악들의 사용은 유치하다 생각된다. 예를 들면 흑인이고 대머리인 데드샷이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는 장면에서 칸예 웨스트의 ’Black Skinhead’가 흘러나온다. 음악 자체가 그 장면이랑 썩 잘 어울리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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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DCEU가 MCU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사실 DCEU의 영화가 로튼토마토 등에서 과하게 혹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MCU의 영화들이 올려둔 높은 기준점은 <엑스맨: 아포칼립스>같은 무난한 영화들까지 망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블레이드>나 <판타스틱4>, <레지던트 이블>을 즐기던 관객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리는 슈퍼히어로 영화에 점점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나 역시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좋게 보지 못했지만, 2시간 동안 즐길 거리가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잘 만들었다고 할 순 없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오락적이다. DCEU가 해야 할 일은 조급해하지 않을 것뿐이다. MCU는 <어벤져스> 이전에 영화를 5편이나 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띄는 영화일 뿐이지, DCEU가 세계관을 정립하고 나아가는 데 질이 많이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단순 재미만 놓고 본다면 MCU의 <퍼스트 어벤저>보다도 더 즐거운 오락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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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컷 | ||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의 폭로로,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영화의 각본을 쓸 시간이 6주뿐이었고, 워너 스튜디오의 압박과 간섭이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예이츠 감독이 준비한 편집본 대신 워너 제작진이 직접 고용한 편집팀이 편집한 영화가 지금의 <수어사이드 스쿼드>라고 한다. 우리는 또 다시 DCEU 영화의 확장판/감독판/궁극판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마블이 독자적으로 스튜디오를 차려 영화들을 제작하는 것처럼 DC 역시 DC필름즈를 설립해 앞으로의 영화들을 제작할 것이라고 한다. 당장 내년에 개봉할 <원더우먼>부터 줄줄이 이어질 DCEU의 영화들에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