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어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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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터 [ⓒ네이버 영화] | ||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현실이 지루하다고 하소연 할 때, 혹은 인생의 조언을 되새기다 보면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당장 내일 죽는다고 생각하면, 지금 1분 1초가 아깝고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다.” 맞는 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한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을 느껴보기는커녕 생각조차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행히도 상황이 닥쳐야 그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깨닫는다. 그리고는 “늦었다.”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한테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먼 훗날의 일이고 사실, 오히려 살아야 할 현실이 한참이고 한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한창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죽음을 향해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결국엔 그토록 원하던 일 하나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죽는 인생이 될 수도 있다면 어떨까. 우리(나)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아마 이쯤 되면, ‘버킷리스트’라는 말이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종이 한 장과 펜이면 채워지는 시간.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떠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며 대비하고 따져가며 적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공책 한 장 혹은 수첩 한 장에 몇 년 뒤든 몇 달 뒤든 (심지어 오늘·내일이 되어도 좋다) 내 스스로 꼭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일, 또 해 주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것이다. 낯간지러움에 멍해질수록 좋다. 그럴수록 진지한 목록들이 생겨 날 테니 말이다. 이에 대해 미묘한 거부감이 들어 머뭇거려진다면, 이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1997)>를 찾아보면 된다. 우리(나)는 아마, 간절함이 얼마나 간절할 수 있는지, 간절함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 또 ‘간절’이라는 날 것 그대로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 생생하게 받아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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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방을 쓰게 된 마틴과 루디(왼쪽부터) | ||
영화는, 죽음을 앞 둔 마틴(틸 슈바이거분)과 루디(잔 조세프 리퍼스분)가 천국-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여정에 자동차와 돈을 수색하러 다니는 조직원 행크(티에리 반 베어베케분)와 압둘의(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분) 여정이 묘하게 이어지면서 얽혀있다. 마틴과 루디 그리고 조직원 행크와 압둘. 이 넷의 조합은 은근히 귀엽고 잘 어울린다. 특히, 마틴과 루디는 영화초반부터 사랑스럽다. 극과 극인 둘이 한 병실의 짝꿍환자가 되어 서로의 병명을 주고받으면서부터 둘은 말 그대로 ‘마틴과 루디’가 된다. 시한부 인생, 우연히 병실에서 발견한 술을 마시기 위해 주방을 뒤지다가 레몬이 마틴의 발밑에 깔리는 순간부터 둘의 호흡은 빛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둘에게는 강력한 공통점이 하나있다.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이 바다를 무척이나 간절하게 보고싶어 한다는 것’이다. 병원의 주방에서 술을 마시며 마틴이 루디에게 바다를 읊조리지만, 사실 그도 본적이 없고 상상일 뿐이다. 둘의 마지막 공통 소원, 바다. 마틴과 루디는 술을 마시고 병원 주차장으로 나와 마음에 드는 차 한 대를 끌고 병원을 탈출한다. (그 차가, 하필 조직원이 보스에게 전달해 주어야 하는 차였던 것.) 이렇게 얽힌 이 둘(마틴과 루디)과 그 둘(행크와 압둘)의 상황이, 다른 공간- 같은 시간으로 이어지도록 그려지면서 여정은 더욱 생동감있게 보여진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마틴과 루디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거나 한 없이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즐거워보이고 유쾌하다. 온갖 범죄-절도, 강도, 파손-를 저지르는 이들을 오히려 응원하게 되고 ‘이들이 언제 죽을까’로 보기보단, ‘바다를 보러 무사히 도착해야 하는데, 언제가려나’하면서 간절히 보게된다. 동시에, 이들의 바다만큼이나 내가 원하는 무언가는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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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주방에서 술을 마시는 루디와 마틴(왼쪽부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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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 방에 누워 버킷리스트를 보는 루디와 마틴(왼쪽부터) | ||
병원 복을 벗어던지고 옷을 사 입기위해 은행을 턴 돈과, 병원 주차장에서 훔친 차 트렁크에서 발견한 돈으로 마틴과 루디는 졸지에 엄청난 현금부자가 되고 이로 인해 경찰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래도 이들의 바다행은 계속된다. 가던 도중 머무른 최고급 호텔 방에 누워 마틴과 루디는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그리고는 서로의 1번을 행하기로 한다. (마틴의 1번은 어머니에게 앨비스가 그의 어머니에게 선물한 핑크 캐딜락을 선물하는 것이고 루디의 1번은 두 명의 여인과 잠자리를 하는 것이다.) 서로의 1번을 행하면서 바다로 점점 가까워지는 마틴과 루디. 바다를 향한 의지와 둘의 각 1번을 향한, 욕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이 둘의 마음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어떠한 고통이 있더라도 반드시 바다를 봐야한다는 그들의 눈빛과 말에서 가늠할 뿐이다. 마틴의 말에서 나오는 바다에 대한 형언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시 한편이며, 그 바다에 대한 둘의 동경과 간절함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총 두 번 나오는 바다에 대한 표현은 두 편의 시를 읽은 것과 다름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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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로 향하는 모습이 마치 천국의 문처럼 보여지는 장면 | ||
영화의 시간이 얼마 남지않았을 때, 마침내 마틴과 루디는 바다에 도착한다. 바다의 바람, 소리, 내음. 마틴과 루디는 바다를 향해, 아니, 천국의 문을 향해 걸어 들어간다. 둘만의 천국을 마주한 마틴과 루디. 떠나는 한 명의 곁을 지키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이 때, 제목과 같은 ‘Selling- Knockin’ On Haven’s Door’ 노래가 흘러나온다. 정말 어쩌면, 이 여정은 바다행이 아니라 천국행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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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갑게 펼쳐진 바다로 향하는 | ||
천국에서 주제는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어리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지. 유일하게 남에 있는 불은 촛불과도 같은 마음속의 불꽃이야. -영화 대사 中-
간절의 간절함, 천국-바다-를 향한 이 둘, 마틴과 루디를 다 보고나면 우리(나)도 한두 가지의 바람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영화가 끝난 순간에 떠오르는 것만큼 진실한건 없기에 그 때에 떠오른 것은 반드시 어디든 적어놓기를 바란다. 그리고는 잠시 동안 자리에 앉아 버킷리스트를 적어보도록 하자. 죽기직전의 간절함이 아니어도 좋다. 다만, 매번하는 새해 다짐이 아닌,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좀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적어보는 ‘간절함은 반드시 지니고’ 써내려가야 함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쁜 일상에 잊지 말고, 가끔씩 꺼내어 이룬 일, 행한 일을 하나씩 지워 내가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있길 바란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