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다시 한 번 실패했다. 15년 만에 돌아온 ‘엽기적인 그녀 2’는 전편 ‘엽기적인 그녀’의 영광을 전혀 이어받지 못 했다. 1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도 없이 ‘엽기적인 그녀’ 속편이 제작된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엽기적인 그녀 2’는 실망적인 속편으로 남게 됐다. 속편 제작은 영화계 발전을 이끈다. 보다 확장된 작품세계를 보장하고 영화산업 발전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잘 만들어졌을 때의 일이다. 실망적인 속편은 한 편으로 제작된 영화의 실패보다 더 한 내상으로 한국영화계에 작용한다. 우리는 한국영화계의 발전을 위해서 실패도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실망적인 속편을 낳아 한국영화계에 실로 작용한 사례들을 다시 돌이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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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정기’ 스틸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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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몽정기 2’ 스틸컷 | ||
‘몽정기’와 몽정기 2’
성(性)을 직접적으로 영화에서 다루기란 쉽지 않다. 부정할 수 없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한국문화권이기에 그동안 한국영화계는 성(性)에 있어 방어적이었다. 2002년 11월 6일 아주 직접적으로 성(性)을 다루고 발랄한 영화가 하나 등장했다. ‘몽정기’는 동현, 석구, 상민, 영재 이 네 소년들의 겪는 청소년 사춘기를 다루고 있다. 사춘기 중에서도 성(性)에 초점을 둔 그 모습들을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이 영화를 호평하고 싶은 이유는 배우들의 배치 속에서 적절한 청소년 기 성(性)에 대한 관심을 녹여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최소한 남성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의 연속을 이어갔을 것이 분명하다. 이 점이 ‘몽정기’의 제 1의 매력이다. 하지만 3년 뒤 개봉한 ‘몽정기 2’는 ‘몽정기’의 도전적인 시도를 걷어 차버렸다. 여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았지만 여성들마저도 부담스럽게 고개를 저을 자극적인 성(性)에 대한 치중만 늘어졌고 영화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전개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자극의 감각만이 남아버린 것이다. 그렇게 ‘몽정기 2’로써 다시금 한국영화계는 성(性)에 대한 소재선택에 방어적으로 위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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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객’ 스틸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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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객 : 김치전쟁’ 스틸컷 | ||
‘식객’과 ‘식객 : 김치전쟁’
만화가 허영만은 한국영화계에 공로가 아주 깊다. ‘각시탈 철면객’, ‘카멜레온의 시’, ‘48+1’, ‘비트’, ‘타짜’, ‘미스터 고’, ‘타짜-신의 손’ 등 여러 작품을 한국영화계에 제공했다. 또 하나 허영만 만화가 원작으로 시작해 수준급 음식영화로 태어난 작품이 ‘식객’이다. ‘식객’은 의외의 성과가 많았다. 비교적 일류급 흥행배우라 보기 힘들었던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가 주연배우로 나서서 흥행을 기록했고, 다시금 보기 힘든 한국음식의 향연이 영화 내내 채워졌고, 영화가 영화로써 작용할 수 있게끔 하는 설득력 깊은 이야기 전개 또한 확보 돼 다시 봐도 즐길 수 있는 한국영화 수작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성과에 속편 ‘식객 : 김치전쟁’은 약간 부족했다. 대한민국에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김치를 가지고도 밋밋한 극 전개에 극단을 치지 못 하는 선악역의 구분이 영화 몰입을 흐리고야 말았다. 김치를 소재로만 한다고 하여 무조건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안일함이 영화 내내 느껴졌다. 역시 ‘식객 : 김치전쟁’은 전작 ‘식객’의 영광을 이어받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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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 마누라’ 스틸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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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 스틸컷 | ||
‘조폭 마누라’와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
