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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도 깜짝 놀랄 진지함

   
▲ 출처 네이버 영화

[디아티스트매거진=이규빈]

   영화감독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칼럼니스트입니다. 영화 《맥베스》를 ‘진지함’과 ‘왜 맥베스인가’라는 주제로 한 번 얘기해보겠습니다.

   1. 셰익스피어는 진지한 사람이 아니었다

   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각색한 영화 《맥베스》는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거웠습니다. 혹시 이런 생각해보셨는지, 그러니까 셰익스피어 본인이 이 영화를 봤다면 과연 마음에 들어 했을까요 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가 진지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의 작품이 진지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맥베스》는 소위 4대 비극 중 하나인데다 비극 중에서도 광대가 등장하지 않은 유일한 극입니다. 그만큼 진지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명색이 현대의 영화감독이라면 이 극을 블랙코미디처럼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혹은 현대적으로 풀어 만들 수는 없었을까요? 진지한 예술가치고 제대로 된 예술가를 보지 못했습니다. 워홀, 바스키아, 피카소, 백남준, 코엔, 타란티노, 자무시, 홍상수, 보르헤스, 카프카, 나보코프, 세르반테스, 밥 딜런, 롤링스톤즈 등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결코 진지한 적이 없습니다. 진지할 때도 진지하지 않게 진지했던 그들입니다. 셰익스피어도 마찬가지로 진지한 예술가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그가 공연하던 시대에 사람들이 엄숙히 앉아서 그의 극을 관람했으리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맥베스》를 보듯, 사람들이 진지하게 그의 극을 봤다면 셰익스피어는 아마 깜짝 놀랐을 겁니다.

   2. 왜 맥베스인가?

   아니 왜 셰익스피어인가?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이 영화화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론 2005년에 개봉한 알 파치노 주연의 《베니스의 상인》이 가장 최근에 각색된 영화입니다. 그리고 올해 《맥베스》가 개봉했습니다. 영화를 보긴 했지만 보는 중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력이 없는 감독이 기댈 곳이 원작이라면 굳이 왜 셰익스피어인가?” 저는 각본을 써야 진짜 영화감독이라 생각합니다. 영화감독도 소설가나 극작가와 같이 이야기를 하길 좋아하는 존재입니다. 전달 매체가 다를 뿐입니다. 그런데 원작에 기대는 감독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는 걸까요? 있다면, 원작을 그대로 모사하기보단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원작을 조금만 비틀어서 자신이 이야기 하려는 바를 넣었다면 영화의 스타일이 살았을 것이 분명합니다(스타일리쉬한 촬영만이 영화를 스타일 나게 만들어주진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 감독은 셰익스피어라는 아우라에 짓눌렸는지 원작만큼 혹은 보다 더 진지해지는 길을 택했습니다. 셰익스피어 같은 대가의 작품을 각색하고자 결심했을 땐, 그를 넘어서겠다는 야망 없이는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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