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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행_눈길을 걷다 : 네이버 영화 포스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김여은]
“수녀님은 기적이 이루어진다고 믿으세요?”
“네 열심히 기도하면.”
“매번 상처가 다시 나타나는데도요?”
“네, 맞아요. 상처는 매번 다시 나타나죠. 그래서 우리에겐 기도가 더 필요하답니다.”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상처가 매번 나타나는데 기도를 왜 하지? 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굉장한 충격이었다. 상처가 매번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더 기도해야 한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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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행_눈길을 걷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기도, 그것의 힘. 간절히 원하고 바란다면 이루어진다는 것.
영화 <설행_눈길을 걷다>는 종교적이면서 종교적인 것이 아니다.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수녀님과 알코올 중독자 정우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서로 연결되어서 치유하고 치유를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쉽다거나 수월한 이야기가 아님은 분명하다. 이 모든 이야기 중 어디까지가 그의 상상이며, 어느 부분이 사실인지는 여전히 헷갈린다. 하지만, 굳이 선을 그으려는 필요는 없다. 그저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마음으로 느끼면 된다는 말이 이 영화에 정확하게 어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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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행_눈길을 걷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처음의 잔잔함, 중간의 안도감과 편안함, 그리고 따스함. 마지막의 혼란과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흐르듯 연결된다. 마리아 수녀는 어머니와 겹쳐지며 정우의 죄책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마리아 수녀가 한 행위는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그녀는 살았을지 죽었을지. 그 사냥꾼은 정우의 아버지인지, 그저 사냥꾼인지. 사냥꾼이 정우의 아버지라면 사냥꾼이 가지고 있던 뼛가루는 정우 어머니의 것이었고 어머니가 자신의 탓으로 죽었다고 생각하는 정우는 마지막에 그의 슬픔과 마주한다. 슬픔은 그를 천천히 휘감는다. 슬픔이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이 영화를 보며 가장 확실한 것은 내가 느끼는, 나에게 남아있는 감정이다. 영화의 마지막쯤, 마리아가 주고 간 노트의 점과 점이 연결된 것을 보며 웃는 정우의 모습을 보고 느낀 감정이 이 영화를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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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행_눈길을 걷다 : 네이버 영화 스틸컷 | ||
너무나도 슬프면 오히려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처럼, 영화 <설행>은 잔잔하지만, 누구보다도 차가운 슬픔을 지니고 있다. 어느새 몰입하는 나 자신을 볼 수 있고 먹먹함과 혼란스러움에 어찌할 바 모르게 된다. 그러나 그 자체로서,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의미가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설행, 제목 그대로 정우는 눈길을 걷는다. 각자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죄책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순식간에 없어지지 않는다. 눈이 멈추길 바라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걸어간다. 내리는 눈을 원망할지, 눈길을 걷는 자신을 원망할지, 눈이 그치기를 원할지는 나와 여러분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