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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10대 시절이 있었다 – <그리스>

[디아티스트매거진=허영은]

한국에서 뮤지컬의 인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져만 간다. 매 해 좋은 공연들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은 ‘뮤지컬 영화’ 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한 국에서 비인기 장르인 뮤지컬 영화의 덕후로 살아가기는 힘들다. 날짜를 놓치면 상영관을 찾기도 어려워 어떻게든 개봉 첫 주에 봐야 하고, 개봉하지 않은 영화는 해외 사이트를 뒤져서 겨우 찾아도 다운받는데만 몇 날 며칠이 걸린다. 그런데 그조차 자막이 없어 영어 공부를 열심히 안 한 자신을 탓하며 화면만 보는 게 부지기수다.

이 러한 고충을 겪어도, 한번 빠진 이상 그만 둘 수가 없다. 그게 덕질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다만, 가끔, 아주 가끔 서러울 뿐이다. 이 꾹꾹 눌러담은 서러움이 폭발하기 직전 결심했다. 뮤지컬 영화의 매력과 이 넘쳐나는 사랑을 널리 퍼뜨리기로.

그러니 이 칼럼에 소개되는 뮤지컬 영화를 한, 두편씩 보기 시작하면 어느새 당신도 우리의 넘쳐나는 사랑에 전염되어 뮤지컬 넘버들을 흥얼거리게 될 것이다. Welcome Musical Film World!

   
▲ © 영화 <그리스>는 미국 청소년들의 문화를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영화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그리스(Grease)]

* 제작년도 : 1978년
* 감독 : 랜달 크레이저
* 주연 : 존 트라볼타(대니 주코 역), 올리비아 뉴턴 존(샌디 올슨 역)
* 줄거리 : 고등학생인 대니와 샌디는 여름 방학 때 휴가지에서 만나 잠깐 사귀던 사이다. 새 학기 시작과 동시에 샌디가 대니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둘은 재회하지만, 대니는 모범생인 샌디를 외면한다. 그러나 마음을 숨길 수 없던 대니는 샌디에게 용서를 구하고, 둘은 연인 사이가 된다. 사귀는 동안에도 성격이 달라 자주 어긋나던 둘은 결국 헤어지지만, 후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다시 한번 사랑을 확인한다.
* How to see: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DVD 구매보다 5000원 정도 저렴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아깝다면, 현재 넷플릭스에서 제공되고 있으니 어서 가서 보도록 하자.

복고 열풍, 끊임없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다.

얼마 전에 방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인기는 아직도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연도의 숫자가 2000년대로 바뀐 이후부터 아무리 복고가 매해 유행이라고 하지만, 삶의 변화 속도가 빨라진 것과는 반대로 사람들은 지나간 과거에 열광한다. 몇몇의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이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 사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동일한 시간대를 공유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1988년을 살았든, 2000년을 살았든 어느 특정한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서로 통하는 시대적 정서가 있다. 그래서 미디어에서 지나간 시간들을 이야기하더라도 그걸 이해하고 좋아하는 대중들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거로의 회귀’가 인기를 얻는 원인에 또 다른 요소를 추가하자면 바로 세대에 대한 공감이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은 과정을 겪으며 늙어간다. 즉, 우리의 부모님도 우리처럼 10대와 20대를 겪었으며, 길거리에 지나가는 할머니도 청춘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환경은 달라졌어도 특정 연령층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과 감정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기억 중에서 가장 공감되는 것은 바로 10대 시절에 느낀 반항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 © <그리스> 속 십대들은 사랑 및 진학 등 나름대로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어른들은 몰라요

10대 시절을 생각해보자. 어른들은 어리다고 무시했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문화가 있었고 그때는 그것이 전부인 듯했다. 아직 어리숙하지만 사회를 이루고 있는 하나의 구성 요소인 10대 문화는 영화에서도 잘 다루는 소재다. 그래서 청소년(하이틴) 물은 하나의 장르로까지 구분된다. 하이틴 물의 주제는 10대들의 생활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다루는 이야기가 고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청소년 물이 주로 학교 폭력이나 성적 고민 등을 담고 있다면, 할리우드 하이틴 물은 연애, 자시 과시적 욕구(우리 표현대로 하면 중 2병) 등을 담고 있다. 이런 미국 청소년들의 모습을 잘 그려낸 영화가 바로 <그리스>이다. 비록 영화 속 배경은 1950년대이지만 가죽점퍼, 파자마 파티, 댄스 대회, 자동차 시합 등 영화 안에는 우리가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습득한 미국 청소년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렇게 미국 10대들의 생활과 정서를 담은 <그리스>는 개봉 당시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영화 속의 나온 문화를 유행시키면서 사회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그리스>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10대들의 생활 모습뿐만 아니라, 그 시기에 지니는 고민과 감정까지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큰 기조는 대니와 샌디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가며 10대의 다양한 고민을 보여준다. 영화 <그리스> 속 10대들은 사랑도 하고 싶고, 신나게 인생을 즐기기도 싶고, 멋진 차를 가져 폼나게 살고 싶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려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런 10대의 고민과 방황은 현재 우리도 공감이 되는 내용이다. 어쩌면 한 세대가 가지는 고정된 이미지는 사람들의 공감으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성장 나이에 따른 경험과 생각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그리스>는 연령과 시간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 ©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그리스>가 개봉한 1970년대나, 2016년 현재나 동일하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응답하라, 1950

영화 <그리스>는 1978년에 개봉했지만, 사실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로서 영화 속의 10대의 생활방식은 당연히 1950년대 유행했던 것들이다. 1950년대의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급격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경제 활성화는 대중문화의 성장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인 사회 분위기는 저절로 10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고, 10대의 하위문화가 엄청나게 부상하는 계기가 된다. 1970년대를 살아가고 있던 어른들이 1950년대 황금기를 자기 회상적으로 만든 뮤지컬이 바로 <그리스>다. 이렇게 한 시대가 과거로의 회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그 당시가 매우 어렵고 불안하다는 증거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이 만들어졌던 1970년대 미국은 경제 불황기와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갈등이 겹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기존 가치관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 시기이다. 이런 사회에 대한 불안과 기존 시스템에 불만이 가득했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예전 황금기를 그리워하게 되었고, 그것이 10대의 저항이라는 정신과 맞물려 <그리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영화의 원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제작자인 짐 제이컵스와 워렌 케이스는 당시의 억압되어 답답한 브로드웨이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는 과거의 빗대어 현재를 비판하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눈부신 과거를 칭송하지도 않는다. 단지 사람들이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젊은 시절 그 당시를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려내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들었고, 이런 방식 덕분에 영화 <그리스>는 10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영화 속 배경인 50년대에는 10대 청소년이었을)들에게도 사랑받는 영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 © 시간과 세대를 넘는 공감은 영화 <그리스>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이다. / 출저 : 구글 이미지

시대를 넘는 공감

1978년 개봉 당시 전 세대를 아우른 인기를 얻은 영화 <그리스>의 기록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인기를 바탕으로 심지어 올 1월, 미국의 FOX TV는 생방송 뮤지컬로 리바이벌했다. 아무리 10대의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해도 현재와는 다르며, 영화 속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당시의 경험을 떠올릴 사람들도 더 이상은 없는데도 말이다. 시대가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겪어서 이해할 수밖에 없는, 10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10대들의 공통된 감정과 고민을 유쾌하게 보여주면서 현재 10대에겐 공감을, 그를 지나온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빨라진 세상의 변화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과거를 기억하고 반복하는 것이 익숙해진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과거 중에서도 모두의 공감대를 적시는 영화만이 오랫동안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영화 <그리스>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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