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영화예술을 구성하는 배우들을 굳이 분류를 하자면, 영화를 중심적으로 이끄는 주연, 주연의 주변주에서 보다 영화가 풍성하게 만들어지게끔 하는 조연 그리고 세밀한 곳곳에서 영화의 빈틈을 채워주는 단역들이 있다. 영화예술이 이 세 분류로만 구성될까? 그렇지 않다. 카메오. 카메오라는 특수성을 가진 역할 또한 존재해 영화예술은 카메오를 적절히 배치시켜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도 한다. 한국영화에도 카메오는 즐비했다. 카메오의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영화의 말미 부분이다. 영화의 말미 부분에 등장하여 해당 영화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 시킨 그 배우와 장면들 다시 감상해 그 놀라움, 그 짜릿함을 재차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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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 스틸컷 | ||
써니 – 윤정
‘써니’의 주연은 표면적 주연은 어린 나미 역을 연기한 심은경이다. 하지만 정작 ‘써니’는 심은경 단독주연의 영화가 아니다. 지난 날 써클 ‘써니’를 구성했던 7공주 모두가 주인공이고 시간이 흘러 늙어버린 7명의 ‘써니’ 또한 주인공이었다. 즉 영화 ‘써니’의 주인공은 14명이나 되는 것이다. 영화 ‘써니’의 묘미가 그 점에서 발휘된다. 지난날의 ‘써니’와 지금의 ‘써니’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일치성을 느끼는 묘미가 영화 ‘써니’만이 가지는 매력이자 오락성이다. 써클 ‘써니’를 구성했던 나미, 춘화, 장미, 진희, 금옥, 복희 모두 서로를 찾아가고 서로를 만나 부둥켜안고 옛 추억을 공유한다. 하지만 한 명은 영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바로 불의 사고로 얼굴에 흉터가 나버려 자살기도까지 해버렸던 ‘써니’의 또 한 명의 맴버 수지. 결국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춘화의 장례식에서 춘화 그리고 수지를 제외한 다섯 명의 ‘써니’가 Boney M의 ‘Sunny’에 맞춰 ‘써니’ 안무를 춘다. 노래가 끝나고 결국 마지막 퍼즐은 맞춰진다. 지금의 수지가 나타난 것이다. 이 영화 마지막에 웃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수지, 비록 주름은 늘었지만 여전한 미모를 자랑했던 수지 그 수지 역을 맡은 윤정의 짧은 표정연기는 비록 정말 짧았지만 비어있던 지금의 수지 역할을 채워내기에 대중들의 공허함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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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中 |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 타블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참 교차적인 느낌을 많이 준다.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행동이 곧 정말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고민에서 비롯됐다는 점, 어른들만이 고뇌해야 하는 그 고뇌의 표현이 보통 아이들보다 더 유치하다는 점. 이러한 교차적인 이야기 진행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주된 골자다. 주인공 지소는 항상 엄마 정현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엄마를 돕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엄마는 그저 지소의 이야기와 관심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엄마뿐만이 아니다. 시종일관 어른들은 지소와 지소 친구들을 가볍게만 대한다. 그 홀대 속에서 결국 지소와 지소의 친구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문제와 고민을 해결해나간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이런 의문이 든다. ‘대체 지소에게 저런 고민을 안겨주는 엄마 아니 아빠는 대체 어떤 사람이야?’ 영화 내내 지소의 아빠에 대한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떠나버린 아빠라고만 나올 뿐. 그 답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봐도 금세 지나칠 수 있는 수준의 짧은 등장으로 내려진다. 모든 일이 마무리 되고 엄마와 지소는 아빠를 찾으려 하는데 그 전단지가 나무에 붙어있는 장면이 지나간다. 그 전단지에 엄마 정현 역을 맡은 배우 강혜정의 실제 남편인 랩퍼 타블로의 얼굴이 등장한다. 그렇다. 타블로 지소의 아빠였던 것이다. 타블로의 그 짧은 등장에 연기력을 확인할 수도 없고 그저 정말 얼굴만 나온다. 하지만 실제 부부인 강혜정과 타블로를 영화 정서에 맡게 가족적으로 대입시켰다는 점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소소한 웃음을 제공할 수 있었다는 점, 영화 전체적인 개연을 잃지 않는 유머러스한 설정이었다는 점에서 나름 기분 좋은 카메오 등장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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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한 그녀’ 中 | ||
수상한 그녀 – 김수현