2000년대는 부정할 수 없는 한국 코미디영화계의 황금기다.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신라의 달밤’, ‘반칙왕’ 등으로 대표되는 수없이 쏟아진 2000년대 한국 코미디영화는 한국영화 자체의 질을 높였고 한국영화산업의 확장을 이끌었다. 이 결과를 또 하나의 영화도 크게 기여했는데 바로 ‘조폭 마누라’다. ‘조폭 마누라’는 클리셰 파괴의 기념비적인 영화다. 어둠 속에서 남자들의 세계로만 여겨졌던 조직폭력배의 세계에 여성이 그 무리의 우두머리에 선다는 것, 이 설정 자체만으로 파격적인 클리셰 파괴의 도전이었다. 그리고 감추지 않는 조폭영화 특유의 강렬함, 거침, 폭력의 미학은 ‘조폭 마누라’를 관람하는 모든 이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그렇게 2년 뒤 바로 ‘조폭 마누라’의 후속작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이 탄생했다. ‘조폭 마누라’ 다섯 글자만 들으면 생기는 묘한 쾌감, 이를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는 전혀 살려내지 못 했다. ‘조폭 마누라’만이 표현할 수 있는 폭력의 미학을 기다리다 관객들은 지쳐버렸다. 현실가능성 없고 설득력 없는 이야기 전개 또한 폭력의 미학에서 오는 묘한 쾌감이 아닌 피로감과 실망감을 ‘조폭 마누라 2 – 돌아온 전설’는 선사하고 말았다. 또 하나 슬픈 사실은 ‘조폭 마누라 3’ 또한 참패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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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유소 습격사건’ 스틸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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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유소 습격사건 2’ 스틸컷 | ||
‘주유소 습격사건’과 ‘주유소 습격사건 2’
앞서 말한 2000년대 초반은 코미디 영화뿐만이 아닌 장를 넘어 한국영화계의 황금기였다. 그 황금기를 알리는 듯한 90년대 말 등장해 독특한 매력을 보여준 영화가 ‘주유소 습격사건’이다. 참으로 오묘한 영화다. 영화의 주요 촬영장소도 주유소라는 공간에 한정돼있으면서 주연배우 네 명의 캐릭터와 드라마까지 모조리 담아버렸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네 명의 남자들이 주유소를 습격하면서 떠나기까지의 과정 또한 어떻게 117분 안에 적절하고 강렬히 어쩌면 단순하게 담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매력적인 영화다. 우리는 ‘주유소 습격사건’의 향수를 잊지 못 했다. 이 향수에 ‘주유소 습격사건 2’가 만들어졌다. 속편은 아무리 뛰어나도 원작의 매력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정설을 증명하기만한 영화가 되버린 ‘주유소 습격사건 2’였다. 조한선, 지현우, 문원주, 정재훈 이 젊은 네 배우가 나름 고군분투를 했지만 ‘주유소 습격사건’ 특유의 비논리성에서 피어나는 오묘한 매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지나가버린 영화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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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스틸컷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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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2’ 스틸컷 | ||
‘친구’와 ‘친구 2’
2000년대가 한국 코미디영화계의 황금기였다면, 이 점이 속편 제작의 동기를 부여했다면, 1990년대는 한국형 느와르영화가 장식한 시기였다. 그 선수에 서있는 영화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와 90년대 한국 느와르의 마지막 앵커 격 역할 해낸 ‘친구’다. ‘친구’는 느린 호흡으로 부산 사투리를 배우들이 주고받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무게감은 어느 영화도 모방도 재현도 하지 못 했다. 오직 ‘친구’만이 완벽히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곽경택 감독의 표현력과 유오성, 장동건, 정운택, 서태화의 연기력, 친구라는 두 글자가 영화로 치환되는 중후한 과정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고 이 결과가 당시 최대 관객 수 동원 기록인 818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가 이 정도의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은 한국영화 역사에 있어 두고두고 잊지 못 할 대단한 역사였다. 이 역사에 산물로 ‘친구 2’가 12년 만에 개봉됐다. ‘친구’라는 수작영화의 중심에 서서 속편 ‘친구 2’에서도 중심에 서야했던 유오성, ‘친구’에서 장동건처럼 새로이 등장해 ‘친구 2’를 이끌어주길 기대 받았던 김우빈, 그리고 유오성과 김우빈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맞춰야했던 주진모, 이 셋의 조화는 결국 ‘친구 2’에서 살아남지 못 했다. 유오성의 중심, 김우빈의 리드, 주진모의 균형 전부 실종됐고 영화 특유의 아름다움이라 느끼기 힘들었던 납득 수준 이상의 폭력, 이해불가 전개, 의문만이 남는 결말들이 남아 ‘친구 2’는 그렇게 실패로 전락했다. 역시 ‘친구 2’는 ‘친구’가 되지 못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