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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살아갔던 날들, 산티아고 순례길 01

[디아티스트 매거진=서유진]

산티아고 순례길은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이며 더 정확한 목적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있는 대성당이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활발한 성지순례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오랜 역사만큼 다양한 길이 있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많이 걷는 길은 프랑스길이다. 파리 생장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약 800km의 여정을 하게 된다. 필자는 프랑스길에서 가장 첫 번째로 만날 수 있는 대도시인 팜플로나에서 1월 5일에 시작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708km를 28일 동안 걸어 2월 1일에 도착함으로써 순례길을 마무리 지었다.

   
▲ 산티아고를 걸을 수 있는 여러가지 루트들.

정해진 시작점과 주어진 거리가 정해져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순례증을 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사리아에서 출발하면 된다. 순례증을 받기 위한 조건은 도보 순례자는 산티아고로부터 100km, 자전거 순례자는 200km를 지나와야 한다. 그래서 사리아부터 단기 순례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한다.

프랑스길 외에도 포르투갈길, 북쪽길, 은의길 등 많은 루트가 있지만 자신만의 루트를 걸어도 된다. 필자는 세 명의 독특한 순례자들을 만났었다. 한 명은 25번의 순례길 경험이 있는 스페인 순례자였고, 자신의 집 앞에서 시작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 한 명은 덴마크에서부터 시작해 3달간의 기나긴 여정을 하고 있었던 그린란드 순례자, 마지막 한 명은 베네치아에서 시작해 2달간 걷고 있었던 이탈리아 순례자이다.

순례길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트래킹에 가까운 구간들이 이어지고, 부르고스에서 레온에 이르기까지 약 200km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쭉 이어지는 메세타 구간이기에 오히려 심심할 정도다. 하지만 장기전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물품들이 꽤 있고, 체력을 기르는 노력도 필요하며 걷는 동안에도 수시로 건강을 체크해야 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된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는 길이지만, 의외로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걷다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비석. 순례길의 상징인 가리비가 새겨져 있다.

걷는 동안 멋들어지는 경치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종종 만날 수 있는 유적지도 좋지만 결국 가장 소중하게 남는 것은 사람이다. 걸으면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필자가 순례길의 기록을 이곳에 공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여행객 신세가 지겨워졌는가? 그렇다면 순례길에 올라보라. 순례자 정신(pilgrim spirit)으로 국적, 나이, 신분, 심지어 언어의 장벽을 초월하여 모두 하나 되어 마음으로 교감하는 나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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