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티스트매거진=조재형] 영화예술에는 다양한 장르가 존재한다. 크게 분류하면 큰 분류대로 세밀하게 분류하면 세밀한 분류대로 정말 다양이 나뉠 수 있다. 사실 현대영화예술에서 장르를 한 가지만 고집하진 않는다. 여러 장르를 복합적으로 융합하여 하나의 영화예술을 탄생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장르가 완전 무시 받진 않는다. 하나의 장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어져야 해당 영화의 정체성이 사는 것이다. 수많은 장르 중에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뚜렷한 장르색깔로써 여러 명작을 탄생시킨 장르가 바로 느와르다. 느와르는 ‘검은’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인데, 현대적으로는 유머, 코미디보단 어두운 범죄, 스릴러 등의 색을 중점적으로 유지하며 전개하는 영화의 장르 분류를 의미한다. 느와르라는 장르를 선택하여 한국영화만의 매력을 살리고 한국 느와르를 대표할 수 있는 영화 다섯 편을 다시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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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스틸컷 |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참 많은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한국영화 역사 상 가장 완벽한 콤비라 불리는 안성기와 박중훈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영화이며, 한국영화 역사 상 길이 남을 결말 결투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국영화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90년대 말미를 대표하는 영화이기도 하며 마지막으로 한국영화 역사 상 느와르란 장르물을 처음으로 개척했다고 평 받을 수 있는 영화기도 하다. 우직한 우 형사는 사건의 진범인 장성민을 영화 내내 끈질기게 쫓는다. 그 과정이 곧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주요 골자다. 그 과정에서 형사의 이면적 고뇌, 고충 등이 어둡고 진지하게 그려진다. 긴 호흡을 두고 배우들이 주고받는 대사의 간격은 느와르라는 장르가 어떤 것인지 더욱 잘 이해하게끔 해준다. 이미 ‘투캅스’에서 코믹형사물을 멋지게 만들어낸 바 있는 박중훈과 안성기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한국영화 그리고 자신들의 예술영역을 느와르까지 넓히는 성공적 쾌거를 달성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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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구’ 스틸컷 | ||
친구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표현된 90년대 특유의 느와르에 이어 2000년대 초반 그 느와르의 바통이어 받은 작품이 ‘친구’다. ‘친구’ 또한 수많은 의미를 가진 영화다. 가장 대표적인 부산영화로 꼽히고, “아부지 뭐하시노”. “니가 가라 하와이”, “고마 해라 마이 무따” 등의 명대사들도 많이 탄생시켰고, 당시에는 기록적인 관객 수였던 80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기록하는 등 2000년대 들어서자마자 등장한 한국영화의 명작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이 수많은 의미들에 또 하나 추가될 것이 있다. ‘친구’ 역시 한국 느와르에 단연 손꼽힐 영화라는 것이다. ‘친구’는 네 명의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분법적으로 그린 성장영화기도 하다. 학교였던 전반부 그리고 어른이 된 후를 그린 후반부 이렇게 나뉠 수 있는데 학창시절과 어른이 된 후, 이 두 부분을 관통하는 어둡고 무거운 질감은 ‘친구’라는 영화의 전반적인 색채를 담당했다. 그 색 속에서 피어나는 친구들의 우정과 남자의 자존심은 한국영화이기에 표현될 수 있는 느와르임을 증명했다. 또 하나 기억돼야 할 ‘친구’의 수식어는 ‘대한민국 대표 느와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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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인생’ 스틸컷 | ||
