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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이성호

   
 

몇 년 전, 잠깐 연기를 배워보려고, 성우학원 기초반에 등록한 적이 있었어요. 8명 정원에 목소리를 더 잘 내기 위해 맨발에 편한 옷을 입고 진행되는 수업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늘 한 친구가 제 눈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그때 알았어요. 누군가가 좋아지는 순간은 결코 완벽한 화장이나, 옷차림을 갖추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요. 그렇게 그 친구를 의식하니 수업은 제대로 풀리지 않더라고요. 수업에 집중해야 하는 제 신경이 온통 그 친구를 향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늘지 않는 연기와 상관없이 두 달이나 더 학원을 다녔어요. 그 친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할 그날을 기다리면서요. 그리고 드디어 두 달을 기다려 그 친구에게 데이트 신청했어요. 기쁘게 그 친구는 제 데이트 신청을 승낙해 주었죠.

첫 데이트, 강남역을 걸으면서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인데 해가 뜨는 걸 보고서야 서로 헤어졌어요. 좋아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저 둘이서 같은 길을 걷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이틀 뒤, 그 친구에게서 늦은 밤 전화가 걸려왔어요. 지금 제가 있는 쪽으로 오겠다고요.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저희 집 앞으로 찾아왔어요.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금세 12시가 넘었죠. 그날 그 친구와 걸었던 길, 나누었던 이야기는 아직도 모든 것이 또렷해요. 힐을 신고 있던 그 친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을 때 제 팔짱을 꼈거든요. 그렇게 내리막길을 지나 평지가 됐지만 우린 그 팔짱을 풀지 않았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우리 연애하자”

아름다운 청년 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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