‘수상한 그녀’는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시도됐던 판타지코미디다. 판타지? 그렇다. 판타지물이다. 이유는 주위 사람들을 잡아먹을 듯이 거칠게 대하고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을 기를 자랑하는 오말순 할머니가 ‘청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 오말순 할머니의 외모가 젊었던 자신의 청춘으로 돌아가는 그런 설정을 주된 영화의 구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젊어진 오말순 할머니 아니 오두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다시 맞은 젊음을 만끽하고 나아가 자신의 손자인 반지하와 함께 가수에 데뷔하는 상황에 다다르게 된다. 오말순 할머니 아니 오두리가 젊음 다시 만끽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가수가 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두리에 감정이입해 가족의 본 의미, 노년의 로망 등을 간접체험 할 수 있다. 이런 무거운 감정이 ‘수상한 그녀’에 곳곳이 잘 배어있어 ‘수상한 그녀’가 많은 사랑을 받고 좋은 흥행 수치를 기록했는지도 모른다. 오두리가 잠깐 동안 즐겼던 청춘여행이 끝나고 영화 또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이 때 모두들 영화의 마지막을 받아들일 준비부터 하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안심하고 있을 때 오말순 할머니를 옆에서 항상 지켜주던 박씨 아저씨의 새로운 청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오말순 할머니를 연기한 나문희가 오두리로 돌아가 그 오두리를 심은경이 연기했다면, 청춘으로 돌아간 박씨 아저씨를 그럼 누가 연기할 것인가? 바로 2015년 여전히 뜨거운 청춘 남자 배우 김수현이 연기했다. 비록 짧은 등장이었지만 김수현의 영화 말미 등장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소소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수상한 그녀’가 어떤 영화인지를 마지막에 재상기 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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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테랑’ 스틸컷 | ||
베테랑 – 마동석
2015년 ‘베테랑’은 최고의 영화로 등극했다. 2015년 최고 관객 동원 숫자나 일순간 연기예술계에 중심으로 서버린 유아인의 현재 존재감 등이나 여러 분위기들을 보았을 때 1달 남짓 남은 2015년에서 ‘베테랑’만은 완벽한 영화가 한국영화계에 다시 등장하기란 약간 어려워 보인다. ‘베테랑’의 주된 성공요소는 너무나도 많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오락 연출,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액션 감성, 사회를 꼬집는 갑과 을에 대한 고찰 등 ‘베테랑’은 이 많은 요소들과 의미를 담아내는데 성공했기에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베테랑’은 그저 굵직굵직한 의미에만 치중했기에 두터운 지지를 받는 것이 아니다. 소소한 부분에서도 그 재미에 충실했기에 두터운 지지를 받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가 카메오다. ‘베테랑’에도 카메오가 등장한다. 결국 끝까지 쫓아가 조태오를 응징하는 서도철 형사는 끝까지 끌고 갔지만 그 끝에서 조태오에게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인다. 서도철을 제압하곤 기고만장한 조태오에게 다른 정의의 사도가 아주 짧게 등장한다. 그는 바로 아트박스 사장 마동석. 극중에서의 이름이 마동석은 아니지만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마동석의 이미지를 그대로 영화에 담은 듯 한 풍채를 보인다. 오만해하는 조태오에게 그 아트박스 사장은 일시적으로 앞길을 막아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경찰뿐만이 아님을 시민의 역할에도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그 짧은 마동석의 카메오 등장 안에서. 배우는 배우가 일차적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가 아주 적절하게 사용된 카메오라 할 수 있는 카메오가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 역을 연기한 마동석이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극장에서 ‘베테랑’을 관람할 때, 마동석이 등장하자 주변 객석에서 박수소리 한 번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한 번의 박수소리에서 아트박스 사장님 마동석의 등장에 통쾌해하는 우리들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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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도’ 스틸컷 | ||
사도 – 소지섭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 간의 이야기다. 좁게만 보면 가족사인 듯 하지만 넓게 보면 조선왕조, 조선 정치 역사다.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기까지 그 8일의 경과, 8일이 발생하게 된 주변 역학관계를 감독 이준익 특유의 표현과 감성으로 만들어낸 영화가 ‘사도’인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조와 사도세자를 바라볼 때 영조의 손자이자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의 언급과 표현은 만약 어느 영화예술가든 영조와 사도세자를 소재로 삼을 때 빼놓을 수 없다. 이에 이준익 감독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도’에는 반드시 정조가 등장해야 했다. ‘사도’가 호평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는 주연 송강호와 유아인 이외에도 아역배우들의 빛나는 연기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감당해낼 수 없는 과거의 이해와 폭발하는 감정을 전부 여실히 연기해냈기에 ‘사도’라는 영화가 품격으로 높아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이할 때 정조는 10살 밖에 안 된 아이였다. 영화 ‘사도’에서도 어린 정조를 이효제 군이 너무나도 잘 연기해줬다. 앞서 말했듯이, 사도세자의 죽음, 임오화변은 임오화변만의 표현으로 그치면 안 된다. 이후 정조의 감정선도 반드시 표현돼야 한다. 이후의 정조, 어른이 된 정조가 반드시 ‘사도’에 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른이 된 정조를 카메오로 소지섭이 연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카메오의 배역 분량 치고는 많았지만 소지섭이 연기한 어른이 된 정조의 모습은 아버지를 따르려는 정조의 모습이었다. 반드시 표현돼야 하는 부분의 연기, 하지만 영정조 시대를 표현한 영화들이 많았기에 포현방식만큼은 달리해야 했던 그 연기를 이준익 감독의 지휘 아래 소지섭이 카메오로써 잘 연기해냈다. 반드시 필요했던 카메오를 소지섭이 맡아 ‘사도’의 마무리 매듭을 깔끔히 지어줬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