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강태욱]
#1. 여행과 사진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길거리의 가게들, 간판들, 심지어는 작은 동상들까지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은 그 많은 사진들 중 후일 다시 열어보는 사진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여행 당시에는 분명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대상이었지만, 여행의 감흥이 가라앉고 나면 그것은 단지 평범한 피사체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번 칼럼에서는 플레어(Flare) 현상을 이용하여 단순한 대상을 돋보이게 하는 무수한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2. 플레어 현상은 피해야한다?
플레어 현상은 태양광과 같은 강한 광원이 렌즈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러가지 색깔의 동심원들이 직선상에 배치되는 형상을 띈다. 사실 많은 사진이나 영상에서 플레어 현상을 이용하고 있지만, 일반인의 대부분은 사진을 찍을 때 최대한 플레어 현상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사진을 공부할 때 대부분의 교본들이 플레어를 생성하는 방법이 아닌, 제거하는 방식만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히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플레어 현상은 사진에 있어서 상당히 훌륭한 양념이 될 수 있다. 밋밋한 사진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 소재이다.
#3. 어떻게 플레어를 만드는가?
플레어를 제거하는 방법은 무수하게 포스팅되어 있지만, 정작 플레어를 이용하여 촬영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속시원하게 소개된 것이 부족하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달리해보면 그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플레어를 제거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1. 햇빛을 전면에 두고 촬영하지 않기.
2. 렌즈 후드를 꼭 씌우고 촬영하기.
3. 사용하지 않는 필터는 제거하고 촬영하기.
그렇다면 플레어를 만들고 싶다면 반대로 행동하면 된다. 햇빛을 정면으로 둔 상태에서 렌즈 후드를 제거하고, 필터를 씌운 채로 촬영하면 플레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플레어 입자의 크기도 중요하다. 동그란 플레어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작은 입자를 원할 수도 있고, 화면이 꽉 찰 정도로 큰 플레어 덩어리를 원할 수도 있다. 간단하다. 광각으로 갈수록 플레어 입자가 작아지고, 망원으로 갈수록 입자가 커진다. 적당한 화각을 선택하여 기호에 따라 크기를 조정하면 된다.
#4.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가?
야외 촬영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풍경, 도심, 인물, 정물 등 어떤 주제에서도 빛만 렌즈 안으로 들어와준다면 플레어가 생긴다. 인물 사진의 경우에는 초상권 등 개인적인 샷들이 많아서, 본 칼럼에서는 소개하지 않겠지만 충분히 응용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다음 예시들을 통해 플레어 현상이 대상에 어떠한 효과를 불어넣어 주는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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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트라, 포르투갈 / 2014년 11월 / 작가 : 강태욱 (본인) | ||
포르투갈 신트라 시가지에서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의도한 효과들이 더 있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효과는 플레어 효과였다. 유럽 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 도시를 찍을 때 참고가 될만한 샷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플레어가 없는 사진이었다고 한다면 상당히 밋밋한 사진이 될 수도 있었지만, 중심이 되는 부분에 플레어를 배치함으로써 더욱 따뜻한 느낌을 낼 수 있었고, 산뜻한 톤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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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슬라 아트월드, 강릉 / 2015년 5월 / 작가 : 강태욱 (본인) | ||
위 사진 또한 밋밋할 수 있는 대상에 플레어 효과를 입힌 것이다. 경험을 통해서 알겠지만, 플레어 현상은 틈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을 이용할수록 더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하나의 예시를 더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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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정사, 평창 / 2016년 2월 / 작가 : 강태욱 (본인) | ||
위 사진을 찍을 때의 노하우는 해가 살짝 빠져나왔을 때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구도를 잡을 당시에는 사진을 피사체 뒤에 두어 나오지 않게 한 뒤에, 촬영할 때는 살짝 카메라를 이동하여 햇빛이 피사체에서 살짝 나오게 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그렇게 되면 떠있는 해를 직접 촬영할 때보다 더 좋은 플레어 현상을 얻을 수 있다.
#FIN. 플레어는 친해질만한 친구이다.
카메라를 강한 광원에 직접 대면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기기가 상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플레어 현상은 꼭 한번 공부해 볼만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야외 촬영에 있어서, 찍을만한 대상을 찾을 수 없을 때 이용하면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노출 조절이 힘들어 하얀 사진이 나오거나, 원하는 동그란 예쁜 입자들이 나오지 않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시도하다 보면 플레어 현상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카메라 바디는 소모품이다.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장비를 아끼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포기한다고 하면 카메라를 상전으로 여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카메라는 작가의 의도를 사진에 투영시키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다. 카메라 자체가 중심에 서있다면 결코 발전하기 힘들다. 플레어 현상을 이용하여 야외 촬영에 있어서 생명력 있는 사진을 많이 시도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