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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u시네마테크 | ||
[디아티스트매거진=김명진] KU 시네마테크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시네마테라피에 참석하게 되었다. KU 시네마테크는 건국대학교 안 예술대 건물 1층에 있는 작은 영화관이다. 깔끔하게 잘 꾸며져있고 이곳에서는 여러 예술영화들을 상영한다. 이번에 열리는 제1회 힙합영화제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축제 때문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천장에 영화 포스터가 필름 형태로 출력되어 걸려있었다. 시네마테라피에서는 정신과 의사 하지현 교수가 영화관람 후 간단한 해설을 하고(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도) 질의응답을 통해 서로의 영화감상을 나누는 시간이 준비되어있다. 관람가격은 10,000원으로 딱히 할인되는 것이 없으니 비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의 장점은 도장을 찍어주는데 7개를 모으면 영화 한편이 무료다. 찍어주는 도장도 해당 영화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참 예쁘다. 다른 일반 영화는 보통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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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상영영화는 <더 랍스터> 처음에 보고 요리영화라고 생각을 했었다. 반전은 ‘사랑’이 주가 되는 영화다. 감독은 나에게 낯선 사람인데 배우들 라인업이 좋아 기대가 되었다. <her>의 주인공 콜린 파렐부터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 나온 레아 세이두 등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주연들이 속속 등장했다.
영화는 부인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가 러브메이킹호텔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호텔 안의 이들은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평생 동물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 설정부터 정말 판타지스럽고 참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간 것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이들이 호텔 안에서 짝을 찾는 모습은 우리네가 보는 맞선과 다름없었다. 동물이 되긴 싫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딱 맞는 짝이 되기 위해 거짓모습들을 보여주는 모습들은 더욱 그러했다.
호텔 안에서는 짝을 만나지 못하면 성폭행을 당할 위험이 있고, 갑자기 생명이 위급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다며 사람들에게 연애를 장려했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이 다 같이 웃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꼽은 가장 위트 있는 부분이다.
이곳에서 45일의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은 독신주의자로 숲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마취총으로 잡는 것이었다. 데이빗은 처음에 이조차도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물이 되는 사람을 목격하고 커플이 되어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바뀌기 시작한다. 호텔에서 가장 무서운 냉혈한 여자를 유혹하는데, 그 방법이 그녀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누가 죽었는데 ‘왜 귀찮게 저기서 죽어,’라든지 다른 커플의 아이를 발로 찬다든지 그런 방법으로 냉혈한 여자에게 어필을 했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자신과 닮은 사람을 찾아, 상대방과 닮게 나를 만들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나중에는 이들이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 건지, 사랑을 하게 되어 동물이 되지 않는 건지와 같은 의문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만큼 그 세계가 진짜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나에게 있었던 3번의 연애가 모두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 빨리 이별한 것이 아닐까와 같은 생각이 맴돌았다.
영화가 끝나고 하지현 교수가 등장했다. 그는 사랑을 ‘아낌없이 주려는 것과 돌봄을 받으려는 것.’이 두 가지가 합쳐진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둘 중 하나가 강해도 그렇게 좋은 사랑은 아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가 흔히 보는 커플들, 대부분의 사랑에는 결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데 세상에 완벽한 사랑을 하는 커플이 존재하긴 하는 건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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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석이 아주 편했던 영화관이었다. | ||
그렇다면 완벽하지 않은 사랑을 하면 불행한 것일까. 그럼 사랑을 왜 하려는 거고, 사랑이란 감정이 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있을까. 끊임없이 도미노처럼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사실 명확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신한 것은 서로 맞춰갈 용기가 있다면 그건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 거 같다. 데이빗이 마지막에 여자에게 맞춰갈 용기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정말 그 행동을 한다면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거라고 확신하려고 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해답 없는 결말을 보며 풀지 못한 숙제를 풀듯 자신들의 사랑에 빗대어 많이들 생각했을 거 같다.
영화관을 나서는데 요즘 들어 매일같이 싸우며 지내는 우리, 남자친구가 떠올랐다.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사랑에서 도대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서로에게 맞춰갈 용기가 없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관계를 지속하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며 꼬리를 물던 질문들이 이곳으로 옮겨왔다. 그때, 휴대폰 화면에 하트 모양이 떴다. 그였다. 나는 단숨에 전화를 받아 방금 본 영화의 이야기를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그는 보지도 않은 영화를 나를 위해 열심히 들어주고 있었다. 연애 초반의 나는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되 질문을 하는 법이 없던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참지 못하고 그는 내 이야기를 듣다 의문이 생기면 질문을 했다. 우리가 싸우면서도 헤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맞춰가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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