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박유신] 멋도 멋이지만 찬 바람이 매섭게 불어대는 겨울에까지 네크라인이 푹 파인 티셔츠를 입고 다니다간 엄마에게 ‘미친X’ 소리를 듣는 것은 둘째치고, 겨울 내내 고약한 감기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하나같이 모두 입을모아 ’목 보호‘를 외치고 있다. 에르메스 컬렉션에서는 셔츠 안에 목 폴라 티셔츠를 레이어드하여 입는 센스가 엿보인다. 이것이야말로 포멀하면서도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일석이조 스타일링 아니겠는가. 클래식한 체크무늬로 가득했던 페이의 컬렉션에서는 아우터 안에 무난한 컬러의 목 폴라를 매치한 복고풍의 브리티시 걸이 등장하였고,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질 샌더에서는 심플한 실루엣의 옷에 네온 컬러와, 형형색색의 목 폴라를 더함으로써 그래픽적이면서도 정제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 중에서도 알렉산더 왕의 도톰한 터틀넥 니트는 스터드 장식을 가미하여 포근하면서도 시크한 멋을 살림으로써, 올 겨울 위시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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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f/w 컬렉션에서 돋보였던 터틀넥 ⓒ디아티스트매거진 |
특히 영화 ‘백 투더 퓨처’의 재개봉,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이슈 등 80년대 열풍이 불면서, 터틀넥은 모던함보다는 레트로적인 무드를 물씬 풍기고 있다. 독보적인 색감과 컨셉으로 비주얼쇼크를 자랑하는 브랜드 ‘아더에러(ADER error)’가 이번 시즌 내놓은 터틀넥 니트 컬렉션은 8090 하이틴 영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블루, 핑크, 브라운, 옐로 컬러의 터틀넥을, 청바지나 코듀로이 팬츠 안에 넣어입은 복고 스타일링이 너무나 귀여워서 당장 지갑을 열고싶을 정도. 그런가하면 목에 깁스를 한 것 처럼 크고 긴 기장감의 터틀넥도 눈길을 끈다. 매 시즌 위트가 넘쳐나는 브랜드 ‘오아이오아이’는 2015 F/W 메인컬렉션 컨셉을 하이틴 영화에 나올법한 소녀의 옷장으로 잡고, 마치 어린소녀가 사이즈가 너무 큰 언니오빠의 옷을 입은듯한 터틀넥 니트를 선보였다. 이렇게 이번 시즌 터틀넥 니트의 주된 포커스는 복고, 향수, 추억 등을 불러일으키는 스타일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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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더에러 공식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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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아이-오아이 공식홈페이지 2015 f/w 룩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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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하라 1988>에서 페이크(fake) 목폴라, 일명 ‘공갈 티’ 패션을 즐겨입는 이동휘 ⓒ<응답하라 1988>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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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등학생 시절 목 폴라 티셔츠는 입기만 해도 촌스러움이 묻어나는 아이템들 중 하나였다. 반에서 남자애들 두세명쯤은 몸에 딱 맞는 아이보리색(정말 많이 입었다!) 목 폴라 티셔츠를 헐렁한 체육복 바지 안에 넣어서 입고 다녔는데, 내 눈에는 그게 촌스러울뿐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꼬질꼬질하게까지 보였다. 그 이후로 쭉 ‘목 폴라는 어떻게 입어도 촌스럽다’라는 인식 때문에 터틀넥, 목 폴라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드라마 <파스타>에서 이선균이 “내 주방엔 여자란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내 옷장에 터틀넥이란 없었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불어 닥친 놈코어(Norm-Core)열풍 앞에 무릎을 꿇게 된 나는 기본 아이템이란 옷들은 죄다 사들였고, 최근에는 복고풍의 데님 와이드팬츠에 베이직한 버건디색 목 폴라를 안에 넣어서 입는 식의 코디를 즐겨하고 있다. 특히 故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에게 같은 디자인의 검정색 목 폴라 티셔츠를 수백 벌 주문하여, 사시사철 그것만 입고 다니면서 심플하고 놈코어한 그만의 패션 공식(검정색 목 폴라에 리바이스 501 청바지)을 탄생시켰다고 하니, 평소엔 칙칙하게만 보였던 검정 목 폴라가 왠지 모르게 쿨하게 느껴진다. 과거에는 촌스럽기만 했던 터틀넥, 목 폴라가 돌고 도는 유행 덕분에 올 겨울 가장 트랜디한 아이템들 중 하나로 떠오른 만큼 내일 당장 유니클로로 달려가야겠다. 88년도에 쌍문동을 주름잡던 도롱뇽의 페이크(fake) 목 폴라보다 예쁘고 따뜻한 터틀넥 스웨터를 장만하기 위해. 그리고 늘 ‘따숩게’ 입고 다니라는 엄마 말을 잘 듣는 딸이 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