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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이해한다는 것

[디아티스트매거진=김성희] 부모님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에 잠기곤 한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혹은 내 또래의 엄마아빠의 모습. 그 시절의 그들은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지금 나 같은 아이들을 낳고 이렇게 살게 될거라고 상상 했을까. 세월이 무상하게, 그때의 그 청춘은 어디로 가고 나의 엄마, 아빠만 남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나의 엄마, 아빠였기에 그냥 그렇게만 생각했다. 나의 꿈을 찾아 헤매느라 부모님의 꿈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 사진들을 볼 때마다, 나의 부모이기 이전에 꿈 많은 소년, 소녀였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의지와 상관 없이 세상에 태어난다. 부모님을 선택할 수도 없다.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고 하지만, 나의 부모님이기 이전에 타인이기도 하기에, 그런 이유만으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 영화 <인어공주> 포스터

영화 <인어공주>의 주인공 나영은 최소한 그랬다. 그녀에게 부모님은 천륜을 거스르고 싶을 만큼 버거운 존재다. 차라리 부모님이 없는 친구를 더 부럽다고 말할 정도로. 착하지만 너무나 착해 가족을 빚더미에 앉게 한 아빠, 그리고 그로 인해 더욱더 억척스럽고 궁상맞아진 엄마. 나영에게 부모님은 그녀가 너무나도 벗어나고 싶은 현실이다.

 아빠의 빚 때문에 대학도 못 가고 사회에 바로 뛰어들었던 나영에게 해외여행은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꿈이다. 너무나 열심히 꿨던 꿈. 하지만 이번에도 나영의 부모님은 나영의 꿈을 다시 한 번 포기하게 만든다. “대학은 나중에도 갈 수 있다…여행은 나중에도 갈 수 있다…”매번 되뇌며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어쩌면 나영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평생 대학을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한동안은 여행을 갈 수 없을 거란 걸. 하지만 엄마 아빠가 싫다 싫다 하면서도, 결국 홀연히 사라진 아빠를 찾기 위해 해외여행의 기회마저 포기했다.

 그렇게 아빠를 찾아 간 엄마 아빠의 고향에서, 그녀는 그녀 나이또래의 순수한 해녀 연순과, 순박한 우체부청년 진국을 마주한다. 바로 그녀의 엄마, 아빠다. 과거로 들어간 나영은 자기를 언니라고 부르는 자신의 엄마 연순의 젊은 시절을 함께 지내게 된다.

   
▲ 젊은시절의 엄마(연순)을 만난 나영 – 영화 <인어공주> 中

 연순은 부모님 없이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며 씩씩하게 살아간다. 매일매일 바다로 나가 물질을 하는 해녀, 그 마을의 ‘인어공주’다. 글도 모르면서 타지에 나가있는 동생에게 항상 편지를 쓰라고 귀여운 거래를 한 이유는 우체부인 진국을 짝사랑하기 때문이다. 글을 모르는 걸 숨기고 싶어 편지를 받고 서명을 해야할 때면 손에 물을 묻혀 대신 써달라고 하기도 한다. 막상 진국 앞에선 쑥스러워하면서 은근히 적극적인 모습들을 보이기도 한다. 거친 말투와 침을 뱉는 습관 등은 지금의 나영 엄마 연순과 비슷한 듯 하지만, 생기 있고 순수한 소녀의 모습이다.

 우체부 진국은 이름처럼 진국인, ‘착한’사람이다. 늘 따뜻하고 친절하며, 기꺼이 연순의 글 선생님이 돼주기도 한다. 비록 너무 착해서 여기저기 보증을 서주는 사람이 됐지만, “사람이 착해야 한다”는 젊은 연순의 말에 왠지 모를 감정이 들기도 한다. 한 때의 설렜던 사랑이 결국 어떻게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일까. 결국 영원하지 못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쓸쓸함일지도 모른다.

   
▲ 나영의 엄마 아빠 연순과 진국 – 영화 <인어공주> 中

 과거로 돌아간다는 건, 어쩌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그게 자신의 과거든 혹은 다른 과거든 간에 주인공들은 무언가를 바꾸려 하거나 의도치 않게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 과거를 바꿈으로써 현재가 변하기도 한다. 타임워프라는 장치의 역할은 아마 그런 게 아닐까. 과거는 돌아갈 수 없는 것, 또 지금 삶에 대한 후회와도 관련돼있다. 너무나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바꿈으로써 현재를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나영은 그렇지 않다. 무언가를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 엄마 마음 고생 시킨 아빠에게 특별한 충고를 하지도, 엄마에게 그런 남자 만나지 말라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아주 작은 행동 하나로 연순과 진국의 사랑이 이루어지는데 꽤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한다. 나영 덕분에 연순이 글을 모른단 사실을 진국이 알게 됐고, 글을 가르쳐주면서 둘은 부쩍 가까워진다. 그걸 제외하면 나영은 그저 이방인으로서 그들의 삶을 지켜보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친구가 된다.

 그 과정에서 나영은 엄마도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은 소녀였음을 알게 됐고, 연순의 외로움, 고단함, 그리고 사랑의 열병을 앓는 모습을 지켜보며 묵묵히 그녀의 곁에서 위로해준다. 다시 현재로 돌아온 나영에게 그 시절의 경험이 그녀가 엄마아빠와 완전 살갑게 지내도록 만들진 않았지만, 그 시절의 소녀는 사라지고 현실의 엄마만이 남아있지만, 나영은 조금 더 엄마아빠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 나영과 엄마(연순) – 영화 <인어공주> 中

 너무나 순수한 그 마음들과, 아릿함,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은 세월 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그들도 그런 미래를 꿈꿨던 건 아니겠지만, 시간은 그렇게 흘러버렸고 현재는 이렇게 됐다. 그래도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지니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 것이다. 아마 이해를 한다는 건 때론 너무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도 만약 내 나이의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된다면,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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