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선우주]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에어컨 바람이 솔솔 나오는 방 침대에 누워 바스락 거리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당겼다. 행복했다. 자유로웠다. 3박 4일 제주여행 중 가장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내게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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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번째로 머문 방의 내부 | ||
한숨 자고 일어나니 밖에서는 게스트하우스가 주최한 바비큐파티가 한창이었다. 보통 성수기에는 게스트 하우스마다 바비큐파티를 진행하는 것 같다. 여행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싶으면 바비큐 파티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맛있는 음식, 술 그리고 모두 여행자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어색하며 낯설어하던 분위기도 금세 편안해진다. 하지만 술과 분위기에 취해 모든 긴장을 푸는 것은 위험하다. 돌이킬 수 없는 실수나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오롯이 믿는 것은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온통 여자뿐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기대하던 썸씽은 물 건너 갔구나 직감이 왔다. 내 옆에는 스물여덟 살 언니가 앉아있었다. 나처럼 혼자 온 여행객이었다. 펌이 들어간 단발머리의 그녀는 나이보다 동안으로 보였다. 맞은편에 앉은 언니들은 스물두 살 동갑내기 친구였다. 서로 간단하게 이름과 나이를 소개했다. 스물여덟 살 언니는 자신의 나이가 가장 많다며 조금 부끄러워하는 듯 보였다. 맞은편에 앉은 언니 둘은 성격이 잘 맞아 보이지 않았는데 같이 여행을 다닌다는 게 신기했다. 한 언니는 털털하고 카리스마가 있어보였고 다른 언니는 연예인 김새롬과 비슷한 느낌에 잘 웃고 술을 좋아했다. 우리는 막걸리를 마시고 흑돼지를 먹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다음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나는 월정리로 갈 계획이라고 했다. 계획 없이 떠나온 옆자리 언니는 자신도 월정리나 가야겠다며 가는 길에 나를 태워준다고 했다. 커다란 짐을 들고 땡볕에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를 타고 다니던 나에게 렌터카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어쩌다 보니 내 앞에 앉은 언니 둘도 월정리 가는 길에 동행하게 되었다. 바비큐 파티에 같이 앉은 인연이 다음 날 여행까지 닿았고 그 이후에 또 어떻게 변형될 수 있을까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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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징어가 마르고 있는 월정리 해변 | ||
다음날, 알게 된지 24시간도 채 안된 여자 네 명이서 월정리 해변으로 떠났다. 오전 10시쯤 도착한 월정리 해변은 부드럽고 고운 모래와 에메랄드 빛 바다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심한 바람 때문에 모래가 흩날려서 눈뜨기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월정리 해변의 바다색은 정말 달콤했다. 발을 바다에 담그고 파도에 따라 모래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것을 느꼈다.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놀다가 근처 식당에 점심을 먹었다. 분명 혼자 온 여행이었는데 함께 놀고, 함께 밥을 먹는 게 신기했다. 세 명의 언니들은 그날 숙소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며 나를 다음 게스트하우스에 내려주시곤 떠났다. 그 이후로 다시 만난 적은 없지만 서로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거라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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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에서 마지막 밤을 보낼 게스트 하우스의 맞이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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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장님께서 빌려주신 튜브 | ||
제주와 이별을 하루 앞두고 꼭 하고 싶은 일은 ‘바닷가에서 튜브타고 놀기’였다. 마침 짐을 맡겨 놓으려고 들린 게스트 하우스에서 튜브를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게스트 하우스 주인께 “튜브를 빌릴 수 있을까요?” 물었더니 흔쾌히 쓰라는 대답을 해주셨다. 혼자 바닷가에서 튜브라도 타고 놀려는 내가 안쓰러우셨나보다. 옆에 있던 스태프께서 자신도 사야할게 있어 나가야 했다며 같이 바다에 가기로 했다. 게스트 하우스 주변에는 ‘김녕 해수욕장’과 ‘함덕 해수욕장’이 있었다. 스태프의 추천으로 우리는 김녕 해수욕장을 갔다. 그곳에서도 역시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어 눈뜨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물 밑에 모래가 다 보일 정도로 바다가 투명하고 푸르렀다. 스태프분은 앉아서 쉬시고 나는 열심히 튜브를 끼고 파도를 탔다. 워터파크 파도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재밌었다. 하지만 혼자 놀다 보니 금세 지루해졌는데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확인해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정말 엄청난 우연이었다. 우린 서로 너무 놀라서 한참동안 웃기만 했다. 친구는 대학교 동아리에서 놀러온 것이었다. 나는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같이 놀 수 있을까 물었고 친구는 괜찮다며 동아리 사람들을 소개시켜주었다. 무척 당황스러웠을 텐데 같이 놀아준 친구들이 참 고맙다. 덕분에 외롭지 않게 정말 신나게 바다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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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녕해수욕장에서 만난 친구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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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폭의 그림같은 김녕해수욕장 | ||
‘인연’이란 것은 정말 신기하다. 조금만 어긋나도 완전히 다른 그림의 퍼즐이 완성된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