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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유하는 우리 | ||
사회학자 수디르 벤카테시는 자신의 책에 ‘부유하는 도시’를 담았다. 그의 책에 의하면 뉴욕이라는 도시의 거주자 중 상당수는 자신의 사회·문화적인 위치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경계를 왕래하는 즉, 부유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부유함(Flotation)’은 다인종·다문화 도시인 뉴욕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과거 단일민족임을 가장 자랑스러운 것으로 여겼던 우리 대한민국에도 부유함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뉴욕에 비하면 구성원의 사회·문화적 위치 이동은 상당히 고정적이지만, 그들의 내적 부유는 매우 활동적으로 또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이룬 경제 성장과 동시에 흘러들어온 문화의 급류는 구성원들의 관망을 절대로 허용치 않았고, 가빠진 물살에 그들을 태워 올렸다. 제각기 다른 배 위에 올려 태워진 사람들은 신대륙을 발견하겠다는 꿈을 내려놓고, 뗏목에서 나룻배로, 나룻배에서 유람선으로 그리고 대형 크루즈에 오르기만을 노력했고 꿈꿨다. 자신 스스로 키를 쥔 항해사에서 언변이 뛰어난 가이드에 의해 그저 배에 올라타고 환승하기를 반복하는 승객으로 역할을 바꿨다. 결국, 제 자신 스스로에게 지나친 겸손을 베풀게 된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커져만 가는 공허를 갖고 살아가는 이들의 끝에는 수장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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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 공간에서의 도킹 장면 | ||
자신의 물길을 잡으려고 끝없이 수고한 우리에게는 ‘정박(Docking)’이 필요하다. 고대 그리스어인 헬라어에는 정박의 의미를 지닌 ‘하플루스(ἁπλους)’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이는 현대어에서는 ‘성하다, 온전하다’라는 말로 해석된다. 조국을 잃은 보트피플처럼 정서와 자기를 상실하고 떠도는 우리에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과의 결합인 정박과 상륙이 절실한 때이다.
첫번째, 너에게로의 도킹
The Way You Look Tonight – Bill Charlap, Tony Bennett (2015)
2015년 9월 25일에 ‘The Silver Lining’이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으로, 미국의 작곡가 Jerome Kern의 곡들을 리메이크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Bill Charlap과 거장 보컬 Tonny Bennett이 함께 참여했으며, 내년이면 무려 아흔이 되는 Tonny Bennett의 목소리는 너무 뾰족하지도, 뭉뚝하지도 않은 연필처럼 자연스레 적혀 내려갔다. 중요한 감상 포인트로는 두 아티스트의 서로를 배려함에서 나오는 조화로움을 꼽는다.
‘The Way You Look Tonight’은 뭇 재즈곡의 가사들이 그렇듯 설탕 속에 안긴 도넛을 누텔라에 찍어먹는 듯한 노골적인 달콤함을 선사하지만, 블랙 커피와 같은 Tonny Bennett의 목소리가 귓 속의 텁텁함을 중화시킨다.
‘날 숨 쉴 수 없게 만드는 당신, 두려움을 걷어가는 당신, 절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당신’에게로의 상륙은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당신과 나’만의 일시정지를 연출할 것을 기대하게 한다.
두번째, 나에게로의 도킹
사랑에 빠지고 싶다 – 김조한 (2011)
한국 알앤비 대디 김조한의 2011년 EP앨범의 타이틀곡인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굉장히 솔직한 가사를 담고 있다.
화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함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직장과 여가시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갖춘 ‘나’이지만, 너무 외롭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외롭다”라고.
화자는 계속해서 말한다. 그냥 너무 외롭다고. 제 자신에게 행복의 유뮤에 대해 묻고 답하기를 반복한다. 그는 결국 ‘또 다시 사랑에 아프고 싶다’라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문다.
혹자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그칠지 모르지만, 주인공은 사람들의 치명적인 맹점을 꼬집었다. ‘나는 누구일까, 무엇이 행복일까’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삶은 제 자신에게 공허만을 돌려줄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영원한 삶은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 속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욕망과 목표와 과제가 있기에 미래도 있는 것이지만, 과거의 사슬과 미래의 목줄을 끊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지금은 없다. 시대의 급류 속에서 물살에 휩쓸리기 전에 자조함과 자존이 먼저 그리고 항상 이루어져야하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세번째, 조금 먼 세계로의 도킹
Clair De Lune – Kamasi Washington (2015)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Kamasi Washington의 2015년 발매 앨범 ‘The Epic’의 15번 트랙 수록곡. 국내의 저명한 음악 평론가들에게 ‘놓치지 말아야 할 올해의 앨범’으로 몇 차례나 언급되어 재조명 받고 있다. 그 수록곡 중 ‘Clair de Lune’는 드뷔시의 그것을 편곡한 것으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얹혀져 더욱 깊은 공간감을 자아낸다. 드뷔시의 곡이 창틀에서 바라보는 달빛을 떠올리게 한다면, Kamasi Washington의 그것은 지구 대기권 밖에서 바라보는 조금 더 가까운 달빛을 그리게 한다.
최근 MBC의 무한도전에 출연한 배우 김혜자 씨는 아프리카에 가면 ‘서울에서 하는 고민들은 쓰레기 같았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동일하게 약 10분 길이의 곡에 집중하다보면 그 달빛의 아름다움에, 조금 더 먼 그 공간의 고요함에 매료되어 무중력의 공간에 떠있으면서도 땅에 발을 디딘 듯한 편안함을 얻게 된다. 원시안적인 사고는 덤이므로 챙겨두자.
네번째, 무의식에게로의 도킹
네모의 꿈 – 유영석 (1996)
발랄한 멜로디에 담겨있는 일상적인 단어에 심오한 의미를 품었다. 둥근 지구 속의 수많은 네모 속에 살아가는 둥긂을 지향하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로 원작자의 작사 의도를 더불어 수많은 해석을 갖고 있는 재미있는 노래이다.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부분을 풀어낸 표본이며, 나에게 네모는 현사회의 최고의 가치 중 하나로 꼽히는 ‘효율성’으로 인식되었다. ‘둥긂’이라는 궁극적 가치를 모두가 이미 알고 있고, 그렇게 살고자 교육하지만 정작 실제로는 ‘네모’라는 빠르고 편한 길만을 택하는 우리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처럼 인식되어지지 못하는 ‘무의식’에는 현실과 개연성이 높은 고민되어져야할 사안들이 엄폐되어져 있다. 무의식을 좇을 때에 비로소 우리의 의식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