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허삼관은 사랑스러운 남편이자 훌륭한 아버지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토록 사랑스럽고 훌륭한 사람이 허삼관인지 하정우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헷갈릴 지경이었다. 이 영화 덕분에 갑자기 허삼관 같은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싶어졌다. 그것이 또한 하정우 같은 남편을 만나 결혼 하고 싶어진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마 후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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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
하정우의 각색과 연출, 주연으로 만들어진 영화 <허삼관>은 중국의 유명한 소설가 위화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가 그토록 허삼관을 실제적으로 잘 연기할 수 있었던 건 각색과 각본부터 직접 참여하며 탄생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2013년작 <롤러코스터>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B급 코미디라는 평을 받았지만 하정우의 첫 연출작으로는 성공적인 수준이다) 그의 두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 <허삼관>(2014)는 A급 출연진으로 가득 채워 시작부터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이 영화는 특별히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고 또 다시 영화를 보는 방법을 선택했다. 결론적으로 원작소설의 풍부함을 채워주지 못했던 다른 영화에 비해서 이 영화는 소설 이상의 재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발언은 원작 소설과 영화의 하등을 나누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원작소설은 매우 중국풍 분위기의 소설로 1950년대 초반의 팍팍하고 힘든 서민들의 생활을 간결하고 재치 있게 담아냈다면 영화 <허삼관>에서는 가족애와 부성애에 초점을 더 많이 두고 있는 듯해 보인다. 영화는 소설의 기본적인 모티브와 흐름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지만 당시(1953년 충청남도 공주)의 한국의 모습으로 변형하면서 정서적인 부분을 훨씬 부각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원작소설에서 중국문화대혁명이라는 사회적인 부분을 다루면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실상 한국 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을 것이다.(허옥란이 화냥년으로 몰려 매일 광장에 나가 목에 팻말을 두르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하는)그래서 오직 허삼관이 가족과 자식들에게 쏟는 사랑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었다. 원작 소설의 원제가 ⌜허삼관 매혈기」 인것에 반해 영화는 <허삼관>이라는 주인공의 이름만을 사용한 것만 봐도 영화는 주인공이 한 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공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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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
영화가 보여주는 부성애에는 강력한 한방이 있다. 영화에서 허삼관(하정우)은 11년 만에 첫째아들 허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극한 혼란에 빠진다. 그럼에도 허옥란(하지원)을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 허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었다면 제일 많이 좋아했을 거라는 애틋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피를 팔아 아들의 병을 고치려 애쓴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을 겪으면서도 허삼관은 단 한번도 허일락을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 곳곳에 허삼관의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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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표지 | ||
원작 소설의 허삼관은 영화 허삼관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허일락을 키웠다. 스무살이 넘어 취직도 하고 제 할 일을 하며 살아가게 훌륭히 키우고 허일락이 병을 얻었을 때, 허삼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애쓴다. 원작 소설의 허삼관은 훨씬 궁상맞고 훨씬 찌질하지만 그의 모든 생은 오로지 가족과 아이들을 위해 바친다. 크고 작은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피를 팔며. 그리고 자신이 예순이 넘은 나이에 피를 더 이상 팔 수 없게 되자 허삼관은 자신의 무능력함을 비관한다. 영화에서 허삼관은 앞으로 더 얼마나 피를 팔며 가족들을 보살피는 가장일지 모르지만 소설에서의 허삼관은 일생을 자신의 매혈로 바친다. 허옥란을 아내로 맞이할 때도, 허일락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님을 알았을 때도, 임분방과 하룻밤을 보내고 댓가를 치를 때도, 둘째아들 허이락의 직장상사에게 잘보일때도… 시도 때도 없이 그는 자신의 피를 가족을 위해 사용한다.
영화 <허삼관>의 이미지화는 매우 성공적이다. 절세 미녀의 허옥란은 하지원의 미모가 대신해주었고 무리하게 피를 팔아가며 점점 피골이 상접해지는 허삼관의 하정우는 그의 몰골뿐만 아니라 표정에서도 긴박함과 두려움이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다만, 짧지 않은 런닝타임을 가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이 피를 팔며 목숨을 잃거나 중병에 걸리는, 매우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함께 피를 팔며 희희락락했던 방씨(성동일)와 근룡이(김성균)이의 죽음이 쉽게 지나쳐버렸다는 점이 아쉽다. 원작 소설에서 밝힌 그들의 근황-방씨는 물을 많이 마시고 오줌을 많이 참다가 방광이 터져서 큰 병을 얻었고 근룡이는 무리해서 피를 뽑다 결국 죽게 된다)이 허삼관의 부성애와 절실함을 극대화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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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 영화 | ||
허삼관은 사랑스러운 남편이자 훌륭한 아버지이다. 피를 팔아야만 겨우 먹고 살 수 있었던 암울했던 시대는 든든한 가족애를 형성시켰다. 피는 단지 사고 파는 의미를 넘어 허삼관이라는, 그 시대의 한 가정을 책임 지는 한 가장의 자존심이 걸린, 자존심을 버린 일이었다. 피로 결합된 한 가정은 책임감 있는 한 가장의 피로 더 단단히 결합되게 되는 것이다. 그 단순하지만 명확한 가치를 하정우감독은 성공적으로 연출했다. 이것이 내가 허삼관 같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싶은 이유이다. 이것이 내가 하정우 같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싶은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