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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진심에게 화답하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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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티스트매거진=민소영]

“넌 역겹고, 슬픔에 잠겨 있으며 위험한 존재다.” 냉소주의자들이 주로 했다는 이 말을 듣자마자 화면 밖의 누군가를 브랜든(마이클 패스벤더)은 마음 깊은 곳 어딘가 소용돌이치는 눈빛으로 응시하였다. 섹스 이외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이어갈 수 없던 그의 집에 자꾸 걸려오던 전화 속 주인공인 세시(캐리 멀리건) 또한 진지한 관계, 기댈 수 있는 어깨를 찾지만 사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옆에 있게만 해달라는 모순을 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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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이 영화를 홍보하는 글귀 중, 진지한 사랑을 회피하는 남자와 진지한 사랑을 원하는 여자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영화 개봉할 당시 지금보다 많이 어렸던 필자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였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보았던 영화는 그들이 전혀 다른 위치에 있던 사람이 아닌 함께 잘못된 곳에 놓여졌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마치 종이 한 장이 앞면과 뒷면이 다를 뿐, 한 장의 종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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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란게 뭘까요?” 함께 저녁 테이블에 마주 앉아 받은 농담 같은 질문에 그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It’s no big deal.” 별일 아니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에 대한 그녀의 돌아오는 대답은 또다른 메아리를 남긴다. “나한테 뭘 입고 나갈까 생각하다 한 시간을 보내는 일이에요.” 진지한 관계라는 것이 현실같지 않은 그는 농담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보다는 말없이 몸을 섞는 행동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빈자리를 채운다. 섹스가 끝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옷을 입고 나가버리는 매춘부들에게서는 일말의 대화도 기대할 수 없음에도 그는 계속 “마실 거 줄까요?” 메아리친다. 세시의 경우,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상대방이 질 책임을 느끼지 않도록 하여 어떻게든 곁에 머물려 한다. 진정한 사랑과 ‘사랑을 나누는 것’의 차이를 알고 있음에도 보지 못 한 척 넘어가지만 오롯이 상처를 받아내며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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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면 안 돼?” 브랜든 곁에 앉아 곧 터질듯한 눈빛으로 세시가 말했다. 분명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움에도 간극이 보이던 첫 관람과는 달리 거울을 보듯 마주하고 있는 상처받은 두 명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다만 한 명은 대화하기도 두려울 정도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다른 이는 자신의 상처에 익사할 듯 잠겨있어 거울을 마주본다는 것을 모를 뿐이었다. “너가 나를 옭아매는 거야. 넌 나를 궁지에 몰아넣고 꼼짝도 못하게 해.”  또다른 자신마저 사랑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그의 속마음은 분노로 가득 차게 되고, 이 영화를 보고 있던 그 어느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세시에게 비참하리 만큼 매정하게 구는 브랜든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매몰차게 몰아내는 모습을 보기 때문일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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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그대에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사랑 혹은 짐이라는 것이 집으로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온통 섹스뿐일 것만 같은 이 영화는 내면 깊이 어느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빈 이불에 비춰진 햇빛이 마냥 온기를 의미할 수 없듯 그렇게 외롭게, 세시가 부르던 노래의 가사처럼 칙칙한 도시를 방황하여 코앞에 지나쳐간 사랑을 마주할지 고통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신음 소리라 생각했던 거친 숨소리가 외로움 속에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며 몰아쉬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아 가면서 영화가 던지는 마지막 대사에 귀를 기울인다. 대사라기엔 한탄과 한숨에 가까웠던 마지막 대사를 필자는 항상 놓쳐왔었다. 4번째 관람임에도 이제서야 쏟아지는 빗속에서 주저앉아 “신이시여”라고 한탄하던 브랜든을 드디어 발견했다. 자해하던 동생의 지난 과거와 상처를 쓰다듬던 그, 관심과 사랑을 위해 잘못된 대화만을 반복하던 그들에게 비가 내린들 눈물이 쏟아진들 상처가 씻겨져 내려갈까. 다만 그 상처가 쓰라림 속에 흉터가 되기 위해, 양끝의 벌어진 살들이 다시 하나로 회복되기 위해 맞닿아 새살을 돋아낼 수만 있다면 신이 그 한탄에 화답하여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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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을 헤매며 사랑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마치 한 번도 사랑에 빠진 적 없다는 듯 사랑하다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쌓아가고 있을 나 자신을 포함한 모두에게 이 영화는 메시지를 건넨다. 실수를 하는 것도 상처를 주고받는 것도 우리의 배설물이겠지마는 한없이 위로한다. “우리가 나쁜 사람은 아니잖아. 우린 그냥 잘못된 곳에 있는 것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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