달콤한 인생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2001년 ‘친구’가 한국 느와르의 계보를 이은 후 4년 간 한국영화에는 이렇다 할 느와르 영화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게 2005년 4월 1일, 이병헌 주연의 ‘달콤한 인생’이 한국 느와르 명작 계보를 이어 받았다. 개처럼 일한 주인에게 버림받은 한 남자가 철저하게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달콤한 인생’은 철저히 한 명의 남자, 주인공 선우 중심으로 전개됐다. 철저한 선우 중심의 시각은 한 남자가 느끼는 감정을 진지하고 무겁게 영화가 표현할 수 있게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달콤한 인생’을 접한 대중들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서서히 선우와 자신을 동일화시키며 선우를 이해하고 반드시 복수를 이루겠다는 그 감정에 동의하고 만다. 그 동의는 마다 선우가 보였던 그 무거운 진지에서 비롯됐음이 확실하다. 그리고 복수를 해나가는 과정 또한 무겁고 진지했다. 복수를 달성한 뒤에도 무겁고 진지했다. ‘달콤한 인생’은 느와르의 색채에 철저히 충실했던 것이다. 어쩌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친구’보다도 더 짙은 느와르 영화는 ‘달콤한 인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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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스틸컷 | ||
아저씨
‘친구’의 느와르 바통을 ‘달콤한 인생’이 이어 받은 지 4년보다 더 걸렸다. ‘달콤한 인생’의 짙은 느와르를 5년 만에 ‘아저씨’가 이어 받았다. ‘달콤한 인생’에서의 느와르는 주인공 선우의 분위기에서 출발했다면, ‘아저씨’는 주인공 차태식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설정마저도 어둡고 딱딱하고 무거운 질감을 상상케 하는 ‘달콤한 인생’의 느와르보다 더 한 단계 성장한 느와르의 완성도를 보였다. 차태식이 발을 디디는 모든 곳은 밝은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낡은 건물의 전당포, 가구공장의 모습을 했지만 정작 속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돌아가는 마약제작소, 마지막 악당 만석을 처지 하는 어두운 주차장까지 어디 하나 밝은 곳을 길게 잡아주는 장면이 없다. 굳이 차태식의 감정에 이입하지 않아도 이미 눈으로는 느와르의 색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차태식도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다시는 소중한 인연을 잃지 않으려는 그 집념에서 남성적 느와르가 완성됐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상당히 적은 대사 수를 연기하는 차태식 역의 원빈이었지만 이는 느와르기에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아저씨’로 원빈이 얻은 7개의 수상내역은 곧 원빈이 느와르를 잘 표현했기에 얻어낸 성과이고 ‘아저씨’가 한국영화사에 손꼽힐 느와르임을 인정받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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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 스틸컷 | ||
신세계
느와르가 가져야할 요소들은 무엇들이 있을까? 어두운 색채? 진중한 감정?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느와르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소재는 범죄 스릴러다. 범죄 스릴러를 중심으로 하여 느와르의 또 다른 맛을 진하게 선사한 영화가 ‘신세계’다. ‘신세계’는 시나리오만 읽어도 재밌었을 것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어쩌면 앞선 네 편의 느와르 작품과 견주어봤을 때 가장 대중적인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 대중적이라는 평가도 범죄 스릴러를 다룬 느와르였기에 가능한 평가다. 상당히 역설적인 설정으로 시작하는 ‘신세계’다. 직업의 위치를 악용해 기업을 감시하는 경찰, 폭력조직기업이지만 그 안에서 우정을 유지하는 그룹 골드문, 그 사이에서 경찰과 골드문 이중적 자아를 유지해야하는 이자성, 이 세 존재가 그려가는 감정적 소용돌이는 또 다른 느와르의 경지를 대중들에게 체험하게 했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에 대중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 것이다. 물론 느와르기에 배제되는 유머코드들이 곳곳에는 배치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정청이 보이는 유머러스함은 결국 내재되어있는 정청의 잔혹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다시 말해 ‘신세계’가 가지는 느와르색을 더 강조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라도 ‘신세계’가 대중의 지지를 강렬히 받은 느와르일지도 모르겠지만.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성공적으로 한국 느와르를 개척한 이후로 가장 최근에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고 평할 수 있는 작품은 누가 뭐래도 ‘신세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