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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판치는 영화계, 영화 <캐롤>을 주목하자

   
 

[디아티스트매거진=한소리] 보통 영화에서 그려지는 여성은 애인이나 아내와 같은 보조적 역할에 한정된다. 특히 한국영화에서는 더욱 심하다. 포털사이트에 ‘여배우들이 말하는 영화계 현실’을 검색해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현장에서 대부분의 제작자 및 감독은 남성이고, 이들이 만드는 영화 또한 남성적 시선이며, 영화주인공 역시 대부분 남성이라는 것이 영화계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배우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캐롤>은 한국 여배우라면 상당히 욕심낼 법한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남배우가 주류를 이루는 영화계에서 여배우만의 섬세함으로 그려낸 멜로영화 <캐롤>을 주목하자.

   
 

영화 <캐롤>은 캐롤 에어드 역의 케이트 블란쳇과 테레즈 역의 루니 마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이 영화는 한쪽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캐롤과 테레즈의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이는 동성애라는 소재가 무색할 만큼 여성 관객인 내가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너무 모자라지도, 너무 과하지도 않게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둘의 감정표현은 동성애가 아닌 이성애를 떠올리게 할 만큼 진중하고 섬세했다. 이는 캐롤과 테레즈의 상황,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여기서 몰입이라는 것은 영화 속 이야기와 사건 그리고 극중 인물의 심리적 상태에 빠져 들어가는 일종의 감각 체험이다. 이는 동일시(identification)를 통해 일어나는데, 이때 동일시는 이중으로 일어난다. 그중 첫 번째 기제가 바로 ‘관객과 카메라 시선의 동일시’이다. 이 말은 영화가 카메라를 통해 제시하는 시선과 관객의 시선이 동일시된다는 것으로, 관객이 스스로 감독이나 편집자에 의해 주어진 이미지만을 본다고 생각하지 않고 마치 자기 자신이 전능하게 모든 것을 다 보고 있다고 믿게 된다는 말이다. 이를 통해 두 번째 기제인 ‘극중 인물과의 동일시’가 일어남으로써 관객은 극중 주인공으로 제시되는 남성 혹은 여성과 심리적인 일체감을 경험한다.

   
 

한마디로 관객은 철저히 카메라의 시선에 의해 극중 인물과의 동일시를 경험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점에서 영화 <캐롤>은 이 영화만의 느린 호흡으로 캐롤과 테레즈에게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관객은 느린 호흡으로 그려지는 두 여배우의 눈빛과 입술, 손가락, 목소리와 같은 섬세한 떨림을 느끼고 그 순간 애잔한 둘의 관계에 몰입하게 된다. 덧붙여 둘의 모습을 보는 관객의 감정은 영화에 깔리는 음악과 하나가 되어 무르익고, 영화의 감동은 깊고 진해진다.

   
 

동성애라는 다소 낯설 수 있던 소재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내며,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 <캐롤>. 앞서 말했듯이 느린 호흡을 통한 몰입은 물론이고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연기력 또한 일품이다. 여배우가 중심을 이루는 영화가 극히 드문 한국 영화계에서 아주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최근 개봉작들을 보면 거의 모든 영화의 중심은 남배우들이다. 포스터에도 남성, 본격적인 영화에 있어서도 남성이 중심을 이룬다. 그 사이에서 여배우로 시작해 여배우로 끝나는 영화 <캐롤>은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로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본 어느 여배우가 <캐롤>을 욕심내지 않을까 싶다. 여배우가 중심을 이루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말이다. 이와 같은 영화가 국내에 등장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섬세한 영화가 국내에도 얼른 등장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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