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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오케피, LG아트센터 | ||
[디아티스트매거진=고대영]
며칠 전 다녀온 뮤지컬 오케피는 뮤지컬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았을 무대 밑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라이브 음악을 중시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배우의 연기를 뒷받침 해주는 그들의 모습은 궁금증을 유발하기 충분한 요소인 게 분명했다. 물론 요즘은 몇몇 공연들이 이들의 모습을 무대 위로 올려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주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구성은 매우 신선한 기획에 가까웠던 것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이달 중순에 보았던 시카고의 경우에는 오케스트라의 컨덕터가 직접 극에 관여하는 모습까지 보여줌으로써 또 한 번의 획기적인 연출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오케스트라 피트의 모습을 메인 소재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관람 전부터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날의 공연에서 컨덕터이자 극의 흐름을 잡는 역할을 맡았던 주인공은 황정민이었다. 오만석과 더블캐스팅으로 진행이 되는 가운데 오케피 속의 황정민의 모습을 보니 문득 그의 유명한 소감이 떠올랐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다던 그 멘트 말이다. 이번 공연은 그와 정반대에 가까웠다. 황정민이 그의 티켓파워를 통해 밥상을 차렸고 함께 등장하는 배우들이 맛깔스럽게 해치우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줘도 못 먹는 경우가 흔한 세상에서 그날의 오케피 단원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놀라웠다. 어느 한쪽을 비하하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다만 포스터 속 두 컨덕터의 모습 뒤에 경이로울만한 배우들의 연기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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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오케피, LG아트센터 | ||
실제로 이번 공연만큼 눈에 익는 배우들이 총집합 한 경우도 드물었다. 그날 무대에 섰던 송영창, 서범석, 정상훈을 비롯하여 린아, 김원해 등 그간 매스컴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배우들을 비롯하여 윤공주, 김재범 등 뮤지컬계에서 이미 알려진 배우들이 함께 하면서 어느 한 역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세 시간 가까운 공연을 이끌어갔다. 이외에도 남문철, 이상준, 김호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특히 이중에서도 서범석과 윤공주의 노래는 관객들 마음을 가져가기 충분했다. 무대에 가까운 좌석에 위치한 덕분에 그들의 눈에 맺히는 슬픔까지 확인할 수 있었던 그 둘의 노래는 오히려 목이 메지는 않을까 걱정마저 들게 해주었다. 또 하나의 포인트로 김재범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차도남의 이미지를 공연 내내 풍기던 그는 그렇다고 근본 없는 악의 이미지를 띄는 것도 아니었다. 이야기가 자칫 늘어질 조짐을 보일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매력을 뽐내던 그의 색소폰 역이 어쩌면 이 공연에서 핵심이었지 않나 싶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공연의 평을 보고 있자면 앞서 언급했듯이 그들의 모습 자체에 호기심을 갖고 집중한 관객이 있는가 하면, 그들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했다가 아쉬움을 드러낸 관객도 더러 있었다. 후자의 경우 오케피라는 다소 생소한 어감이 주는 막연한 생각에 끌려 관람했을 경우가 다분하다. 사실 이 공연은 독특한 배경을 띄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들 각자가 노래하는 이야기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흔하디흔한 이야기인 것이다. 사랑 이야기, 재정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장, 그리고 가족 이야기 등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상황들을 관객에게 읊조리고 있었다. 결국 무대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관객들의 일상이 그대로 녹여져 있던 것이다. 사실 단원들의 이야기가 터무니없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겠는가. 다 같은 사람인 것을 말이다.
이러한 오케피에 대해 본인이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다. 역할 각자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이어가면서도 그 사이사이 무대 아래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절묘하게 엮어갔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다시 말해 결코 옴니버스의 색만을 띈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내 이야기 좀 들어 볼래- 식의 구조를 띄었다면 지루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케스트라 피트라는 하나의 직장에 근무하는 연주자들의 크고 작은 마찰이 함께 녹아들어 있기에 우리는 긴 시간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세심히 들을 수 있었다. 또한 각자의 이야기를 대사와 노래, 재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냈다는 점 역시 높이 평가해주고 싶은 부분이다. 전 배우들의 고른 매력발산과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 그리고 거기에 녹아든 우리 삶의 현실이 함께하면서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 러닝타임을 만들어 낸 공연, 오케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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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오케피, LG아트센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