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네이버 영화 | ||
[디아티스트 매거진=김진아] 남자배우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남자(배우)영화가 대세다. 극장가는 릴레이를 하듯 멈추지 않고 그들의 영화로 채워 넣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범죄영화는 느와르 장르를 혼합하여 범죄영화의 갈등과 결말을 풀어나갔다. 그것의 대표적인 영화는 <올드 보이>(2003), <달콤한 인생>(2005), <비열한 거리>(2006) 등으로 갈등의 주인이 여성이었다. 장르가 모호해진 상황에서 주요 인물인 여성은 그것의 중심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여성이 사라졌다. 2010년대의 영화는 남성들의 범죄영화가 주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성장궤도는 멈추지 않고 계속 되고 있다.
많은 유행어를 양산한 <범죄와의 전쟁>(2011)과 <신세계>(2012)의 흥행은 최근의 영화 <베테랑>(2015)과 <내부자들>(2015)를 잇는 디딤축이 되어줬을 것이다. 남성배우들의 전성기는 비슷한 스토리와 플롯으로 배우와 스케일을 달리하여 계속해서 번져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여성배우들은 어떠한가? 앞서 말한 범죄 느와르 속의 여성인물은 수동적이고 피지배적이지만 갈등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 영화 장면 속의 비중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떠나서 영화의 흐름을 쥐고 있는 마스터키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이후의 범죄 영화에서 여성인물은 능동적이고 지배적인 입장으로 변하지만 영화 안에서의 존재감은 매우 빈약해져버렸다. 이것만으로 여배우들이 설자리를 잃었다고 한다면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 할 수 있겠지만 많은 여배우들이 인터뷰에서 하나같이 그들이 표현해낼 수 있는 여성인물의 한계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무명과 유명의 구분을 떠나서 자신이 맡고 싶은 인물의 배역을 선택할 수 없고 더욱이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 조차 없다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천만관객의 기록을 수없이 경신해내는 한국영화의 이면으로 매우 씁쓸함을 남긴다.
![]() |
||
| ▲ ⓒ네이버 영화 | ||
그 와중에 2014년에 개봉한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 타운>은 중년여성으로 변신한 김혜수와 <은교>의 이미지를 탈피한 김고은, 두 여성인물의 영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영화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지만 여자의 일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남자만큼, 남자보다 더 악랄하고 잔혹한 이야기이다.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어 자신을 지키는 영화.
외강내유의 영화
엄마(김혜수)는 그 누구보다 잔인하게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가끔 나이든 여자라고 젊은 남자 -비열과 배신을 일삼는 치도(고경표)들이 그녀를 무시할 때도 그녀는 전혀 기죽는 내색 없이 강렬하게 그들을 제압한다. 그것이 외롭고 쓸쓸하게 그 곳에서 살아남는 그녀의 방법인 것 처럼.
영화 초반의 일영(김고은)은 아주 잔인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받은 만큼 갚아주는 처절한 보복의 현장에서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얼룩진 피를 쓱 닦아내면 그만이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그녀의 내유함을 감추는 듯 해 보인다. 여성 느와르 성격을 띠고 있는 이 영화의 갈등은 일영의 그런 내유함이 들통 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여느 남성 느와르 만큼이나 잔인하고 난폭한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원체 내유한 그녀는 그것의 잔혹함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 버린다. 그녀가 무너지고 부서져버리는 순간이다.
엄마는 단한번의 흔들림 없이 흔들리는 일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매우 혹독하고 강력하게 그녀의 흔들림을 잡으려 애쓰고 있었다. 마치 그녀에겐 병적으로 냉철함이 있는 것처럼 굳건했다. 일영을 흔들리게 했던 석현(박보검)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해결해 버리는 그녀에게 여성성은 애초에 상실되어 버린 듯 했다.
그런 그녀가 카메라에 담긴 일영의 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가 일영의 손에 죽어나갔다. 미리 예고된 살인임에도 저항 한번 없이 죽어나갔다. 자신의 불운한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면서부터, 그리고 그녀와 꼭 빼닮은 일영을 키워나가면서부터 그녀는 내유를 감추고 외강하게만 살았다. 하지만 영화 말미의 엄마는 그 누구보다 모성애가 강한 진짜 ‘엄마’가 되었다.. 잔인한 그들의 세계에서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강하게 살아나가길 원했던 그녀의 어긋난 모성은 일영의 손에 죽어나가면서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그것은 그동안 그토록 악물고 감추었던 그녀의 악착으로는 절대 숨길 수 없었던 본능 같은 것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외강과 내유를 대물림하며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다. 일영은 그렇게 엄마가 되었다.
![]() |
||
| ▲ ⓒ네이버 영화 | ||
<은교>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고은은 그 이후로도 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비범한 역할들로 소위 쎈 캐릭터의 배우로 굳혀지고 있었다. 물론 이 영화도 그녀가 가진 여성성을 표현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비극적인 사랑을 하는 가슴 아픈 여자를 잘 표현한 여자로서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잠재력은 <치즈 인더 트랩>의 현재의 홍설로 다시 사랑받게 했을 것이다.
이 영화 <차이나 타운>의 의미는 강한 남성의 범죄 영화에서 홀로 외롭게 싸워 승리한, 앞으로 승리할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한국 영화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상업성과 흥행을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지 않는 한- 남자 흥행배우의 전성기를 유지하겠지만 이렇게라도 여성배우들의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오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해본다. 이제 영회에서, 나아가 사회에서 여성이 권력을 쥐고 지배층이 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녀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것이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