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주=디아티스트매거진] 제주에서 나의 첫 번째 목적지는 우도였다. 우도에 대해서 아는 건 쥐뿔도 없었지만 제주도를 다녀온 지인의 추천을 믿고 무작정 우도로 향했다. 다행히 게스트 하우스에서 우도 선착장까지는 걸어서 15분되는 거리였다. 우도로 갈 수 있는 선착장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규모도 큰 ‘성산항’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작은 ‘종달항’이 있다. 내가 걸어갈 수 있는 나루는 ‘종달항’이었다. 혼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야자수 나무가 쭉 펼쳐진 도로 위를 걸으니 진짜 여행을 하는 구나 실감이 나면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어두웠던 하늘도 점점 개이면서 차츰 따가운 빛을 쏘아댔다. 햇볕이 수직으로 내리쬘수록 배도 고파졌다. 우도행 배를 타기 전 ‘종달항’ 근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혼밥’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전부터 혼자 밥을 잘 먹었다. 혼자 밥을 먹을 땐 2인분 이상 시킬 수 있는 찌개나 고기류는 먹기 어렵지만 오롯이 내 입맛과 취향, 먹는 속도만 고려하면 돼서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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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뜻하고 칼칼한 전복 뚝배기. | ||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이후, 간만에 타보는 배여서 신이 났다. 바닷바람이 너무 강해 눈이 따갑기도 했지만 흩날리는 내 머리카락이 꽤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우도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섬이었다. 우도를 한번 둘러보기 위해서는 삼륜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다. (우도에서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건 렌탈샵이었다.) 우도는 단순 관광지가 아닌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생활하는 소리는 듣기 어려웠다. 낮이 여서 다들 일을 하러 섬 밖으로 나가신 것일까? 돌담 안에 숨어있는 집들이 꼭 빈껍데기처럼 느껴졌다. 우도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여행자였다. 만약 매일 낯선 사람들이 우리 마을을 두리번거린다면 어떨까? 굉장히 불편하고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 이 아름다운 섬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내어준 우도 주민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미역을 널고 계시는 할머니나 우도 주민처럼 보이는 분들을 마주칠 때면 항상 웃으며 눈인사를 건넸다. 감사하게 그분들도 밝게 웃으시며 인사를 받아주셨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눈인사이지만 이런 사소한 교감이 우리의 여행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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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일한 동반자였던 자전거. | ||
우도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볼 작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칠 때쯤 배를 타기 위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음 목적지는 성산일출봉이었다. 성산항으로 향하는 배는 20~30분간격으로 자주 있어서 자전거를 반납하자마자 배를 탈 수 있었다. ‘내부에서 조금 쉰 후 바다를 구경하자’라는 생각에 배낭을 베고 바닥에 누웠다. 옆에 앉은 혼혈인 아가가 빼꼼빼꼼 나를 쳐다보는 게 정말 귀엽다고 생각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저기요, 도착해서 이제 내리셔야 되요.”
한 남성분이 나를 깨워주셨다. 내 머리 속은 분명 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했는데 잠들었다는 의식조차 못할 정도로 잠에 빠져버린 것이다. 버스도 아닌 배에서 다 왔으니 일어나시라고 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웃겼다. 멍하니 앉아서 키득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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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태극기 | ||
나는 아직도 그 날 머물 수 있는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있었다. 햇볕은 따갑고, 날은 덥고, 배낭은 무거웠다. 부랴부랴 숙소를 구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검색했다. 전화하는 곳마다 자리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정말 내 몸뚱이 하나 뉠 곳 없을까 싶을 때 세 번째로 연락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자리 남았다는 희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즉흥여행의 묘미는 이런 긴장감에서 오는 것 같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를 얽히고설키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끈이 존재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급하게 구한 게스트하우스는 택시 기사님도 잘 모르는 마을 깊숙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라기 보단 가정집에 가까웠다. 성산일출봉과 도보로 5분 거리라고 쓰여 있었지만 버스를 타고가도 15분은 넘을 것처럼 보였다. 그냥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돌이켜보아도 절대 후회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여행지에서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숙소 주변이나 동네 골목을 천천히 거닐 으라고 권하고 싶다. 유명한 관광명소에서 찾을 수 없는 진정한 그 지역의 멋과 특유의 느낌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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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붕보다 훌쩍 자란 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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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하다 발견한 버려진 자동차 | ||
새로운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또 어떤 인연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까?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