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강태욱]
#1. 우리는 도라에몽이 아니다!
사람이 도라에몽이 아닌 이상, 항상 모든 카메라 장비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2050년의 인류라면 광각에서 망원까지 컴팩트하게 활용 가능한 장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나, 현재는 상황에 따라 너무나 다양한 장비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렌즈의 경우 16-35mm, 24-70mm, 70-200mm 정도의 렌즈들만 있어도 99.9%의 상황을 대처할 수 있다. 반면에 삼각대의 경우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사진에는 머피의 법칙이 있다. “삼각대는 당신이 필요할 때 옆에 없다”. 있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없을 때가 많다. 작정하고 출사를 나가는 경우에는 삼각대를 필히 챙기게 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표준 줌렌즈를 장착하여 조그만 탑로더 백에 넣고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광원이 부족한 곳에서 촬영을 할 때 이런 경우 흔들린 이미지를 얻기 쉽다.
사진을 찍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골프 스윙 자세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카메라는 셔터를 누르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자세에 대해서 그닥 신경쓰지 않는 모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사진을 찍는 자세의 중요성과 흔들리지 않은 이미지를 얻는 방법들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2. 흔들린 사진은 아마추어처럼 보인다.
의도적으로 사진을 흔들어 추상적인 이미지를 얻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접근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정확한 초점과 선예도를 가져야 하는 이미지에서 흔들림이 보인다면 그것은 사진의 품질과 신뢰도를 단숨에 바닥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사진을 아무리 정성들여 잘 찍었다고 할지라도, 사진이 흔들리면 사람들은 ‘우연히 잘 나온 사진’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찍은 사진이 그러한 평가를 받는다면 상당히 슬픈 일일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 신경쓰지 않아’라고 말하면서 흔들린 사진을 옹호하는 것은 하찮은 자기 위안일 뿐이다. 그렇다면 삼각대가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흔들림을 억제하려면(완벽히 흔들리지 않는것은 불가능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실전적인 부분까지 다뤄 보도록 하겠다.
#2-1. 충분한 근력
사진을 찍을 때는 보통 많은 장비들을 백팩에 넣고 있는 경우가 많고, 카메라가 고급 기종으로 갈수록, 렌즈의 기능이 향상될수록 그 무게는 계속해서 증가한다. 따라서 몸의 근력이 부족하다면 촬영 시 무게를 버티는 과정에서 진동이 생기거나, 특정 방향으로 쏠리는 움직임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충분한 근력을 키움으로써 카메라 장비를 마치 자신의 몸의 일부처럼 다룰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 사진 작업의 특성 상 체력 저하는 사진 구상에 대한 의욕을 떨어뜨리고, 쉽게 촬영을 포기하게 만든다. 여러가지 요소들 중에서 근력과 체력은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2-2. 사격하듯 촬영하라.
군대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절대 흔들려서는 안되는 상황’이 있다. 바로 사격을 할 때이다. 총기가 흔들리면 조준한 지점에 정확히 사격할 수가 없기 때문에 조금의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는다. 사격에서 ‘조준과 격발’은 사진에서 ‘초점과 촬영’과 같은 이치이다. 특정한 지점에 점을 찍고 그 부분에서 벗어나지 않게 방아쇠, 또는 셔터 버튼을 누르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사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호흡이다. 숨을 들이마시고 반 쯤 내쉰 상태에서 숨을 멈추고 집중하여 사격하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셔터스피드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사격을 하는 듯 차분한 상태에서 호흡을 멈추고 살짝 셔터를 누르면 흔들리지 않은 이미지를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사격 시 왼손은 총구의 앞부분을 살짝 감아쥔다. 꽉 잡는것 보다는 살포시 얹어놓는 것이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왼손을 렌즈와 바디의 접촉 부분을 화분처럼 받치듯이 놓고 촬영하면 안정적이다.
#2-3. 기댈 곳을 찾아라.
다리가 아무리 튼튼해도 땅에 박혀있는 기둥만큼 안정적이지는 않다. 오롯이 자기 자신의 근력으로만 카메라를 지탱하고 찍는것 보다는 어딘가에라도 몸을 밀착시키고 찍는 것이 좋다. 실내 촬영의 경우 대부분 기둥이나 구조물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몸을 기대고 촬영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2-4. 3번 연사하라.
카메라를 연사모드에 놓은 상태에서, 세 번을 연달아 찍으면 두 번째 사진은 덜 흔들린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셔터를 누르면서, 그리고 손가락을 떼면서 카메라에 흔들림이 생기는데, 두 번째 샷에서는 비교적 안정감있는 이미지가 나온다. 물론 모든 사진을 3번씩 찍으면 좋겠으나, 그만큼 바디 수명이 3분의 1로 줄어들테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이용하면 되겠다.
#3. 느린 셔터스피드 촬영 예시
셔터스피드가 나오지 않는 상황들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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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해비치 호텔, 셔터스피드 : 1/30초 / 작가 : 강태욱 (본인) | ||
위 사진은 셔터스피드 1/30초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최대 사이즈로 확대하여도 흔들림은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손으로 들고 찍은 사진이다. 70mm 화각에서 촬영된 사진이기 때문에 적어도 1/100초에서 1/150초 정도의 셔터스피드가 권장되는 상황에서 1/30초는 70mm 화각에 대비해 턱없이 느린 셔터스피드였다. 벽에 몸을 기대고, 카메라도 최대한 몸에 밀착한 뒤 숨을 참은 상태에서 촬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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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교 까페거리, 셔터스피드 :1/40초 / 작가 : 강태욱 (본인) | ||
위 사진은 셔터스피드 1/40초에서 촬영되었다. 이전의 사진과 동일하게 70mm화각에서 클로즈업으로 촬영되었다. 비록 1/10초 빠른 셔터스피드로 촬영되었지만, 클로즈업 샷이기 때문에 조그만 흔들림에도 바로 티가 나게 되는 구도이다. 하지만 실제 맥북에서 최대 사이즈까지 확대하여도 흔들림이 없는 이미지이다. 필라멘트의 디테일과 유리 재질의 투명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이 사진은 촬영 시에 까페 테이블에 양 팔을 고정하고 촬영하였다.
#3-1. 번외 : 초점 잡힌 이미지를 위한 몇 가지 팁
* IS 기능이 있는 렌즈를 선택하라.
IS(Image Stabilising) 기능이 들어가있는 렌즈는 없는 렌즈에 비해서 몇 스탑 정도 느린 셔터스피드까지 흔들리지 않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본인의 경우 캐논 24-70 IS II 렌즈를 사용할 경우 1/15초에서 1/20초 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 미니 삼각대를 활용하라.
24-70mm 정도의 렌즈까지는 미니 삼각대로 촬영 시 흔들림 없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이니 활용하면 좋다. Manfrotto의 제품을 추천한다. 조악한 품질의 미니 삼각대는 비싼 카메라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 삼각대에 대한 부분은 추후에 다른 칼럼에 정리하도록 하겠다.
#FIN.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는 말이 있듯이, 똑같은 노력을 들여 사진을 찍을 것이라면 굳이 흔들린 이미지를 얻어서 좋을 것은 없다. 자신이 찍는 사진에 대한 애정 정도만 가지고 있다면 위에서 설명한 사항들을 체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삼각대 처럼 단단한 자세로, 마치 인간 삼각대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촬영을 하면 초점 잡힌 사진은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굳이 도라에몽처럼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가지고 다닐 필요는 없다.
** 다양한 작품을 공유해 달라는 요청이 많아, 인스타그램 앨범을 개설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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