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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판쵸>,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하여

[THE ARTIST 매거진=김영훈]

바로크 오페라를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관객은 상대적으로 단조롭고 지루한 바로크 오페라를 선호하지 않고 공연의 제작자, 출연자는 작품이 생소하기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다. 2016년 5월, 국립오페라단은 LG아트센터에서 비발디의 바로크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판쵸(Orlando Finto Pazzo)’를 국내 초연하며 바로크 오페라에 대한 선입견을 유쾌하게 깨뜨렸다. 바로크 오페라의 단조로움은 연출가의 유머러스한 연출로 극복했고, 바로크 악기의 낯선 음색은 감상에 즐거움을 더했다. 공연 전, 지루할 것으로 우려했던 수많은 다 카포(da capo, 처음으로 돌아가 되풀이해 연주하는 것) 아리아들은 성악가들의 변주를 통해 다채로운 매력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 ©국립오페라단

작곡가 비발디(A.Vivaldi)는 1714년 11월, 보이아르도의 작품인 ‘사랑에 빠진 오를란도’를 각색한 그라치오 브라치올리의 대본에 음악을 붙였다. 베니스를 위해 작곡된 그의 첫 번째 오페라인 <오를란도 핀토 파쵸>가 바로 그것이다. 비발디는 이 드라마의 풍성한 시각적 이미지들을 음악으로 구현했다.

   
▲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판쵸>는 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에르실라’라는 마법사의 세계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이 세계는 선의 세력을 대표하는 ‘오를란도’가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오페라의 등장인물들은 선과 악의 세계를 넘나드는 복잡한 애정관계로 얽혀 있다. ‘오리질레’는 ‘그리포네’를 사랑하고, ‘그리포네’는 ‘티그린다’를, ‘티그린다’는 ‘아르질라노’를, ‘아르질라노’는 ‘에르실라’를, ‘에르실라’는 ‘오를란도’를, ‘오를란도’는 ‘안젤리카’를 사랑한다.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애정관계는 이러한 연애사의 외부에 있는 유일한 인물, 현자 ‘브란디마르테’를 통해 해결된다. <오를란도 핀토 판쵸>는 선과 악이라는 명백한 구분을 복잡한 애정관계를 통해 흔들고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 ©국립오페라단

<오를란도 핀토 판쵸>는 경쾌한 오페라다.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무겁고 진부한 주제를 남녀간의 애정이라는 보편적 소재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폭풍우 치는 바다와 일렁이는 배, 다양한 동물과 장미, 바람, 번개, 별 등 자연의 소재를 통해 인생의 진리를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18세기의 오페라 <오를란도 핀토 판쵸>는 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21세기에 노래하고 있다.

공연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내가 관람한 날(5월 18일), 공연 1막에서 무대전환 중 톱니바퀴 모양의 무대세트 일부가 다른 구조물에 걸려 무대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연 스태프가 신속히 파손된 부분을 정리하고 인터미션 중 보수하는 등 적절히 대처했으나, 사전에 철저한 점검이 부족했던 것이 아쉬웠다. 또한 공연장의 음향이 건조해서 비교적 음량이 작고 섬세한 바로크 악기의 선율을 온전히 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생소한 바로크 음악과 오페라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또한 150분이라는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유쾌한 연출과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그리고 모니터에 다음에 나올 장면의 스토리를 미리 소개해 관객의 이해를 돕는 등의 배려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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