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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한 아티스트 린 디펜바크 (Lyn Diefenbach)

[디아티스트매거진=박인선]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자신의 인생 롤모델이나 우상을 실제로 만나길 꿈꾸지 않을까? 얼마 전 참여한 3일간의 린 디펜바크(Lyn Diefenbach) 유화 워크숍을 통해 필자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 린 디펜바크 워크숍에서 그린 필자의 그림
Mangrove Lily, oil on canvas, 35.6 x 45.7 cm © In Sun Park

모든 일은 1년 전 호주 록햄턴(Rockhampton)의 작은 화방에 들어서면서 시작되었다. 피츠로이 강(Fitzory River) 근처 도심 한 켠에 위치한 화방에서는 다양한 미술 용품을 판매하고 액자도 제작하며 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전시한다. 걸려진 작품 중 거대한 붉은 꽃 그림이 유독 눈에 띄었다. 단순한 주제이지만 꽃잎의 미묘한 톤과 빛에 따른 색과 그림자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 것이 만개한 꽃의 초상화 같았다. 작품 제목 처럼 올레(Olé)! 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 Olé!, oil on canvas, 135 x 68 cm, 2006 © Lyn Diefenbach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화방 직원에게 물어보니 근처 바닷가 작은 마을 예푼(Yeppoon)에 거주하는 아티스트 린 디펜바크의 작품이라 했다. 알고 보니 전 세계를 다니며 워크숍을 열고, 미술 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최근 미국에서 전시도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인 아티스트였다. 그날 이후 캔버스와 물감을 사기 위해 자주 화방에 들렀고 종종 그녀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작품 중 ‘여행 중 비친 그림자(Reflection on a Journey)’ 시리즈의 가장 최근 그려진 ‘가면 뒤에서(Behind the Mask)’가 가장 마음에 든다. 이탈리아 베니스의 상점에 디피된 가면과 그 유리에 비친 작가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보면 볼수록 복잡한 구성 방식에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완성하는데 총 6주나 걸린 점에서 항상 최고를 지향하는 그녀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 작품은 현재 인터내셔널 리얼리즘 길드(The International Guild of Realism)의 미술관 걸작 투어에 선정되어 미국 전역을 순회전시 중이다.

   
▲ Reflection on a Journey 4 – Behind the Mask, oil on linen, 60 x 90 cm, 2014 © Lyn Diefenbach

마침내 지난 10월 린 디펜바크가 유화 워크숍이 연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참여하였다. 한동안 동경해왔던 작가를 만난다는 사실에 기대되기도 하고 한편 내가 그린 그림을 어떻게 평가할지 두려웠다. 실제로 만난본 그녀는 오히려 동네 아줌마처럼 친근하여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또한 숨김없이 자신의 이야기와 테크닉을 공유해준 진솔하고 닮고 싶은 아티스트였다.
 

   
▲ 작가의 자화상 © Lyn Diefenbach

작가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어렸을적 고모할머니 엘시(Elsie)가 그린 그림을 보며 “엘시처럼 나중에 화가가 될 거야” 라고 말하곤 했어요. 아티스트 친척들과 수공예 내력을 지닌 가족들의 영향으로 초등학교때 자연스럽게 유화를 시작했습니다. 12살 때 첫 작품이 팔렸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배우고 싶었던 다양한 화풍과 실질적 테크닉은 배우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동안에는 자주 그리지 못했으나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워크숍에 참여하며 실질적인 테크닉을 습득했습니다. 프로페셔널 아티스트로 활동한지 25년 정도 되었고, 지난 20년간 호주 전역과 전 세계에서 워크숍을 통해 유화와 파스텔을 가르쳤습니다.

영향받은 아티스트나 책에 대해 알려주세요.

   
▲ Captivated by Grace, oil on linen,
67 x 90 cm, 2010 © Lyn Diefenbach

초기에는 호주 아웃백 풍경을 세계에 알린 에릭 민신(Eric Minchin)의 가르침에 영향받아 유화로 풍경화만 그렸습니다. 1995년 7월에 처음 파스텔을 접하고 한동안 대가들의 작품을 따라 그렸습니다. 초상화 및 구상화 장르를 즐겨 그리는 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2000년 평소 존경하던 미국의 초상화 화가 다니엘 E. 그린(Daniel E. Greene)의 워크숍에 참여하였습니다. 뉴욕에서 그의 초상화 수업을 듣고 그림 세계에 확실히 눈 뜨게 되었습니다. 리차드 쉬미드(Richard Schmid)의 저서 ‘알라 프리마: 내가 그림에 대해 아는 모든 것 (Alla Prima: Everything I Know about Painting)’ 책은 작가관을 확립하고 실질적인 테크닉을 함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산타페에서 초상화 화가 토니 라이더(Tony Ryder)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습니다.

