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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토피아> 포스터 | ||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디즈니의 신작이 극장에 도착했다. 디즈니 스튜디오의 55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주먹왕 랄프>이후 4년만의 오리지널 시나리오 작품이다. 2005년 <치킨 리틀>이후 11년만의 수인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영화의 제목이자 영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이름인 주토피아(Zootopia)는 Zoo와 Utopia를 합성한 단어이다. 영국 등 몇몇 유럽국가에서는 <주트로폴리스>(Zootropolis, Zoo+Metropolis)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다.
주토피아는 진화한 포유류들이 살아가는 도시이다. 쥐, 토끼, 족제비, 여우 등 작은 동물들부터 코끼리, 하마, 기린 같은 거대한 동물, 사자, 호랑이, 곰 같은 맹수들까지 한데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여러 동물들이 모여 사는 만큼 도시는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도시의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도심지역인 다운타운, 건조한 사막기후의 동물들이 사는 사하라 스퀘어, 추운 기후의 동물들을 위한 툰드라 타운, 열대우림 기후에 사는 동물들을 위한 레인포레스트 타운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각 동물들의 몸집 크기를 고려해 기차의 칸과 문이 나눠져 있고, 편의시설과 매장들이 각각 구비되어 있다. 동물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최대한 평등한 법체계까지 존재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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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토피아> 스틸컷 | ||
이 독특한 세계관 속에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전해리)라는 토끼가 살고 있다. 시골 지역인 토끼마을 버니버로우에 살던 주디는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석으로 주토피아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최초의 토끼경관이 된 주디는 주토피아로 떠나게 된다. 하지만 몸집이 작은 토끼인 주디에게 주어진 임무는 교통정리. 어느 날 우연히 주디는 실종된 수달를 찾아오라는 임무를 맡게 되고, 교통정리 중 알게 된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정재헌)와 함께 실종된 수달을 찾아 나선다.
<주토피아>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편견을 가볍게 깨부수는 영화이다. 밝은 톤의 애니메이션임에도 범죄 수사물의 컨벤션을 차용한 스토리와 형사물 특유의 버디무비 느낌으로 가득하다. 동시에 “노래하면 모든게 해결되는 기적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에나 있는 거야!”라며 셀프디스를 자행하기도 한다. <대부> 등 어린이들은 볼 수 없는 영화들에 오마주를 마치고 돈 콜리오네를 패러디한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디즈니가 <주토피아>로 겨냥한 관객층은 <겨울왕국>이나 <라푼젤>에 열광하던 아이들이 아닌 것 같다. <주토피아>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표방하는 기존 디즈니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지만, 그 비중은 어른에 좀 더 치우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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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토피아> 스틸컷 | ||
영화는 동물이 주인공이었던 이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들과는 취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라이온 킹>에서처럼 동물의 종족에 따라 계급이 나뉘지도 않고, <치킨 리틀>처럼 한 종족이 주인공이고 나머지 종족은 단역으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현실의 사회에서 미국인·유렵인·아시아인 등이 뒤섞여 살아가고, 흑인·백인·황인 등이 공존하는 것처럼, 맹수와 초식동물이 공존하고 몸집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주토피아>의 세계관이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존재하는 차별을 드러낸다. “토끼들끼리 귀엽다고(cute) 부르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동물이 부르는 것은 불쾌해요.”라고 말하는 주디의 대사에서는 흑인들의 N-Word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여우는 원래 교활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와 “남들이 날 교활한 여우로 본다면 교활한 여우처럼 행동하기로 마음먹었어.”라는 닉의 대사에서는 ‘여자는 이래야 돼~’라는 식의 성차별이 떠오른다. 심지어 포식자/맹수들의 숫자가 주토피아 전체 인구수의 10%라는 설정으로 역차별까지 다루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영화의 개성과 흐름을 헤치지 않으며 등장한다. 주토피아가 그리는 사회상은 동물의 종족에 따라 계급이 갈리고 차별이 생기는 곳이 아닌,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는”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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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토피아> 스틸컷 | ||
<주토피아>는 영상으로도 차별에 반대하는 메세지를 보여준다. 수인화된 다른 애니메이션들과는 달리, <주토피아>는 각 종족들의 몸집 차이와 비율을 세세하게 표현했다. 주토피아 경찰학교의 훈련과정을 그려낸 장면에서 토끼인 주디와 코뿔소 등 다른 거대한 동물들의 몸집차이가 적나라하게 들어나는데, 영화는 이를 가리거나 비현실적으로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동물간의 모습이 다른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 동물들을 그려낸다. 동물들의 몸집차이가 부각됨과 동시에 차별 없이 서로를 대하는 동물들의 행동은 영화의 주제를 더욱 강력하게 드러낸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만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다른 국가들에 비해 차별이 꽤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주토피아>는 이런 상황에서 차별을 어떻게 없애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사실 차별을 없애는 데는 한가지의 생각 밖에 필요치 않다. “누구나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주디가 뱉는 대사가 바로 그 핵심이다. 차별을 없애는 방법은 사실 가장 간단한 수단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누구나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라는 주디의 대사에 꼭 맞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가깝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