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te icon 디아티스트

[장 뤽 고다르]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의 영화,

 <네 멋대로 해라>로 알아보는 누벨바그 운동.

(원제는 <A bout de souffle…>로 그 의미는 숨이 찬, 기진맥진한 이라는 뜻이다.) 

   
▲ 출처: 네이버 영화

한국으로 들어와 바뀐 외국 영화의 제목이 이토록 마음에 들었던 적은 없었다. 물론 영화가 담은 내용에 비해 약간은 반어적인 제목과 뒤에 붙은 세개의 점이 주는 미묘한 씁쓸함이 결핍되었다는 점이 아쉽긴하지만, 감독이 자신에게 외치는 듯한, 또 배우에게, 영화 촬영의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외치는 듯한 제목, <네 멋대로 해라> 는 그런대로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 가 받는 우수한 평가들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납득시키려면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듯이 장 뤽 고다르는 누벨바그(Nouvelle Bague: 프랑스어로 새로운 물결, 파도를 의미한다.) 시기의 대표 영화감독이다. 도대체 누벨바그가 무엇이기에, 또 영화에 어떤 부분이 대체 그 ‘새로운 물결’이기에 그토록 찬사를 내쏟는것일까? 

누벨바그는 영화에 적용되기 이전에 기성세대들에 혹은 전통에 반하는 저항의식을 품은 세대들을 지칭했다. 여기서 파생되어 Cahier du Cinéma 의 비평가들이 제작한 영화로 그 의미가 확대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비평가들 이전의 영화는 어땠으며 그들의 영화가 어떻게 달랐을까? 이를 먼저 알아야 현대영화와 고전영화의 분기점이 되는 <네 멋대로 해라>의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미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영화기술과 상업영화, 즉 블록버스터에 익숙해졌기에 <네 멋대로 해라>의 서술구조가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누벨바그 이전 영화들의 인위적이고 연극적인 톤과 비교해서 보면 꽤나 독창적이고 특징적이라는 점을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영화는 침체기를 맞는 반면 헐리우드 영화가 중심적인 역할로 부상하며 입지를 굳힌다. 이러한 미국 영화 시스템에 저항하는 예술적인 영화로서 나온 것이 누벨바그 영화들이다. 누벨바그 운동은 최초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당대의 현실의 생생함을 담은 최초의 운동으로서 대표작으로는 브리짓 바르도의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가 있다. 영화 속에 생생한 여인의 육체가 영화에 등장하는데 이러한 기존의 도덕에 비순응적인 여인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현실 속 생생한 육체를 발견하고 부자연스러운 사랑, 인위적이고 화려한 사랑이 아닌 자연스러운 몸짓과 일상적인 어투로 이루어지는 우리세대의 한 여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이 Cahier du Cinema 비평가들의 평가이자 누벨바그의 운동을 의미한다. 1920년대에 흥행한 스튜디오 영화, 즉 품질영화(혹은 문예영화로서 문학작품을 토대로, 예술성과 완벽성을 추구하는 영화)들이 현실을 배제하고 고전 문학작품에 근거해 배우들의 극적인 연기와 화려한 조명 밑에서 감동적인 영상세계를 만드는 것과 달리 누벨바그 영화들은 철저히 현실세계는 반영하고 있다. 그들의 심리묘사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과도한 제작비, 배우들의 연극적이고 인위적인 연기를 바탕으로하는 대신 야외촬영을 통해 거리의 생생한 활기를 화면에 그대로 녹여내며 인위적인 소품을 사용하는 대신 실제로 그 소품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거나 실제 주변 소음들을 음향으로 사용한다. 배우들 또한 이미 알려진 스타배우보다는 신인배우로 고용했으며 이동식 카메라를 사용해 핸드헬드 기법으로 영화를 제작한다.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단순한 기법상의 문제이기 보다는 현실 당대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사실 그대로 이미지로서 담아내고자하는 태도와 관련이있는 요소들이다. 즉 누벨바그 운동은 오랜기간의 제작현장에서 영화의 형식을 전수받은 세대가 아닌, 이론적인 자료들로 영화의 형식을 비평하던 세대에 의해 일어났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네 멋대로 해라>에 등장하는 누벨바그적 요소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1. 이동카메라의 사용으로 불안하게 흔들리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핸드헬드 기법)

2. 장면연결의 의도적인 단결, 즉 점프컷.(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기법은 아니었고 단지 영화의 상영시간을 줄이고자 연속적인 컷들을 단절해 나온 효과라고 한다.)  

3. 배우가 카메라를 정면을 응시하며 말을 걸어 관객의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행위

4. 롱테이크

5. 극적인 어투나 인위적인 연기가 아닌 배우들의 즉흥적인 대사와 실생활에서 쓰이는 언어.

6. 파리의 거리들을 담은 영상은 실제로 사전허가 없이 이루어졌다.

   
▲ 출처: 네이버 영화
   
▲ 출처: 네이버 영화
   
▲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외에도 여럿이 있겠지만 각각의 형식적인 요소들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작가주의 정신, 정체성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 작가주의 정신이라함은 영화의 배후에 존재하는 창조적 의식의 주역이 감독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연구 방법을 의미한다. 즉, 영화감독을 ‘주제의식’ 또는 ‘스타일’의 작가로 보는 관점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밑바탕에 이런 기법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홍상수의 영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포스터의 글자만 보아도, 주인공들의 표정이나 영화의 첫 시작만 보아도 “아, 홍상수 영화구나”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영화가 바로 작가주의 영화이다. 

<네 멋대로 해라>는 잘 짜여진 서술적 구조이기 보다 주인공의 우발적인 행동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내용 전개상의 긴장감이라기 보다는 인과관계가 불명확한데서 오는 긴장감을 갖고 있으며 한치의 망설임없이 절도와 사기, 살해를 일삼는 우리의 주인공 미셸 뿌아꺄흐는 누벨바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아닐까한다. 미셸은 그야말로 도덕적이고 영웅적인 면모를 가진 스타 주인공이기 보다는 어린아이를 도와달라는 말에 노인이 좋다며 거칠게 거절하고 즉흥적인 생각으로 지나가는 여인의 치마를 들추고, 단지 애인을 태우기 위한 차를 훔치기 위해 옆에 있던 남자를 구타하는 등 도덕적인 것에 비순응적이며 기존 주인공이 갖는 캐릭터에 반하는 이미지를 갖는다.

장 뤽 고다르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왜 영화를 하는지 알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이는 고다르의 철저한 비평전선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는 진정 영화의 장르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원시상태의 영화, 카메라의 시선으로 되돌아가고자 했다. 자신의 영화작품 속에서 전통적인 품질영화가 그랬던 것처럼 관객이 영화속으로 몰입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으로 작업이나 이미지의 아름다움이나 영화가 주는 감동이 아닌 오로지 카메라가 담는 이미지와 소리만을 통해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으려 노력했다.

Exit mobile version