그림 그리는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모든 작품의 기본은 선(line), 톤(tone), 색감(color), 엣지(edge) 입니다. 그림을 시작 하기에 앞서 우선 어떤 부분에서 상상력을 발휘해야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용할 테크닉 측면을 이해하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주제, 구성 방식 혹은 구도, 사용할 재료에 따라 적합한 크기의 캔버스를 정합니다. 이러한 모든 요소를 고려해야 머리 속의 이미지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꽃과 정원 수상작, Pure Joy, oil on linen, 70 x 48 cm, 2013 © Lyn Diefenbach

그리는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 되었나요?

   
 ▲ Lavender Fields, pastel on pastelbord,
 45 x 75 cm, 2013 © Lyn Diefenbach

예전에 완성한 그림을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디테일을 표현하는데 치중한 나머지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끝없는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습니다. 심지어 0 사이즈 붓으로 그리는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였고 결과도 좋지만 이렇게 하다가 이도 저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스텔 분야를 시도해 보고 싶어 호주 멜번(Melbourne) 출신 파스텔 화가 테드 베리(Ted Berry)의 워크숍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는 거시적으로 그림을 그려야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같은 크기의 캔버스에 점진적으로 시간을 줄이며 그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꾸준한 연습 끝에 1998년 호주 파스텔 협회(Australian Pastel Society)로 부터 마스터 파스텔 화가로 인정받았습니다. 이제는 주제에 따라 추상화 부터 정교한 스타일 까지 자유자재로 그립니다.

창작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하나요?

   
 ▲ Ebb and Flow, oil on linen, 90 x 70 cm, 2013 © Lyn Diefenbach

창작은 자신이 누구인지 내면을 성찰하는 과정입니다. 작품 활동은 육체적, 감정적인 행위이자 영적인 활동입니다. 몇일 동안 그리지 않으면 뭔가 중요한 걸 잃어버린 듯 허전합니다. 하지만 별로 그림 그리고 싶지 않는 날이면 스스로 그림 그리는 것이 제 직업이라 상기시킵니다. 매일 출퇴근 하듯 화실에서 작업할 시간을 정하고 다음날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지 생각하며 마무리합니다. 매일 꾸준히 그리지 않으면 (작가∙화가 등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그림은 머리로 하는 스포츠입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그림에 몰입하면 상상력과 즐거움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지금까지 많은 상을 수상하였는데 비법이 있다면?

평소에 그리고 싶었던 개인적인 주제를 대회 출품작으로 선정합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꽃그림 보다 오히려 팔리지 않아도 상관없는, 그저 감정 표출을 위한 초상화나 ‘여행중 비친 그림자’시리즈를 그립니다.

   
▲ Reflections on a Journey 2 – Weariness, oil on linen, 63 x 90 cm, 2012 © Lyn Diefenbach

작가님의 ‘여행 중 비친 그림자’ 시리즈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호주 타즈마니아(Tasmania) 더원트(Derwent) 다리에는 1.6 km 길이의 “벽” 조각 작품이 있습니다. 조각가 그레그 던칸(Greg Duncan)이 수년간 작업해왔고 완성되기까지 25년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현재 후온 파인(Huon Pine) 지역 역사로 지정된 엄청난 스케일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여행 중 비친 그림자’ 시리즈를 시작하였습니다. 제 인생의 영적, 육체적, 감정적인 여정을 담은 그림들로 지금까지 4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남은 생애 동안 매해 최소 1작품 씩 그릴 예정입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있어 작품 활동은 작가의 영적인 활동인 반면 가르치는 활동은 일종의 봉사활동입니다. 평소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도움을 주는 것을 즐깁니다. 운이 좋게도 전 세계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며 대단한 아티스트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습득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수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 워크숍에서 색깔 섞는 비법을 설명 중인 작가 ▲ 그림 시연중인 작가 © In Sun Park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 참여나 대회 수상 경험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한동안 대회나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1999년 사리나 시각예술 축제 (Sarina Visual Art Festival)에서 입선한 계기로 자신감을 갖고 아티스트로 확실히 진로를 정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국제 파스텔 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astel Societies)로 부터 마스터 훈장(Master Circle status)을 수여받은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 Exploring, 사리나 시각예술 축제 수상작, 1999 © Lyn Diefenbach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나요?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가르치는 것에 헌신하는 진솔한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 순간 배우는 자세로 임하며 최고를 목표로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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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cebook: Lyn-Diefenbach-Artist Website: Studio Ldief

   
▲ Spring Eternal, pastel on kitty wallis paper, 42 x 25 cm, 2015 © Lyn Diefenbach
   
 

디아스트매거진 칼럼니스트 박인선은 현재 호주에서 생활하며 독자적으로 작품활동 중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교류하고 예술가를 꿈꾸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 Facebook,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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