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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오지 않는 여름의 아이슬란드

[디아티스트매거진=김명진]

요즈음 ‘꽃청춘’에서 겨울의 아이슬란드가 한창이다.

그들보다 몇 달 전에 아이슬란드에 잠시 다녀왔던 나는 ‘꽃청춘’ 덕분에 다시 열띤 앓이슬란드 중이다. 그 때의 사진을 다시 보며 그 때의 생각들을 다시 적어 보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흐리고 먼지 낀 오후

여름의 아이슬란드는 물론 여름치고는 춥고 바람이 거세게 분다. 그리고 무엇보다 변덕스럽다.

겨울의 아이슬란드처럼 오로라를 볼 수는 없지만, 더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쉽게 밤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덕분에, 짧은 일정이었지만 (아이슬란드가 이렇게 좋은 줄 알았더라면 3일이라는 야박한 일정을 잡지는 않았을 텐데!) 대신 늦은 시간까지 이 섬을 둘러볼 수 있어 행복했다.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하마자마 가족들은 피곤에 잠시 잠을 청하겠다고 했지만, 가장 기대하던 지역인 아이슬란드에 오자마자 잠을 잘 수는 없었던 나는 홀로 근처 산책에 나섰다. 비록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지만, 흐리고 우중충한 것이 ‘내가 북쪽에 왔구나,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에 왔구나’라는 기분이 물씬 느껴져 왔다.처음 이 곳에 도착했던 오후, 날씨는 심상치 않았다.

   
 

이 날 산책 이후에는 이 때 봤던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풍경도 보고, 햇살이 내리쬐는 좋은 날씨도 경험했었지만,

흐리고 싸늘했던 혼자만의 산책, 외롭고 낯설던 레이캬비크의 첫인상은 아직까지 강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 동네 산책 중 발견한 교회

아이슬란드 여행을 위해 야심차게 광각 렌즈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본래 사진을 찍을 때 더 넓은 화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을 만한 세상의 작은 단면을, 특별한 순간으로 바라보는 것이 사진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사소하고 작은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것이 카메라를 든 나의 몫이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라는 빛나는 다섯 글자는 그런 내 태도까지도 바꿀 수 있었다. 나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광각렌즈를 구매했던 것이다.

   
▲ 1번 국도 어딘가에서

그러나 막상 아이슬란드에 와 보고 나서 깨달은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곳에서 광각렌즈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이번 여행에서도 여전히 나는 보통의 번들렌즈를 애용했다. 역시 내 그릇에는 이게 적격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풍경은 카메라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아름답게 담는 것’이 불가능했다. 사진은 조금 아름다운 것을 더 아름다워 보이게 해줄 수는 있어도,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을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강렬하게 느꼈다.

   
▲ at Gullfoss
   
▲ at Gullfoss
   
▲ at Geysir

도무지 믿어지지 않으나 눈 앞에 있으니 믿을 수밖에 없는 풍경.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하나의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변에 지평선만이 보이는 이 땅 전체, 그 자체가 랜드마크인 것이다. 이 땅 전체를 피사체로 삼기에는 카메라의 그릇이 너무 작다.

이럴 땐 사람의 눈이 아주 훌륭한 렌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눈도, 눈 앞의 이 풍경도,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것일까.

   
▲ 1번 국도 어딘가에서

이곳에서는 내가 작아진다. 너무나 넓은 땅 위에 서서 끝이 없어 보이는 풍경을 내다보며 사소한 고민이나 거리낌 없이 서 있는, 아주 작아진 내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 at Þingvellir National Park (싱벨리어 국립공원)
   
▲ at Skogafoss

다시 서울로 돌아와 하루하루 일하며 살아가는 요즈음, 내가 너무 커졌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얽매어있고,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두려워한다.

사진에 반도 담기지 못한 아이슬란드의 시간들을 바라보면서, 다시 내가 작아져야겠다고 생각한다.

   
▲ at Skogafoss
   
▲ Reykjavik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서

+덧

레이캬비크, 비크, 굴포스, 게이시르, 스코가포스, 요쿨살롱, 등등 많은 여행지에 대해서는 이제 많은 매스컴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짧은 일정과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저 곳들을 다 가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내가 꼭 추천하고 싶은 하나의 장소가 있다. 그곳은 레이캬비크 시내 안에 있는 작은 레코드 가게인 ’12tonar’이다. 이곳은 사실 캐스커의 이준오 씨가 자신의 책에서 먼저 추천한 장소인데, 내가 그 책을 보고 찾아갔다.

   
▲ 12tonar
   
▲ 12tonar 음악감상실

시규어 로스의 나라이기도 하고, 도처에 영감이 될 자연이 있는 아이슬란드에는 매력적이고 멋진 음악이 가득하다. 12tonar에서는 무료 음악 감상실이 있어, 여기에 있는 음악들을 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커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분위기도 너무나 좋아 절로 행복해지는 곳이다. 가족여행이라 빨리 발걸음을 옮겨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더 더 오래도록 머물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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