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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의 청량함을 더한 영화, 중경삼림

   
▲ 출처: 네이버포토

[디아티스트매거진=권오경] 그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중경(Chungking)에서는 모든 것이 빠르게(express)지나간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각자 할 일로 바쁘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한끼 식사의 여유도 없이 포장음식점(Chungking express)에서 해결한다. 그들의 하루는 그 다음날 새롭게 왔다가 24시간이라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더이상 쓸모없어져 버린다.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숨어버린다. 하물며 그들의 사랑도 빠르게 왔다가 떠나버린다. 사랑이 유효한 그 시간이 넘어서면 차갑게 외면당하고 버림받는다. 

이런 냉혹한 현실에서 발버둥이라도 치는 듯한 두 명의 실연당한 남자가 등장한다. 경찰 223은 여자친구 메이에게 버림받고 매일같이 중경 익스프레스에 들러 그녀에게 전화를 건다. 그는 이별을 믿지 못하고 그저 장난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4월1일의 만우절 장난이길 믿는다. 매일같이 그녀를 그리며 그녀가 좋아했던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는 것도 참으로 풋풋하고 순수한 사랑의 발상이다. 마침내 경찰 223은 그녀와의 이별을 실감하고 그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무작정 다른 여자를 찾아 나선다. 전 애인과 같은 이름인 중경익스프레스의 메이를 찾아가보기도 하고 잊고 있던 동창들에게 전화를 걸며, 바에 처음으로 들어오는 여성을 사랑할 것이라고 온갖 ‘투정’을 부린다. 그럼에도 그는 늘 운명을 상상하고 사랑을 믿는다. 그렇게 배신을 당하고 버림을 받아도 실망한 기색없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사랑을 갈구한다. 그는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에 대해 생각하고 단 몇 시간만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며 생일축하한다는 마약밀매녀의 말 한마디에 그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 다짐한다. 이 기억만은 유통기한이 만년이길 바라면서. 이 외에도 조깅을 하고 땀을 빼고나면 온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등의 어린아이다운 발상이 그의 이별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 출처:네이버 포토

경찰 633도 마찬가지다. 밖에서는 그저 멀쩡한 경찰로 보이지만 그의 공간, 그의 집에만 오면 그는 감수성 충만한 소년이 되어버린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수건을 보며 울지말라고 위로한다거나, 인형들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모습들은 애처롭다기보다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다. 이들의 이별은 정통멜로의 분위기보다는 청춘드라마의 풋풋함을 자아낸다. 거기에 콜라의 상쾌함까지 더해주는 것이 극중 페이다. 그녀는 캘리포니아를 동경하며 매일같이 california dreaming을 듣는다. 그녀의 경찰 633을 향한 사랑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엉뚱하다. 그녀는 스튜어디스 애인에게 버림받은 경찰 633을 향한 사랑으로 매일같이 그의 집에 몰래 찾아가 둘의 사랑의 흔적을 지워나간다. 이불보를 바꾸고, 비누를 바꾸는 등 허무맹랑한 방식으로 그에 대한 사랑을 표출한다. 심지어 그녀는 그렇게 우렁각시 노릇을 하면서 매우 즐거워보인다. 그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그녀의 흔적을 지워나가고, 그의 이별을 돕는 데 기여하는 것만으로도 유희를 느끼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이런 엉뚱한 행동들이 영화에 말랑말랑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울려퍼지는 캘리포니아 드리밍의 경쾌한 리듬은 전체적으로 영화에 상쾌함을 불어넣어준다. 찌는 듯한 더위 속, 바쁘고 정신없는 그들의 지루한 일상 속에서 이들의 사랑은 톡쏘는 콜라같이 그들의 갈증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상쾌함을 가졌다. 그 특유의 청량함이 <중경삼림>만의 사랑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 출처: 네이버 포토
   
▲ 출처: 네이버포토

영화의 제목이자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인 중경 익스프레스는 반어적인 장소다.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인물들의 외로움과 고독을 잠식시키는 공간이자 많은 사람들이 밀려왔다가 머물지도 않은 채 음식을 들고 떠나는 포장음식점이다. 이렇듯 잠시 숨돌릴 틈도 없이 왔다가 그저 떠나버리는 그 곳에서 사랑을 잃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또다른 사랑을 찾아나간다는 점이 어쩐지 쓸쓸하면서 아이러니하다. 영화는 이러한 대비를 강조라도 하듯 반복적으로 사랑과 음식을 대응시킨다. 

   
▲ 출처: 네이버포토

경찰 233은 4월 1일, 애인에게 버림받은 후 이 거짓말같은 장난이 한달만 가기를 기다리며 매일같이 5월1일이 유통기한인 통조림을 사먹는다. 이내 4월 30일이 오고,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통조림은 노숙자에게도 외면당한다. 결국 통조림 30개를 다 먹어치운 경찰223은 스스로가 이미 신선도를 잃은 유통기한이 다 된 통조림임을 깨닫는다. 시간이 갈수록 내용물이 상하는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도 변한다. 오래된 파인애플처럼 물러지고, 곰팡이가 피며 썩어간다. 경찰 633은 애인에게 그녀가 늘 먹던 샐러드가 아닌 생선튀김을 사간다. 그리고 우연히 얼마 뒤 그녀가 떠난다. 늘 먹던 것이라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 얼마나 다양한 음식들이 있는지를 알아버리고 그것들에 이끌려 그녀는 떠난다. 마약밀매녀가 “어제 파인애플을 좋아한 사람이 오늘은 다른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처럼 사랑은 취향처럼 한순간 변해버린다. 

   
▲ 출처: 네이버 포토

만나고 이별하는 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일, 외로워하고 위로받는 일. 분주한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이러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 <중경삼림>은 싱그러운 여름날의 풀내음같이 우리의 감수성을 파고드는 청춘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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