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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

오 선장님! 나의 선장님!

[디아티스트매거진=김진아] 성인이 되고부터 쓰지 않던 오래된 책장에서 오래 전 친구가 이유 없이 선물로 내민 색바랜 책 한권을 발견했다. 투박하고 큰 이 책을 읽는,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화까지 매료시킨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 많은 이들의 마음 속 별이 되어버린 로빈 윌리암스 특유의 따뜻한 감성이 묻어있는 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지금은 40대 중후반이 되어버린 남자배우들의 26년 전 모습을 보는 것 또한 훈훈한 감성을 전달한다.

   
▲ ⓒ네이버 영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에 충실해라. 영화에서는 현재를 즐겨라라는 해석으로 키팅(로빈 윌리암스)선생이 전통과 규율만을 중시하는 억압된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 주문처럼 외운 말이다. 영화의 갈등구조를 불러 일으킨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말이 시에 대한 정서적 교감을 불러 일으키고 이윽고 그것을 행동하게 만들었다. 키팅은 자신이 졸업한 웰튼학교의 보수적이고 강압된 분위기를 그 누구보다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사히 그 학교를 졸업하고 명문대학교에 진학한 엘리트 졸업생이었음에도 웰튼에 부임해서 들어온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알려주기 위해 그는 외로운 싸움의 격전지로 자진해 들어온다. 사실 영화에서 키팅의 역할은 그렇게 크지 않다. 엄숙한 제목과는 달리 이 영화는 10대들의 이야기이다. 아니 그랬어야 한다. 그 배경을 전통과 규율과 명예와 권위 위에 올려놓고 보니 그 10대들의 이야기는 제목만큼이나 엄숙해지고 제목보다 더 비극적이 되어버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르페 디엠을 외치고 실천하고 있지만 그것의 결말은 그 뜻이 주는 숭고함을 가두고 매우 비참하게 맺는다. 닐(로버트 숀 레오나르)의 자살과 찰리(게일 핸슨)의 퇴학, 그 갈등 사이에서 고뇌하는 토드(에단 호크)의 절규…그들의 현재는 거기에서 멈추고 만다.

   
▲ ⓒ네이버 영화

시가 꿀처럼 흘러…

호기심에 키팅의 학창시절을 조사하다 발견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비밀 조직에 큰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은 그날부터 바로 매우 은밀한 공간에서 그들의 조직 활동을 시작한다. 단지 낯간지러운 시를 낭송하는 것으로 조직활동을 시작한 그들은 어느새 그것들의 감성으로 비롯되어 표출되는 자신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시가 꿀처럼 흐르면서 그들의 갈등이 시작 된 것이다. 키팅은 카르페 디엠이라고 외치면서도 학생들에게 웰튼학교의 부당함에 맞서 싸우라거나,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깨우쳐 도약하는 이에겐 격려를, 그것의 가능성 앞에서 주저하는 이에겐 용기를, 제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에겐 칭찬을 할 뿐이었다. 학생들은 그들의 내면을 어루만져주는 키팅에게서,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시에서 스스로 그것들을 발견하고 깨달았을 뿐이다. 이것이 앞서 키팅의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한 이유이다.

그들의 비밀조직의 창설 후에 유쾌하게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은 벌써부터 그들에게 영광과 행복이 허락된 것 같은 벅참을 선사한다.

   
▲ ⓒ네이버 영화

그러나 비극

하지만 애초에 예견된 그들의 비극은 하나둘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 누구도 잘못된 길을 향하지도 또 그길로 인도하지도 않았다. 10대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고뇌 앞에서 웰튼학교는 너무나 가혹한 결과를 안겨준다. 닐은 왜 죽는 순간까지도 아버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죽는게 나은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단 한마디라도 단 한번이라도 모든 것을 가족에게, 친구에게, 키팅에게 털어놓고 절규했더라면 닐은 어떻게 되었을까? 카메론(딜란 커스먼)의 배신과 회유가 없었다면 다른 이들은 어떤 결정을 했을까? 부러져버린 찰리와 휘어지려는 카메론 사이에서 힘들어 하던 토드는 어떤 자책으로 살아갈까? 이 모든 것은 말 그대로 비극이었다. 살아 남은, 혹은 살아 있는 그들 중 그 누구도 유연해지지 못했다. 모두가 비극의 현재에서 멈추고 말았다.

키팅 선생이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가장 용기 없던 토드의 마지막 용기는 그들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와도 같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용기에서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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