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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디아티스트매거진=김훈기] 집 안에 쌓여있는 책들을 정리하다, 갑자기 추억에 잠겼다. 이유는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내게 생일선물로 주신 하이타니 겐지로의 장편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작가가 자신의 교직생활을 바탕으로 집필한 이 소설은 어린 아이들의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말 그대로 재미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이 책은 내게 깊게 박힌 추억과 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영화 <키쿠지로의 여름>이 떠올랐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키쿠지로의 여름>은 필자가 부모님과 손잡고 보러간 추억 묻은 영화이다. 그리고 13년이 지난 지금, 조금이나마 꼬마의 딱지를 떼고 본 영화는 느낌 그대로였다. (개인적인 생각) 같은 영화를 감상한지 십년 가까이의 공백이 생기면, 대게 쌓인 경험과 연륜으로 인해 느끼는 바가 확연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키쿠지로의 여름>은 달랐다. 예나 지금이나 같은 그 느낌. 간직했던 그 감동을 그대로 꺼내주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 이웃집 아저씨와 함께 엄마를 찾아나서는 이야기. 어쩌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솔직히 여기까지만 보면 진부해 보일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촬영기법이나 다양한 무대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의 국민배우인 ‘기타노 다케시’가 이야기의 큰 축을 담당하지만 그 외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배우들도 아니다. 대신 딱 한 가지, 동심이 묻어져있다. 그것으로 영화는 시작되고 완성된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는 보통 성장 영화로 쉽게 예상한다. 성장 영화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도 사람이다. 갈등하며 ‘고뇌’ 같은 고민도 한다. 그러면서 성장해 나간다. 이런 점에서 <키쿠지로의 여름>을 성장 영화로 딱 떨어진다고 말하기 힘들다. 아마 이 영화의 주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 또한 그 부분을 원하지 않았을까 싶다. 성장 영화의 대명사인 <빌리 엘리어트>에는 직업적 자아실현의 고뇌와 피나는 노력을 다뤘고, <보이후드>는 전반적인 성장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키쿠지로의 여름>은 주인공인 마사오의 성장을 들어나게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철없는 아저씨의 ‘성숙기’가 더 어울린다.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춘 성장 이야기 보다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소년과 사회로부터 소외 받은 백수아저씨가 서로를 보듬어주는 이야기에 영화는 집중한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주연으로 열연한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는 영화의 맛을 기가 막히게 살린다. 일본의 국민배우로 통하는 기타노 다케시는 한국인에게 <소나티네(1993)>, <하나-비(1997)> 등의 갱스터무비 뿐만 아니라 <배틀로얄(2000)>과 같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사회비판 영화에서의 선 굵은 연기로 친숙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코미디 연기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극중 초반,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연기에 흠뻑 빠져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의 연기 인생은 코미디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그에게 코미디 연기는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그의 뿌리이자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 소나티네(1993)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하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재치 있는 연기뿐만 아니다. <키쿠지로의 여름>은 기타노 다케시의 시네마틱 역량을 물신 풍기는 영화이다. 그의 탁월한 연출은 더욱 빛을 발한다. 화려한 무대장치와 CG로 관객들을 몰아붙일 듯 몰입시키는 블록버스터 영화들과는 달리 관객들을 자유롭게 방목한다. 솔직하게 영화 속 황당한 인물 설정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서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허황되어 보이기까지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세대를 아우르는 순수한 동심은 그대로 느끼는 데 가치가 있다. 어린 아이의 일기장을 보는듯한 스토리텔링이 그렇다. 영화는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음악을 통해서도 관객들과 소통한다. 오프닝음악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아! 이 음악!’하고 말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인생의 회전목마’로 우리에게 친숙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담당하였다. 그가 직접 작곡한 ‘SUMMER’도 우리에게 싱그러움을 전해준다. 적지적소에 흐르는 ‘SUMMER’는 관객들이 특별한 매력에 빠지도록 만점활약을 한다.

인간 고유의 가치를 담은 일본 영화들은 특별하다. 특유의 사람 내음새를 풍긴다. <키쿠지로의 여름>도 마찬가지이다. 엔딩에서 ‘키쿠지로’의 이름을 우리 모두가 선물 받을 때가 그렇다. 사람을 간지럽힌다고 해야 할까?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감정이지만 평소에 쉽게 느끼지 못하는 것들 말이다. 이래서 나는 사람 내음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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