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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밖의 디자인

[디아티스트매거진=전다영]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더욱 그렇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압적으로 사람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변화하지 않을 때에는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한계가 많다.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꼭 강압적일 필요는 없다. 강제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행동변화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더욱 효과적이다.  디자인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디자인이라고 하면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패션디자인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디자인의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설계하거나 계획하는 모든 것을 디자인이라고 할 때, 디자인은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그 영향력이 미친다. 그 “뜻 밖의 디자인”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영국 응급실 디자인이다.

   
   
 
 

영국 응급실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이 필요한 지에 대한 의문이 들지만, 조금 특별한 영국의 국가 의료서비스는 디자인을 필요로 했다.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체계이다. 암과 같은 굵직굵직한 수술뿐만 아니라, 치과 시술까지 포함한 포괄적인 진료에 드는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부럽기도 하지만, 전액지원인 만큼 의료 공급보다 환자 수요가 많아 실제 환자가 진료를 받는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국의 기나긴 대기시간은 응급실에서도 발생한다. 응급실은 대다수가 응급하게 오는 경우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상당히 예민해있는 상태이다. 병원 측에서는 가장 위급한 환자부터 진료를 해나가지만, 명확하고 효율적인 정보와 안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응급실에서 보내는 대기 시간에 환자들과 환자의 보호자들은들은 불만을 갖는다. 그리고 이런 불만이 이들의 불안 그리고 고통과 합쳐지면 인내심을 잃고 또 쉽게 의료진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 응급실 프로세스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시각자료 (더 나은 응급실 프로젝트 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어슨 로이드(PearsonLloyd)는 ‘더 나은 응급실(A better A&E)’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더 나은 응급실 프로젝트의 일원들은 환자를 위해 응급실의 상황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안내 패키지가 개발하였고, 의료진을 위해서는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환자군에 대한 대응법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리서치 결과를 알기 쉽게 정리한 응급실 안내서를 개발했다. 뿐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특정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는 등 기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해법들을 제시하였다. 이 프로젝트를 실시한 결과, 환자들의 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은 현저하게 줄었고, 비물리적 형태의 폭력발생빈도는 이전 대비 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폭력으로 발생하는 비용과 프로젝트 비용을 대비하였을 때, 비용면에서도 훨씬 이득이었다.

   
 

피어슨 로이드의 ‘더 나은 응급실’ 프로젝트와 같이 디자인적 관점으로 서비스에 대한 문제점, 고객들의 요구사항 등을 파악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디자인하는 것을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한다. 이렇게 디자인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게 삶의 곳곳에 들어와 있다. 우리가 지금 생활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겨 있는 결과물들이다. 찬찬히 조금만 관심 있게 주위를 둘러보면 ‘뜻 밖의’ 디자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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