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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덴마크 여자의 이야기 영화 <대니쉬 걸>

   
▲ 대니쉬 걸 : 네이버 영화 포스터

[디아티스트매거진=김여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던 당신. 그런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성을 버리고 다른 성을 택하겠다고 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서 위로해줄 수 있을까?

성 정체성이라는 개념은 굉장히 분명하면서도 모호하다. 가끔 사람들을 만날 때 ‘여자, 남자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 서로 사랑할 순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회,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명확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구분이 되어있는 곳에서 성을 버리거나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 대니쉬 걸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예쁜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성격, 말투, 행동으로 그가 애초부터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는 아니었다. 아이다는 영화 초반까지만 해도 그저 자신의 아내, 게르다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부드러운 남편이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순간 발레리나 옷, 아내의 실크 잠옷의 촉감을 손끝으로 느끼는 그는 조금씩 달라졌다.

그러던 중 장난 반으로 시작한 무도회장의 여장은 그 안에 있는 여성성을 깨우게 된다. 여자로서의 걸음걸이, 손짓, 말투, 표정은 원래 그가 여자였다는 듯 끌리게 되었고 그 이후 그는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여자가 된 꿈을 꾸며, 아내 몰래 여장을 하고 거울을 바라보며 자신이 여자가 되는 상상을 한다.

   
▲ 대니쉬 걸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그는 자기 자신이 원래 여자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남자라는 몸속에 갇혀있는 여자인 나를 꺼내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한다. 하지만 수술 후의 큰 고통을 받기에 그의 몸은 너무나도 약해져 있었고 결국 죽는다. 이 영화는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받은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다.

한순간에 사람이 바뀔 수가 있을까? 물론 아니다. 아이다는 어렸을 때부터 여성성을 가지고 있었다. 단지 그것이 성인이 된 후 우연한 기회에 나타났을 뿐이다. 이미 한 여자의 남편이며, 유명한 화가인 아이다에게 여자가 되는 일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여성화가 느껴진 후로 그는 더는 아이다가 아니다. 그림은 그려지지 않으며 게르다의 남편 역할 또한 할 수가 없다.

영화 속에서 아이다가 친구 한스와 아내 게르다에게 자신의 고통, 혼란을 얘기하자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병원을 가보는 게 어때.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 하지 않겠어?” 그가 노력을 안 했을까? 영화 후반쯤 나오지만,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며 오늘은 남자로 살아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여자인 자신을 발견하게 될 뿐이다.

   
▲ 대니쉬 걸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결국, 그는 완전한 여자가 되기로 한다. 영화의 배경인 1920년대에는 성전환이라는 개념조차 드물었으며 성전환수술의 성공사례는 물론 없었으며 시도조차도 해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떠안으며 그는 수술을 시도한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물론 아이다의 고통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러나 나는 아이다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지 못했다. 아이다의 아내, 아이다를 자기 자신만큼 사랑하는 게르다의 혼란과 배신, 슬픔이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고 또 그녀를 끔찍이도 사랑해주던 남편 아이다는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단순한 연인의 이별이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 같다. 남편이 여자이기를 결심하면서 그녀는 수많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 배신감, 슬픔 그와 동시에 사랑도 가진 상태로 그녀는 그를 묵묵히 바라봐주고 옆에 있어 준다. 그리고 그가 수술이 실패해서 죽었을 때도 그녀는 그의 고향으로 가 그의 스카프를 날리며 그를 보내준다.

   
▲ 대니쉬 걸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아이다의 고통에 앞서 그녀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었다. 인생에 있어 게르다와 같은 연인, 친구, 가족이 있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게르다의 이름이 릴리(아이다의 여자이름)보다 먼저 나오는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게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더불어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는 가히 놀라웠다. 초반 여장을 한 아이다는 단지 여장남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극 중 아이다가 자신의 여성성을 깨우치면서 그 또한 정말 여자가 되어갔다. 마지막에는 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었다. 에디 레드메인은 존재하지 않았고 릴리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나의 성 정체성이 혼란스럽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우리와 조금 다른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게르다와 같은 사람이 내 주변에 있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나는 누군가에게 게르다처럼 그의 모든 것을 응원해주고 바라봐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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