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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자신만을 상처 입히던 분이야”
[THE ARTIST 매거진=민소영] 제인(카르멘 에조고)이 쳇 베이커(에단 호크)와 한 때 무대에 함께 올랐고, 그가 존경해 마다 않는 찰리 파커의 이야기에 반감을 보일 때, 쳇 베이커가 한 말이다. 이 문장이 영화 끝나고도 한참을 머물렀다. 혹자는 이 영화가 극복과 실패의 이야기, 혹은 예술가의 고뇌에 대한 진한 음색이라 칭할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가 회자되는 이유에 대해 필자는 약간 다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만약 본인 스스로가 쳇 베이커와 같은 천재가 아니고, 약을 한 경험이 없다고 해서 비난을 할 것이라면, 필자는 그 모두에게 헤로인이 존재한다고 역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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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이버 영화 | ||
필자는 예술가 출신이다. 작업이 풀리지 않으면 비록 본인이 담배를 피지는 않았지만, 담배 연기 자욱한 공간으로 나가 한참 들숨만을 쉬었다. 자신의 내면과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는 것이 비단 예술가만 겪는 것일까. 술에 의지해보지 않은 이도 없을 터이니 영화를 보면서 단 한번도 공감이 가지 않은 이는 없으리라 예상한다.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극복하지 못하는 의지에 대한 고충이 농축된 마지막 5분은 섣불리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약이 발단이 돼 폭행을 당한 쳇 베이커가 앞니를 모두 잃게 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미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은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전 애인인 일레인 역할로 함께 영화를 촬영했던 제인 뿐. 그런 그녀에게 의지하기 이전, 그는 이미 경고를 했다. 자신만을 상처 입히는 이와 함께 취해있던 순간을 영광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나에게 다가오지마’라는 고백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입술과 마음을 열었고,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던 그에게 그녀는 날개 없는 천사로 보였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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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이버 영화 | ||
그렇게 사랑으로 극복해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치유를 느낀다. 더불어 자연 경관 속에서, 다른 말로 하면 방해 없는 고요 속에서, 그는 음악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시선의 방해 없는 그 곳에서 그는 이전의 삶을 버렸다. 배우로서의 꿈을 내려놓고 쳇 베이커를 따라 그의 고향으로 내려간 제인의 용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어쩌면 주도하는 듯 보이기도 하며, 그를 이끌고 곁에 머물면서 사랑으로 치유한다. 하지만 다시 도시로 올라오기 직전 쳇 베이커와 그의 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복선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포기했던 아버지와 달리 그는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말하며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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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이버 영화 | ||
도시에서의 삶이 시작되면서 그는 이전과 다른 압박감을 느끼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피자가게에서 연주하던 당시 팬이라며 몰래 헤로인을 건네는 여자, 제인이 오디션에 도움을 얻기 위해 단둘이 감독과 있던 순간에 대한 질투. 특히나 마지막에 가서 그가 경쟁자였던 디지와 마일스 앞에 서기 직전 흘렀던 눈물과 갈등은 그가 지난 순간의 노력을 단숨에 포기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제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의 모습을 보이면서 어쩌면 그는 헤로인이 없는 삶을 살아내고자 극복한 것이 아니라 그녀 자체를 헤로인으로 여기고 견뎌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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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네이버 영화 | ||
자신 본연의 모습을 믿지 않던 쳇 베이커였다. 단순한 약쟁이의 슬픈 말로가 아닌 개인 의지의 상실과 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택의 쳇바퀴 속 모든 인간이 느껴야 할 고독에 대해 영화는 말하고 있다. 특히나 개인의 의지가 꺾여가고, 경쟁심 앞에 작아지는 개인들이 수두룩한 이 시대에 영화 <본 투 비 블루>가 다양성 영화 1위를 달리는 것은 예고된 당연한 현실인지도 모른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이 본인이 힘들 때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자신 표현의 수단이 많아지고 잦아진 현 시대에 필자만 하더라도 고통을 토로할 경로를 너무나 많이, 쉽게 접한다.
수많은 에세이들이 아픔과 고독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이를 읽으면서 혹은 직접 글을 쓰면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아니, 자위한다고 표현하고 싶다. 공감과 몰입의 순간에는 희열에 휩싸이지만, 결국 혼자임을 발견하고 난 후 텅 빈 마음이 얼마나 고독하던가. 다른 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떻게 자신은 판단해주는가에 집중하기보다 본인 스스로를 믿는 힘이 필요한 시점에서 쳇 베이커 또한 무대를 원하면서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를 믿어주는 거의 유일한 존재인 제인이 곁에 있지 않으면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입술의 흔들림과 가녀린 목소리로 쳇 베이커의 의존적이고 나약한 내면을 기꺼이 밖으로 표출한 에단 호크의 연기가 호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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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담배 자욱한 재즈 카페에 홀로 남아 멍하니 수북한 재떨이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어떠한 사람에게 쳇 베이커는 히로인이었을 것이고, 재즈 역사상 회자되는 천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히로인이 헤로인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이 되려 자신을 잠식시키고 있진 않은가. 그럼에도 이 영화의 미학과 매력은 푸른 눈으로 blue를 몸소 내뿜는 그와 함께 우울함과 몽롱함에 잠식되고 싶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